[Oh!쎈 초점]‘복면가왕’ 1주년, 위기의 '일밤'을 구하다
OSEN 김보라 기자
발행 2016.04.04 11: 25

 지난해 4월 5일 첫 방송을 시작한 MBC 예능 ‘복면가왕’이 1주년을 맞이했다. 첫 방송 당시 시청률이 저조해 폐지된 ‘애니멀즈’의 후속으로 편성된 것이어서 위기에 빠진 ‘일밤’을 살릴 수 있을지 우려 섞인 시선이 많았다. 그러나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일밤’의 저주를 끊어낸 구원투수가 됐다. 17.3%(닐슨코리아 제공·전국 기준)라는 경이적인 시청률을 기록하며 승승장구 중이다.
지난해 2월 18일 설 연휴를 시험대로 삼아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복면가왕’이 안방극장을 찾았는데 예상치 못한 큰 재미와 감동을 안기며 시청자들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가장 눈길을 끄는 점은 가면 속 주인공이 누구냐는 것과 결과에 상관없이 최선을 다한다는 점이다.
시청자들은 눈길을 끄는 화려한 가면을 쓰고 걸출한 실력을 뽐내는 주인공이 누구인지 맞히기 위해 집중했고, 가수들도 얇은 가면에 의지해 본래 가지고 있던 끼보다 더 많은 것을 보여줬다. 그간의 많은 무대에서 그랬듯 ‘나는 누구입니다 지금부터 노래할게요’라는 마음가짐으로 섰다면 설렘보다 부담이 컸을 터지만 가면의 도움을 톡톡히 받은 것이다. 인지도와 별개로 오로지 실력에만 집중할 수 있게 됐다.

EXID 솔지를 비롯해 에프엑스 루나, 에이핑크 정은지 등 선입견과 편견에 사로잡혔던 많은 스타들도 자신을 둘러싼 벽을 허물 수 있게 됐다. 솔지가 ‘복면가왕’을 가리켜 자신의 인생을 열어준 프로그램이라며 덕분에 가수로서 인정받을 수 있었다는 소감을 남긴 것은 나이, 신분, 직종을 숨긴 스타들이 목소리만으로 실력을 발휘한다는 기획의도를 살렸다는 이야기다.
‘복면가왕’이 사랑받는 이유는 무대 위에 섰을 때만큼은 자유로움을 느낄 수 있어서다. 시청자들이 출연자의 무대에 몰입하며 응원을 보내는 이유다. 이기고 지는 것에 관계없이 최선을 다하고 예상하지 못했던 사람이 깜짝 등장하면 거기서 오는 재미도 크다. 민철기, 노시용 PD와 작가 등 제작진과 판정단의 활약은 우리사회에 내재된 외모-실력에 대한 편견을 깨는 데 큰 역할을 해주었다.
하지만 다양한 음악 예능이 쏟아지는 이 시기에 ‘복면가왕’이 그들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할 나름의 비책이 필요하다. 이젠 방송 시간에 맞춰서 TV앞에 앉아 있는 시청자들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이동 중 클립 영상을 통해 토막 시청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는 것은 전체를 볼 필요가 없고, 재미가 없으면 보지 않겠다는 의미다. 그만큼 프로그램의 인기 주기가 점점 짧아지고 있다.
‘복면가왕’은 정체를 감추고 목소리 하나로만 무대를 이끈다는 정체성을 확립해 음악 예능에서 살아남았지만 앞으로 이 인기가 얼마나 지속될 수 있을지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 1년을 맞은 이제 현장에서의 노력 여하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제작진과 출연자 등 프로그램을 이끌어나가는 주인공들이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부족한 부분을 메우는 힘을 합해야 할 차례이다./ purplish@osen.co.kr
[사진]MBC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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