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h!llywood]‘배트맨V슈퍼맨’의 토마토는 왜 썩어버렸나
OSEN 라효진 기자
발행 2016.03.30 07: 41

영화 ‘배트맨V슈퍼맨 : 저스티스의 시작’(이하 ‘배트맨V슈퍼맨’)이 드디어 베일을 벗었다.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아성에 도전하는 DC 유니버스의 야심찬 첫 걸음인데다가 ‘맨 오브 스틸’로 ‘슈퍼맨’ 시리즈를 리부트했던 잭 스나이더 감독이 메가폰을 잡아 기대치는 최고조로 올라갔다. 그러나 대망의 개봉 이후, 전 세계의 주목을 한몸에 받았던 ‘배트맨V슈퍼맨’은 턱없이 부족한 완성도로 관객들에게 실망감을 주고 있다.
지난 23일, ‘배트맨V슈퍼맨’에 세계 공통으로 적용된 엠바고가 풀리자마자 이 영화에는 일제히 혹평이 쏟아졌다. 일례로 개봉 첫 날 ‘로튼 토마토(평론가와 유명 리뷰어의 리뷰를 통해 평점을 매기는 미국의 영화전문사이트)’의 토마토 미터는 40%대까지 추락했고, ‘메타크리틱’ 역시 마찬가지였다. 현재는 28%까지 떨어진 상태. 딴 지 일주일도 안 된 토마토가 썩어 문드러졌다는 소리다.
반면 이 영화의 북미 개봉 첫날 수익은 역대 5위 안에 안착했다. 우리나라에서도 개봉 첫주 누적 관객수 100만을 돌파한 데다가 박스오피스 1위를 유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슈퍼맨과 배트맨의 이름값이 상당하다는 사실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러나 이만큼 많은 티켓을 사 준 관객들이 ‘배트맨V슈퍼맨’에 찬사를 보냈는가 하면, 그렇지는 않다. ‘로튼 토마토’에서 관객 평가를 의미하는 팝콘 박스는 아직 엎어지지 않았지만, 개봉 극초반 70%대의 성적을 만족스럽다고 보기는 힘들다. 시네마스코어와 플릭스터 등 실제 관객들의 평을 전하는 사이트들은 물론이고, 우리나라 포털사이트 댓글도 싸늘한 편이다. 게다가 관건은 개봉 2주차 ‘배트맨V슈퍼맨’이 보일 드롭율이다. 제작비야 무난히 회수하겠지만, 저스티스 리그의 출발 치고는 기대 이하의 스코어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그렇다면 ‘배트맨V슈퍼맨’은 대체 왜 혹평의 돌팔매를 맞고 있을까. 영화의 만듦새가 몹시 안타까운 수준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오랜 시간 이어져 온 배트맨과 슈퍼맨의 서사를 한 데 모으는 작업이 간단치 않으리라고는 예상했지만, 영화 시작부터 두 시간 반을 넘는 러닝타임 동안 두 영웅의 이야기는 파편화된 채 힘겹게 연결돼 있어 따라가기에 곤란함을 느끼도록 만든다. 색의 조화는 고려하지 않고 아무렇게나 시침질된 조각보를 보는 것처럼 불안한 모양새였다. 메트로폴리스와 고담시에서 진행되는 이야기가 별개의 것으로 느껴질 정도다. 앞으로의 시리즈를 위한 ‘떡밥’ 역시 맥락 없이 던져졌다. 렉스 루터·둠스데이·플래시 등 DC코믹스 대표 캐릭터들이 줄줄이 등장함에도 그럴싸한 이벤트는 없었다.
배트맨과 슈퍼맨을 어떻게든 맞붙게 하기 위해 이들의 대결을 소재로 다뤘다는 것도 너무 쉬운 풀이법이었다. 제작 단계부터 두 영웅의 극명한 능력차 때문에 우려를 낳았던 부분이기도 하다. 슈퍼맨이 눈에서 빔 한 번 쏘면 끝날 배트맨이 그와의 정면 대결에 나선다는 것도 미심쩍은데, 이들의 대결은 ‘배트맨V슈퍼맨’이라는 제목이 무색해질 만큼 영화 속에서 중요한 것이 아니었으니 실망감도 클 수밖에 없다. 게다가 도대체 배트맨과 슈퍼맨이 왜 싸워야 했는지에 대한 당위성은 물음표로 남았고, 이들이 저스티스 리그의 시작을 주창하는 부분의 개연성도 결여됐다.
막강한 힘을 정의롭게 이용한다는 것에 대한 철학적 의문을 던지고 있는 이 영화는 최근 비슷한 주제로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있는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기반 영화들과의 비교를 피하기 어려울 듯하다. 아이언맨과 토니 스타크라는 두 자아 사이에서 고뇌하는 영웅, 인간의 욕심에 의해 변이된 육체와 여기에 주어진 힘을 어떻게 쓸 것인지 고민하는 캡틴 아메리카 등 뻔하지만 설득력 있는 걱정을 하는 마블 영웅들에 비해 ‘배트맨V슈퍼맨’의 영웅들은 시민들로부터 핵폭탄 취급을 당한다. 그도 그럴 것이 ‘불살(不殺)’의 영웅 배트맨이 사방에 총질을 하는 모습, 배트맨은 공포고 자신은 질서라 표현하는 슈퍼맨의 모습에서 심각한 캐릭터 붕괴가 목격된다. 이 같은 모순적 설정은 그들에게 적개심을 느끼는 시민들의 행동에 수긍하게 만들 정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는 없었다. 장쾌한 액션이라도 남는가 하면, 완급 조절 없이 길고 또 길게 펼쳐지는 액션신이 하품을 넘어 졸음까지 쏟아지게 할 지경. 오히려 아이맥스로 봤을 때 손해를 보는 영화다. 가장 중요한 액션신을 레터박스와 함께 봐야 했고, 렉스 루터가 머리를 미는 광경을 아이맥스로 만끽해야 하니 말이다. 기대를 할수록 아쉽고, 기대를 많이 하지 않았어도 아쉬움이 크게 남는 영화라는 평은 면치 못할 듯하다. /bestsurplus@osen.co.kr
[사진] ‘배트맨V슈퍼맨’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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