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저께TV] ‘욱씨남정기’ 이요원, 비호감과 사이다는 한끗차이
OSEN 박판석 기자
발행 2016.03.26 06: 50

 이요원이 을의 세계에 들어와서 세상을 바꾸기 위해 나섰다. 그러나 이요원의 모습이 일견 속시원한 면모도 있지만 비호감으로 전락할 우려도 있다. 
지난 25일 오후 방송된 JTBC 금토드라마 ‘욱씨남정기’에서는 러블리코스메틱으로 이직한 욱다정(이요원 분)이 기존에 관습들과 싸우며 바꾸기 위해 애쓰는 모습이 전파를 탔다. 다정은 당당하게 갑인 황금화학에 선전포고를 하며 속시원한 태도를 보여줬다.
다정은 주인공이지만 비호감으로 보일 여지가 있다. 다정은 함께 일하는 동료들을 무시하고 설명도 없이 지위로 윽박지르며 일방적으로 따르라고만 했다. 그러면서 자신에게 약점 잡힌 남정기(윤상현 분)를 이용한다. 남정기가 다른 직장동료들로부터 어떤 평가를 받는지 전혀 상관없다는 태도다.

다정의 그런 모습은 그토록 미워하는 황금화학의 김환규(손종학 분)와 닮아있다. 아무와도 소통하지 않고 오직 자신만 옳다고 우기며 지위를 가지고 모든 것을 밀어붙이고만 있다. 그러면서 비상식적으로 남자 목욕탕을 쳐들어가서 회사의 처지에 상관없이 일방적으로 황금화학과 계약을 끊어버린다. 다정 스스로는 속 시원할 수 있지만 그의 행동에 따른 피해는 온전히 다른 사람들이 입게 됐다.
무엇보다 가장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자부심을 느끼고 싶다고 하면서 스스로 다른 사람들의 자부심을 짓밟고 있는 것이 다정이라는 것이다. 다정은 월급 이외에 다른 동기를 찾으라고 정기와 다른 동료들에게 독설하지만 그의 독설은 ‘아프니까 청춘’의 교훈과 닮아있다. 타인을 비난하고 지적하는 일은 쉽다. 진정으로 갑과 을의 관계를 뒤집는 드라마를 만들기 위해서는 을의 위치에서 서서 보다 더 세심하게 묘사할 필요가 있다.
물론 전개상 하청업체에 불과한 러블리즈코스메틱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확실한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다정이 중요한 역할을 하리라는 것을 부각하기 위해서 다정의 캐릭터를 더욱더 건조하고 비인간적으로 그렸다고 생각할 여지도 있다. 그렇지만 적어도 주인공이 스스로 자신의 말을 배반하는 것은 피해야 하지 않을까. 물론 그 덕에 남정기의 비굴하고 지질한 모습이 더욱 안타깝게 느껴지는 효과는 있다./pps2014@osen.co.kr
[사진] '욱씨남정기'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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