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완선 “벌써 데뷔 30년..첫 무대요? 또렷하죠”[단독인터뷰①]
OSEN 정준화 기자
발행 2016.03.25 16: 05

“음.. 그 넒은 무대가 온통 검은 색이었고..장식이 하나도 없었어요. 저는 마돈나 스타일의 하얀색 드레스를 입고 무대를 빙글빙글 돌았고, 핀 조명이 따라다녔죠.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했던 거 같아요. 아직도 선명하네요.”
또렷하다. 김완선이 기억하는 30년 전 첫 무대. 간절하게 가수를 꿈꿨던 10대 소녀가 처음으로 대중 앞에 섰고, 당차게 선보인 무대가 끝나자 객석은 기립박수를 쳤다. 80년대 후반과 90년대 초반을 휩쓴 시대의 아이콘, 김완선이 탄생한 순간이었다.
이후 김완선은 대중의 뜨거운 인기와 사랑을 받았으면서 ‘댄싱 퀸’, ‘섹시의 아이콘’ 등 유일한 존재로 자리매김해왔다. 대체할 수 있는 이가 당장에 떠오르지 않을 정도. 그렇게 30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그럼에도 그의 자리는 아직도 독보적이고 상징적이다.

이는 확실히 양날의 검이었다. 강하게 자리 잡은 이미지는 자신을 대표할 수 있는 색깔이었지만, 동시에 넘어야하는 산과 같았다. 아직도 김완선은 고민이다. 다양한 음악을 해보고 싶은 열정이 넘치고, 실제로 도전하며 여러 장르의 음악을 시도하고 있지만 대중은 그에게 ‘삐에로는 우릴 보고 웃지’나 ‘리듬 속의 그 춤을’ 원하고 있으니.
그간 쌓인 이미지가 뛰어넘기 힘든 거대한 벽이 된 셈. 새로운 시도는 번번이 이 벽에 부딪혀 잊혔다. 그럼에도 도전을 멈추지 않고 있다는 점이 뭉클하다.
김완선은 천천히, 그리고 조심스럽게 하고 싶은 음악을 다양하게 펼치면서 진짜 자신의 모습을 찾아가고 있는 중이다. 멈출 생각도 없고, 조바심도 내지 않는다. 진심으로 음악을 하고 활동을 펼치다보면 언젠가는 대중도 알아주리라고 굳게 믿으면서.
올해는 좀 더 본격적일 예정. 데뷔 30년을 맞아 팬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할 콘서트도 준비하고, 이를 알차게 채우기 위해 신곡을 발매하는 횟수도 늘일 예정이다. 얼마 전에는 록발라드 감성이 물씬 풍기는 신곡 ‘강아지’를 발매하고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음원차트에 이름을 올리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자신의 음악에 응원을 보내주고 격려를 해주는 이들이 늘었다는 것에 만족하고 있다.
김완선을 만났다.
- 안녕하세요. 질 지내셨나요? 오랜만에 하는 활동인 거 같아요.
“에이 아니에요~ 2011년에 컴백하고 해마다 싱글을 냈는걸요? 작년에도 냈었고, 재작년에만 못 내고 해마다 냈는데 기획사가 없다보니 어떻게 홍보를 해야 할 지도 모르겠고..티가 안 났을 뿐이지 꾸준히 앨범을 냈어요.하하”
- 앗 죄송합니다. 그런데 대중 분들도 저와 같은 반응일 거 같아요.
“맞아요. 워낙 제 노래들이 알려지지 않아서..옛날노래 하나가지고 평생 가수 생활을 한다는 것은 제가 바라던 가수 생활은 아니었어요. 곡은 발표를 했지만 알려지지 않으니까..옛날 노래를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오더라고요.”
“계속 하다보면 언젠가는 알아주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었어요. 어릴 때부터 한 게 이것뿐이고 좋아하는 게 노래에요. ‘이 사람은 계속 신곡을 내는구나’하고 언젠가는 알아주시겠지 싶어요. 음악은 제가 해야 될 일이고 안 하면 할 것도 없으니까요. 하하”
- 이번 신곡은 어떤 마음으로 내셨나요?
“매번 낼 때마다 당연히 잘 됐으면 하는 마음으로 앨범을 내죠. 그 전에 성과들이 없었기 때문에 주눅이 좀 들어있는 것 같아요. 나에게 맞는 음악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다양한 음악 장르에 도전하는 중이에요. 그런데 ‘중구난방으로 하느냐’는 말을 들을 때마다 위축이 되는 것이 사실이죠.”
“어렸을 때는 이모의 기획력이 좋아서 성공할 수 있었던 거고..나의 의도나 그런 것들은 자라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어요.
“이후에는 방황을 하는 과정이죠. 이런 것 저런 것 해보면서요. 인복도 없었어요. 그래서 시간도 많이 걸렸고요. 내 스타일이나, 내가 원하는 것, 내 생각이나 메시지를 담을 수 있을지 고민이 들면서 과정이 더 오래 걸리는 거 같아요. 주위 사람들은 안타까워해요. 쉽게 가지 왜 돌아서 가느냐고 걱정하죠.“
“어릴 때부터 돈이 많아 본적이 없었고, 그런 것에 대한 욕심이 없었던 거 같아요. 내 안이 채워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살았던 거죠. 너무 어릴 때 시작해서 채워지는 것보다는 빈 상황이 됐던 거 같아요. 다시 채워나가는 것이 쉽지가 않더라고요.”
- ‘댄싱퀸’, ‘섹시아이콘’이라는 타이틀, 부담스럽진 않았나요?
“어릴 때는 나를 왜 섹시하게 보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었고, 이미지에 대해서 별로 신경을 안 썼던 것 같아요. 다만 너무 댄스에 포커스가 맞춰지다 보니까 다른 걸 할 수 없는 상황이 된 게 조금 아쉽죠. 저는 음악이 너무 좋아서 가수가 되고 싶었는데, 매번 똑같은 노래 똑같은 춤을 추다보니까 의욕을 상실했었던 것 같아요. ‘나 지금 뭐하고 있는 거지, 내가 원하는 가수가 이게 맞나’ 회의가 들기도 하면서 열정이 깎여 나갔던 것이 제일 안타까워요.”
“나이를 먹고 나서는 조금 내려놓았어요. 지금은 오히려 그런 이미지들이 고마워요. 그래서 아직도 활동할 수 있는 것이 아닌가 싶고요.”
- 올해 30주년을 맞이한 소감도 궁금해요!
“사실 조금 창피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시간이 30년...그렇다면 내공이 있고 뭔가 엄청나게 이 분야의 전문가가 돼 있어야 하는데, 저는 데뷔했을 때보다 더 못한 거 같아서 창피하다는 생각이 가장 크죠.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 30주년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이 있다면요?
“아무래도 데뷔했을 때 같아요. 데뷔 전에 준비했던 시간들과 데뷔했을 때가 가장 강렬하게 기억에 남아요. 그때 10대였고, 열정이 얼마나 폭발적이었겠어요. 또 그렇게 되고 싶었던 가수가 됐으니 얼마나 좋았을까요.”
- 첫 무대를 기억하시나요?
“연예가중계에서 데뷔했어요. 당시 신인들의 뮤직비디오를 틀어주는 코너가 있었는데 뮤직비디오가 나가고 나서 화제가 됐었어요. 실제로 객석이 있고 조명이 있는 무대에 선 것은 KBS 쇼 프로그램이었어요. 그 넒은 무대가 온통 까만색이었고..장식이 하나도 없었어요. 저는 마돈나 스타일의 하얀색 드레스를 입고 무대를 빙글빙글 돌았고, 핀 조명이 따라다녔던 기억이 나네요. 이상하게 하나도 안 떨렸었어요. 인순이 언니 리듬터치로 활동하면서 무대 경험이 있었기 때문인 거 같네요.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했던 거 같아요.”
- 김완선이 꼽는 숨겨진 명곡이 있다면?
“너무 많죠. 제가 노래를 너무 못해가지고.. 가 있냐면 5집에 보면 ‘모노드라마’는 노래가 있어요. 기회가 되면 부르고 싶은데 라이브랑 잘 안 어울리는 노래라 기회가 많이 없었어요. 에피톤프로젝트 노래를 리메이크한 게 있어요. ‘오늘’이라는 곡인데 가장 자랑할 수 있는 노래에요. 에피톤프로젝트가 들어보고 ‘계속 들었다’고 하더라고요 너무 좋았죠.”
(인터뷰②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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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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