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오, 희대의 악마를 만들기까지 [인터뷰]
OSEN 정유진 기자
발행 2016.03.23 07: 00

 김성오를 악역 전문배우라 할 수 있을까? 영화 '아저씨'에서의 강렬한 연기 이후 다양한 작품에서 악인으로 등장했던 그는 이번 영화 '널 기다리며'에서도 악역을 맡았다. 그렇지만, 그를 딱히 '악역 전문'이라고 말할 수 없는 이유는 한편으론 다양한 작품에서 깨알같은 감초 캐릭터로 호평을 받았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캐릭터가 SBS 드라마 '시크릿 가든'속 김비서다. 그러고 보면 김성오에게는 악역 전문이라는 이름보다 '연기 잘하는 배우'라는 수식어가 더 어울린다. 
늘 맡은 배역을 잘 해내는 비결은 어떤 역이든 최선을 다해 임하는 자세에 있다. '16kg을 뺐다더라~' 하는, 체중감량의 충격적인 수치(?)가 화제를 모으긴 했지만 여기서 중요한 것은 특별한 캐릭터를 창조할 수 있게 했던, 연기자로서의 뜨거운 열정이다. 
'널 기다리며'에서 김성오는 잔혹한 연쇄살인범 기범 역을 맡았다. 기범은 어떤 결점도 허락하지 않는 완벽주의 사이코패스 캐릭터. 김성오는 이 역할을 위해 크랭크인 한달 전부터 혹독한 다이어트를 감행했다. 지독한 노력은 16kg 감량이라는 충격적인(?) 결과를 만들었고, 영화 속 그는 보고 있는 이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할 정도로 배역과 일치된 모습이다. 

인터뷰를 위해 OSEN과 만난 김성오는 "체중의 90% 이상 평균치로 돌아왔다"고 보는 이들을 안심시켰지만, 여전히 야윈 모습이었다. 
"사람 욕심이 끝이 없어요.(웃음) 죽지 않는 선에서 보름 정도? 한 달 정도 여유가 있었으면 하는 그런 아쉬움이 있었어요. 많이 힘들긴 했는데 그렇게 죽을 거 같은 정도는 아니었어요. 빈혈을 달고 살았고 앉았다 일어났다 그런 게 힘들었죠. (생략) 오늘 오면서 생각이 났는데, 우리 회사 대표님이 살 빼는 게 대단한 건데 제가 너무 쉽게 얘기한다고 쉽게 얘기하지 말라고 하시더라고요. 고생한 거 다 얘기 하라고요.(웃음)"
그렇게 김성오가 풀어놓은 고생담은 놀라웠다. 너무 갑작스럽게 다이어트를 해 귀에 있는 지방층도 얇아져 이명이 올 정도였다는 것. 촬영 중 계속 귀가 울려 병원을 돌아다녔는데, 유명한 이비인후과에서 '이관'이라 귓속 기관에 지방이 빠졌다고 진단을 내렸다. 배역을 위해 감내해야했던, 웃지 못할 고생담이었다.
충분히 예민해질 수 있는 상황들이었지만, 김성오는 오히려 연기를 위해 하는 노력이라 행복했다고 했다. 멋진 몸을 만들기 위해서였다면 할 수 없었겠지만, 연기를 위한 것이라 오히려 가능한 일이었다고. 천상 배우의 자세였다.
."몸의 아름다움을 보여주려고 뺀 게 아니라. 괴기스럽게 보이려고 뺀 거에요. 그렇게 보이려면 심하게 빼야할 거 같았어요. 어떤 신에서는 배에 핏줄을 세우고 싶어서 슛에 들어가기 전 배를 때리기도 했죠. 세트지만 정말 추웠는데, 핏줄이 나오라고 배를 때렸어요. 개인적인 욕심이죠.(웃음)"
기범의 캐릭터를 위해 그는 참고할만한 실제 캐릭터들을 찾아보기도 했다. MBC '서프라이즈'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는 전언. 그가 주목했던 살인범은 리처드 라미네즈였다.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희대의 연쇄살인범으로 이름을 떨쳤던 그는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잔혹한 방법으로 살인을 행했다 검거돼 사형장에서 최후를 맞이했다. 그런데 이 잘생긴 살인범은 감옥에서의 러브스토리로도 유명하다. 감옥 밖에서 그에게 연정을 느껴 수년간 러브레터를 보낸 여인과 옥중 결혼식을 올린 것. 김성오는 이 라미네즈가 갖고 있는 특별한 매력을 기범의 캐릭터에도 녹이고 싶었다고 했다. 
"연쇄살인마에게 사랑을 느끼는 여성들이 많다고 하더라고요. 도둑이나 강도들을 아름다운 여자가 도와주고요. 멀쩡했던 여자가 함께 살인을 하기도 하고요. 사실 기범이가 그런 느낌을 풍길 수 있도록 개인적으로는 의도를 조금 넣어 연기를 했어요. 이걸 통해 우월감이 있는, 격이 있는 살인마를 표현하고 싶었어요."
김성오는 '널 기다리며'를 샐러드 같은 영화라 표현했다. 배우로서는 자신의 연기에 아쉬운 부분이 없지 않지만, 영화적으로는 처음과 끝이 명료한 스릴러였다는 평이었다. 늘 만족할 수 없는 것은 배우의 숙명이지만, 영화에 대한 마음에는 애정이 넘쳤다. 
"어떤 영화는 먹다가 체하는 거 같을 때도 있죠. 어떤 영화는 이건 맛있고 저건 맛 없는 느낌이 들기도 하고, 재밌게 본 영화는 다른 거 생각 안 나고 재밌다는 생각이 드는 작품도 있고, '널 기다리며'는 첫 느낌이 좋았어요. 스릴러가 갖고 있는 긴장감이 있는데 그 긴장감이 샐러드처럼 깔끔하게 충분히 긴장을 시킬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관객 입장에서 그런 느낌이 들었어요." /eujenej@osen.co.kr
[사진] 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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