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톡톡] ‘육룡’, 신세경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들
OSEN 표재민 기자
발행 2016.03.22 10: 23

드라마 ‘육룡이 나르샤’는 옴짝달싹 할 수 없는 한계 속에서도 당당하게 자신의 운명을 개척하는 신세경이 연기하는 분이가 있어 더욱 흥미로운 이야기가 될 수 있었다. 민초들을 위한 세상을 꿈꾸지만 끝내 정치에 휘둘리는 나약한 백성일 수밖에 없는 분이의 희로애락은 안방극장에 깊은 여운을 남겼다. 분이는 지금 이 시대 현실 정치를 표현하는 아주 중요한 장치였기에 참 씁쓸한 감정을 일으키는 딱한 인물이었다. 그리고 신세경은 이 드라마를 통해 사극에서 민폐가 될 수 있는 여자 주인공의 덫에 빠지지 않고 설득력 있는 연기를 펼쳤다.
22일 종영하는 SBS 월화드라마 ‘육룡이 나르샤’는 이방원(유아인 분)을 중심으로 조선의 기틀을 세운 여섯 용의 이야기를 다룬다. 거센 핍박 속에서도 고려를 끝장내고 새 나라를 세우는데 혁혁한 공을 세운 분이 역시 이 여섯 용 중 하나다. 분이는 첫 등장부터 강렬했다. 올곧은 심성과 가치관을 가지고 있었고, 목숨을 내던지면서까지 백성의 고혈을 착취하는 탐관오리들을 향한 불타는 복수로 사극에서 악역이 아닌 이상 흔치 않은 주체적인 캐릭터를 완성했다.
신분의 한계, 그리고 신흥 권문세족을 중심으로 새 판이 그려지는 새 나라의 이야기 속에서도 분이는 자신의 몫을 해냈다. 물론 정치와 대의라는 이유로 번번이 절망했지만 희망을 만들어가려고 했다. 조선이 세워졌고 분이의 연통 조직이 거추장스러운, 그리고 반역의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가능성 때문에 이방원(유아인 분)과 그의 세력들이 핍박하는 순간에도 분이는 자신의 조직에 대한 책임감으로 어떻게든 구제하기 위해 방원에게 매달렸다. 분이는 결국 방원의 곁을 떠날 가능성이 높아보이면서 두 사람의 비극적인 이별이 예상되는 바. 흔해 빠진 로맨스 대신에 신념을 택하는 결말이 될 경우 분이가 그동안 걸어온 길을 더욱 이해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신세경은 ‘육룡이 나르샤’에서 강단이 느껴지는 읊조리는 말투로 분이가 가진 내공을 표현했다. 슬픔과 기쁨을 억눌러야 하는 고단한 삶의 분이, 새로운 운명을 개척하기 위해 모든 것을 내던질 수 있는 주체적인 여성의 단단한 의지를 완벽하게 구현했다. 데뷔 후 꾸준히 작품을 하며 성실하게 연기를 하는 것으로 정평이 나있는 이 배우는 남성 위주의 사극에서도 반짝반짝 빛을 내는 연기를 펼쳤다.
멜로드라마의 비극의 여주인공부터 로맨틱 코미디의 쾌활해서 사랑스러운 인물까지 연기 폭이 넓은 신세경은 수많은 인물들이 등장하는 사극에서도 자신의 역할을 훌륭히 수행했다. 자신이 쏟아내야 하는 감정 연기 뿐 아니라 상대 배우와의 연기 합을 맞추는 장면에서도 좋은 호흡을 보여주는 배우. 제 몫을 하는 연기란 캐릭터 구현과 감정 표출과 함께 상대 배우의 연기를 잘 맞춰주는 것도 필요하다는 것을 아직은 어린 배우인 신세경이 성실하게 연기를 하며 보여주고 있다. 그가 표현했던 분이는 22일 안방극장을 떠난다. 차기작으로 돌아올 신세경의 다음 발걸음이 또 기대가 된다. / jmpyo@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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