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환의 사자후] 女농구대표팀 감독, 위성우 떠넘기기 옳은가 
OSEN 서정환 기자
발행 2016.04.05 06: 06

농구대표팀 운영에 어떠한 철학과 비전도 찾아볼 수 없다. 개인의 의사를 묻지 않고 희생만 강요하는 모양새다. 
KDB생명 2015-2016 여자프로농구가 우리은행의 통합우승으로 20일 막을 내렸다. 춘천 우리은행은 3월 20일 오후 부천체육관에서 개최된 KDB생명 2015-2016 여자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3차전에서 홈팀 부천 KEB하나은행을 69-51로 제쳤다. 파죽의 3연승을 달린 우리은행은 4년 연속 통합우승을 달성했다. 
여자프로농구 시즌은 공식적으로 막을 내렸다. 하지만 여자농구는 계속된다. 한국여자농구대표팀은 오는 6월 13일부터 19일까지 프랑스 낭트에서 진행되는 올림픽 최종예선전에 출전한다. 12개국 중 상위 5팀이 리우올림픽 본선에 갈 수 있다. 

최종예선이 불과 두 달 남짓 앞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농구협회는 대표팀 코칭스태프 및 선수단 구성을 어떻게 할지 구체적인 계획이 없다. 이번에도 위성우 감독에도 맡긴다는 내부 원칙을 세웠다. 하지만 정작 위성우 감독과 제대로 된 협의과정을 거치지 않고 일방적으로 결정한 내용이다. 
위 감독은 난감하다는 반응이다. 그는 매년 챔프전까지 격전을 치른 뒤 비시즌은 국가대표팀 감독직에 할애했다. 하지만 올해만큼은 대표팀 감독직을 고사하고 쉬고 싶다는 것이 그의 솔직한 심정이다.    
우승을 확정지은 뒤 위 감독은 “내가 (대표팀 감독으로) 결정 난 것은 아니다. 내가 맡을 지 모른다. 선수들보다 내가 더 쉬고 싶다. 애가 크고 있는데 못 지켜봐줘서 마음이 아프다. 올해는 선수단을 정말 푹 쉬게 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농구협회는 위 감독에게 대표팀을 맡길 작정이다. 대표팀을 올림픽 최종예선으로 이끈 감독이 최종예선까지 연임을 하는 것이 옳다는 것. 그런데 농구협회는 지난 2012년 런던 올림픽 최종예선을 앞두고 연임을 원하는 임달식 전 대표팀 감독을 전격 경질하고 이호근 전 삼성생명 감독을 새 감독으로 앉힌 사례가 있다. 임 전 감독의 능력을 인정하면서도 그가 협회 강화위원회와 ‘불협화음’을 보였다는 것이 경질이유였다. 농구협회가 스스로 무너뜨렸던 원칙을 이제와 다시 들이대고 있다. 앞뒤가 맞지 않는다. 
여자농구대표팀의 리우올림픽 진출가능성은 매우 비관적이다.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보는 것이 옳을 것이다. 최종예선서 한국은 벨라루스, 나이지리아와 함께 C조에 속했다. 한국은 벨라루스에 지더라도, 나이지리아를 꺾고 최소 조 2위를 확보해야 8강 토너먼트 진출이 가능하다. 하지만 8강서 스페인을 만날 확률이 높아 올림픽 본선진출이 매우 어렵다. 한국이 벨라루스와 나이지리아를 모두 잡고 조 1위가 된다면 8강서 중국을 만날 수 있다. 그러나 벨라루스의 전력은 막강하다. 
한국은 2015 아시아여자농구선수권에서 3위에 그치며 아시아서도 2류로 전락한지 오래다. 변연하, 이미선 등 노장들의 은퇴로 경기력이 급격하게 저하됐다. 중참급 선수들은 국제대회 경험이 적고, 신진 선수들은 기량이 너무 처진다.  
위성우 감독은 “여자대표팀이 국제대회에 나갔지만 사실 최종예선은 힘들다고 생각한다. 박지수가 있어도 힘들다. 국제대회의 수준은 그대로인데 우리나라 여자농구는 많이 떨어졌다. 냉정한 평가다. 쉽지 않다고 생각한다. 어느 감독이 갈지 모르겠지만, 좋은 감독이 가시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혼혈선수 첼시 리의 특별귀화도 남은 기간이 촉박해 추진이 쉽지 않다. 첼시 리를 귀화시켜도 어느 정도 전력보강은 기대할 수 있지만, 올림픽 티켓을 딴다는 보장은 없다.  
위성우 감독은 여자프로농구 최고의 명장이다. 오랫동안 대표팀을 이끈 만큼 국제대회 노하우도 있다. 당장 대표팀 감독으로 그보다 적합한 인물을 찾기 어렵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본인의 의사다. 
이번 대표팀은 누가 맡아도 올림픽 본선진출을 이뤄내기 어렵다. 애초에 달성 불가능한 임무가 주어진다. 농구협회는 대표팀의 실패 시 위성우 감독에게 모든 책임을 전가하며 ‘올림픽 진출에 실패한 감독’이라는 낙인을 찍을 수 있다. 다른 감독들도 같은 이유로 여자대표팀 맡기를 주저할 수밖에 없다.
이제 농구대표팀에는 장기적인 목표와 비전, 이를 제대로 실행할 수 있는 세부계획이 필요하다. 당장의 대회참가와 일시적 성과를 위해 대회가 임박해 대표팀을 꾸리는 시대는 지났다. 농구협회가 단기적 ‘성과주의’와 ‘권위주의’에서 탈피하지 못하는 한 한국농구의 발전은 기대할 수 없다. / jasonseo34@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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