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룡'이라 가능했던 명장면 6 [아듀 육룡이③]
OSEN 박진영 기자
발행 2016.03.22 07: 00

SBS 월화드라마 '육룡이 나르샤'가 종영까지 단 1회만을 남겨놓고 있다. 지난 해 10월 '사극 어벤져스'라는 수식어를 안고 야심차게 방송을 시작했던 '육룡이 나르샤'는 예측불허의 흥미진진한 스토리와 배우들의 명품 연기, 긴장감 넘치는 연출 등으로 시청자들의 기대에 부응했다.
이성계(천호진 분), 정도전(김명민 분), 이방원(유아인 분), 분이(신세경 분), 이방지(변요한 분), 무휼(윤균상 분) 등 육룡들은 자신들이 꿈꾸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했고, 이는 곧 큰 울림을 선사했다. 이 덕분에 '육룡이 나르샤'는 49회가 방송되는 동안 단 한 번도 월화극 1위 자리를 놓치지 않았다. 코 앞으로 다가온 이별이 그 어느 때보다 아쉬울 수밖에 없는 상황. 이에 다시 보고 싶은 육룡들이 보여준 명장면을 꼽아봤다.

◆ 이성계 천호진 : 위화도 회군
'육룡이 나르샤' 속 이성계는 그동안의 사극에서 조선 건국의 주도적인 역할을 했던 것과는 조금 더 가족을 지키고자 하는 책임감 강한 아버지로 표현됐다. 이는 곧 백성을 위하는 마음으로 이어졌다. 그 중에서도 위화도회군은 그가 고통 받는 백성들을 얼마나 생각하고 있는지를 깨닫게 해주는 사건이었다.
이성계는 장정들의 억울하고 무의미한 죽음에 결국 회군을 선택했다. 승산이 없는 전쟁이었다. 하지만 회군을 하면 가족의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 결단이 필요했다. 결국 이성계는 수많은 백성들의 안녕을 택하며 진정한 지도자의 모습을 보여줬다. 그가 절망에 빠져 있는 병사들과 백성들을 구하기 위해 "나 이성계는 압록강을 건너지 않을 것이다"라고 외치는 모습은 큰 전율을 안겼다.
◆ 정도전 김명민 : 고려제라블
김명민은 정도전이라는 옷을 입고 수많은 명장면을 양산해낸 장본인인데, 그 중에서도 최고라 꼽을 수 있는 건 역시나 2회에 등장한 장평문 선언이다. 정도전은 원나라와의 수교를 막기 위해 직접 영접사로 나섰는데 이 때 칼이 아닌 엿을 꺼내들고는 보기 좋게 권문세족들을 비웃었다. 그리고 정도전은 "나 정도전, 내 목숨이 붙어있는 한 입교하는 원 사신은 목을 베고야 말 것이다"고 자신의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이어 정도전은 장평문에 모여든 수많은 유생들, 백성들과 함께 처절하고도 가슴 저린 노래를 불렀는데, 이는 뮤지컬 영화 중 명작으로 손꼽히는 '레미제라블'을 연상케 해 '고려제라블'이라는 평가를 얻었다. 또 이는 이방원이 정도전을 '잔트가르'(최고의 사내)라 부르며 따르게 되는 이유가 됐다.
◆ 이방원 유아인 : 피의 선죽교
유아인표 이방원 역시 등장할 때마다 놀라운 흡입력을 자랑하며 소름 돋는 명장면을 참 많이도 만들어냈다. 분이를 보고는 "쟤 너무 낭만적이다"라고 말하는 장면부터 마음 속 벌레를 일깨워준 홍인방(전노민 분)과의 대적, 해동갑족에게 탄핵 연명서를 얻어내는 장면, 무명의 계획을 알아채는 비범함, 광기로 써내려갔던 선죽교 비극과 두문동 화재, 정도전과의 마지막 대화 등 유아인이 탄생시킨 이방원은 소름이 돋을 정도로 강렬함 그 자체였다.
그 중에서도 압권은 '킬방원'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는 선죽교 비극을 들수 있다. 이방원과 정몽주(김의성 분)는 선죽교에서 서로를 마주봤는데, 이 때 두 사람은 '하여가'와 '단심가'로 굽힐 수 없는 서로의 신념을 드러냈다. 결국 이방원은 조영규(민성욱 분)를 시켜 정몽주를 때려죽였다. 이 때 흘린 이방원의 눈물은 잔인함 그 이상의 안타까움을 느끼게 만들었다.
◆ 분이 신세경 : 민초의 대변인
분이는 어떤 핍박과 시련에도 꿋꿋이 다시 일어서는 백성이자, 여섯 용 중 유일한 여성 캐릭터로 열혈 민초를 대표하는 특별한 인물이다. 신세경은 이런 분이를 강단있는 목소리와 눈빛으로 더욱 매력적이게 표현해왔는데, 분이의 명장면은 뭐니뭐니해도 이방원과의 첫만남이 아닐 수 없다.
분이는 권문세족의 수탈로 비참한 삶을 살던 중 정도전의 뜻에 따라 황무지를 개간하며 새로운 길을 찾았다. 하지만 이마저도 또 다시 권력자들에게 수탈당하고 마을 사람들은 죽임을 당했다. 하지만 좌절하지 않은 분이는 국법을 어겼다고 말하는 이방원의 뺨을 때리며 민초들의 설움을 드러냈다. 그리고 분이는 "살아 있으면 뭐라도 해야 한다"는 말로 큰 울림을 선사했다. 이 말은 향후 이방원을 움직이게 하는 원동력이 됐다.
◆ 이방지 변요한 : 핏빛 도화전
어렸을 때 입은 마음의 상처로 칼을 들게 된 이방지는 자신이 지켜야 하는 동생 분이와 평생의 정인인 연희(정유미 분)를 위해 정도전의 곁에 머물게 됐다. 그리고 삼한제일검이었던 길태미(박혁권 분)와의 결전에서 승리해 현 삼한제일검이 됐다.
그리고 이방지는 피의 도화전 전투에서 연희와 자신을 평생 괴로움 속에서 살게 만들었던 원수 대근(허준석 분)을 죽임으로서 과거의 족쇄를 끊어냈다. 도화전에서 피칠갑을 한 채 조영규에게 "살아서 돌아가자"고 말하며 웃는 장면은 그 자체로 시선을 압도했고, 계속해서 이어지는 무술 장면은 전율을 일으켰다. 또한 무너져 버린 연희를 안고는 "괜찮아 끝났어", "미안해"라고 말하는 그의 애달픈 순정은 많은 시청자들의 눈시울을 붉히게 만들었다.
◆ 무휼 윤균상 : "무사 무휼!" 조진웅 연상케한 육룡으로의 각성
'뿌리깊은 나무'의 프리퀄인 '육룡이 나르샤'는 무휼의 성장기이기도 하다. 무휼은 두 드라마를 이어주는 인물이기 때문. 그저 입신양명을 해야 한다는 할머니의 말에 따라 무사가 되기로 결심한 무휼은 분이를 만나 정도전, 이방원을 따르게 됐고 그 과정에서 조금씩 무사로서 성장을 하게 됐다.
그리고 명의 3대 황제 영락제가 되는 주체(문종원 분)에 맞서 이방원을 보호하며 진짜 호위무사가 되는 듯 했다. 하지만 이방원이 권력을 얻기 위해 정도전과 동생 방석을 죽이는 것도 모자라 무고한 반촌 사람들까지 희생시키자 무휼은 흔들렸다. 사람들 웃게 하는 정치를 하는 이방원이었고, 그의 옆을 지키며 보람을 느끼고 싶다고 했던 무휼이기 때문이다. 결국 무휼은 이방원을 떠나기로 마음 먹었다. 하지만 이방원이 위기에 처한 순간, 무휼은 다시 나타나 "무사 무휼!"이라고 외쳤다. 진짜 호위무사, 진짜 육룡으로의 각성이었다. '훗날 세종대왕 이도를 지키다'라는 자막이 더해진 이 장면은 '뿌리깊은 나무'의 무휼인 조진웅을 떠올리게 하며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parkjy@osen.co.kr
[사진] SBS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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