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h!쎈 초점] 길태미부터 정도전까지..줄초상 '육룡이'
OSEN 박진영 기자
발행 2016.03.15 11: 00

총 50부작인 SBS 월화드라마 '육룡이 나르샤'는 썩어 빠진 고려를 뒤엎고 살기 좋은 나라를 만들겠다는 대의 아래 뭉친 육룡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데, 끊임없이 등장하는 전투와 액션 장면으로 인해 참으로 많은 이들이 죽어나갔다. 단역은 물론이고 주요 배역들까지, 죽는 장면이 너무나 많아 '줄초상'이라고 불러도 될 정도.
특히 지난 47회에서는 이방원(유아인 분)이 왕자의 난을 일으켰고 결국 정도전(김명민 분)도 죽음을 맞이했다. 이미 역사적으로 잘 알려져 있는 죽음이었지만, 김영현 박상연 작가와 김명민을 통해 재탄생된 정도전의 죽음은 참으로 뭉클하고 안타까웠다. 이에 그간 '육룡이 나르샤'에 등장했던 '죽음 명장면'들을 꼽아봤다.

◆ 길태미 박혁권
박혁권은 '길태미 나르샤'라는 말을 탄생시킬 정도로 육룡을 뛰어넘는 활약을 보여줘 큰 사랑을 받았다. 여성스러운 말투와 독특한 패션, 진한 화장 등 길태미는 지금껏 사극에서 본 적 없는 독보적 캐릭터로 여겨지고 있다. 행동이나 말투가 너무나 코믹해 밉지 않은 악역으로 통한 것. 하지만 칼만 잡았다 하면 삼한 제일검 다운 무술 실력을 보여주며 상대를 제압, 잔혹한 성정을 드러내곤 했다.
이런 길태미인지라 죽음 역시 강렬했다. 죽을 수도 있는 위기의 순간에도 아이라인을 그리며 여유를 즐겼던 그는 결국 이방지(변요한 분)와 최후의 결전을 벌였다. 비록 이방지에게 패하면서 목숨을 잃고 말았지만 그가 남긴 "강자가 약자를 짓밟지, 약자가 강자를 짓밟느냐"는 대사는 아직도 잊을 수 없는 명대사로 손꼽히고 있다.
◆ 홍인방 전노민
전노민이 연기한 홍인방은 이방원이 어린 시절 정도전과 뜻을 같이 해온 유학자다. 하지만 심한 고문을 받고 유배를 다녀온 뒤 권문세족인 이인겸(최종원 분)과 손을 잡고는 정권을 장악했다. 그리고 이방원을 지독히도 괴롭혔다. 홍인방은 이방원의 마음 속 벌레를 꿰뚫어보며 늘 자신과 같은 인물이라 평했다. 이에 이방원은 치를 떨며 절대 홍인방의 손을 잡지 않겠다 다짐하곤 했다.
권력과 욕망에 취해 끝없이 추악해지던 홍인방은 결국 정도전 앞에서 공개 처형을 당했는데, 전노민은 곧은 심성의 유학자부터 광기에 사로잡힌 권력자의 모습까지 완벽하게 연기해내 시청자들의 찬사를 얻었다.
◆ 정몽주 김의성
김의성은 정도전이 끝까지 함께 대의를 이뤄나가고 싶어했던 인물인 정몽주를 연기했다. 정몽주는 이방원과의 단심가와 하여가, 그리고 선죽교 비극으로 유명한 인물로 '육룡이 나르샤' 역시 잊을 수 없을 정도로 소름돋는 명장면을 완성하며 큰 화제를 모았다.
정몽주는 고려를 끝까지 지키기 위해 이성계(천호진 분) 쪽과 끝까지 대립을 했는데 그 과정에서 정도전이 천출임을 세상에 알린 뒤 귀향까지 보냈다. 믿었던 정몽주에게 배신을 당한 정도전은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 이에 이방원은 분개했고, 결국 그를 죽이기로 결심했다. 이방원의 수족이었던 조영규(민성욱 분)는 선죽교에서 철퇴로 정몽주를 죽였고, 이는 곧 조선 건국의 불씨를 당겼다.
◆ 조영규 민성욱
조영규의 죽음은 예상치 못했던 사건이라 안방 시청자들에게 큰 충격을 안겼다. 조영규는 어린 시절부터 이방원의 곁을 지켜온 무사로, 이방원에게는 친형같은 존재였다. 그리고 무휼(윤균상 분)과는 티격태격하면서 깨알같은 재미를 선사하곤 했다. 이런 조영규의 활약은 민성욱의 탄탄한 연기력을 통해 더욱 빛이 나곤 했는데, 그 중에서도 죽는 장면은 뭉클함 그 자체였다.
이방원을 위해 반촌에 무기를 숨겨뒀던 조영규는 척사광(한예리 분)의 아이가 창고에 들어오자 칼을 집어들게 됐다. 하지만 곧 마음을 바꿔 아이를 돌려보내려 하는 순간 오해를 한 척사광과 맞설 수밖에 없었고, 결국 목숨을 잃고 말았다. 그리고 그는 죽어가는 순간에도 무휼에게 "들켜, 문 닫아"라고 하며 이방원을 걱정해 안타까움을 더했다.
◆ 연희 정유미
'육룡이 나르샤'는 '뿌리깊은 나무'의 프리퀄로, 이 두 드라마를 이어주는 인물 중 한 사람이 바로 연희(정유미 분)다. 정도전의 여자로 알려져 있던 연희는 '뿌리깊은 나무'에서 죽었다고 언급이 됐었는데, 이 때문에 '육룡이 나르샤' 속 연희의 생사는 궁금증을 유발하곤 했었다. 그리고 지난 47회에서 조말생(최대훈 분)은 이방지(변요한 분)를 정도전에게서 떼어놓기 위해 연희를 납치했는데, 이 때 연희는 정도전을 지키기 위해 자결을 했다.
어렸을 때 겪은 고초로 평생을 힘겹게 살아왔던 연희는 정도전과 새로운 세상을 만들며 마음 속 상처를 치유하고 있었다. 그 과정에서 이방지와도 화해하며 연정을 꽃피웠다. 하지만 이방원의 왕자의 난으로 인해 결국 이방지의 품에 안겨 숨을 거두고 만 것. 이는 이방지의 남은 삶을 바꾸는 계기가 됐다.
◆ 정도전 김명민
역사가 스포일러라는 말처럼 정도전의 죽음은 너무나 잘 알려진 사건이다. 이에 '육룡이 나르샤'의 시청자들은 정도전을 죽이는 왕자의 난에 대한 기대감을 늘 드러내왔다. 지금껏 역사적 사실도 영화같은 명장면으로 만들어냈던 '육룡이 나르샤' 였기 때문에 이 정도전의 죽음 역시 그럴 것이라 예상됐기 때문. 그리고 이는 곧 현실화됐다.
정도전은 이방원이 잔트가르라 칭했던 것처럼 죽는 순간까지도 담대했고 평온했다. 그리고 김명민은 "고단하구나, 방원아"라는 단 한마디로 그가 왜 '연기 본좌'라 불리는지, 또 그가 왜 정도전을 연기해야 했는지를 제대로 증명해냈다. /parkjy@osen.co.kr
[사진] '육룡이 나르샤' 캡처, SBS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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