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h!쎈 초점]안예은 Vs 마진가S, ‘K팝스타5’ 우승후보는 
OSEN 손남원 기자
발행 2016.03.14 15: 15

[OSEN=유진모의 취중한담]MBC ‘일밤-진짜 사나이’(이하 ‘진짜 사나이’)는 그 인기와 화제성만큼이나 호응과 비난의 롤러코스터를 타는 예능 프로그램인데 시청률이 떨어질 때면 꺼내드는 전가의 보도가 ‘여군특집’이다. 이 심폐소생술은 효능이 매우 뛰어나 프로그램의 수명을 연장시켜주는 불로초 역할을 톡톡히 해내왔지만 뜻밖의 암초를 만났다. SBS ‘일요일이 좋다-서바이벌 오디션 K팝스타 시즌5’(이하 ‘K팝스타5’)는 지난 13일 여군들이 활약한 ‘진짜 사나이’를 꼴찌로 끌어내리고 수도권 시청률 1위에 올라섰다. 그 주역은 단연 안예은과 마진가S였다.
우승후보였던 유제이가 생방송 톱6 진출대결에서 재대결군으로 탈락하는 반전을 쓴 가운데 지난주에 큰 충격을 주며 단숨에 우승후보로 급부상한 안예은의 더욱 깊어진 음악성의 폭풍이 몰아친 가운데 탄탄한 팀워크의 마진가S가 예상대로 안정된 가창력 퍼포먼스 조화의 3박자로 안착했다.
재미동포 데니스김과 조이스리, 토종 한국소녀 김예림, 중국에서 모델로 활동 중인 려위위 등 4명으로 구성된 마진가S는 예선에서 급조된 팀이다. 데니스김 조이스리 김예림 등이 소울에서 매우 뛰어난 가능성을 보이며 뭉쳤고, 심사위원들의 조언에 의해 려위위가 마지막에 합류하며 완성된 마진가S는 그 장난기 섞인 팀명과는 달리 지금 당장 데뷔해도 손색이 없을 만큼의 완성도를 자랑한다.

팀의 색깔과 음악은 조이스리가 이끈다. 초반부터 그녀는 선곡부터 편곡과 하모니까지 마진가S의 팀 정체성과 음악성을 진두지휘했다. 려위위는 나머지 세 명에 비해 가창력이 다소 떨어지고 결정적으로 한국어를 모르는 게 취약점이었다. 그런데 시간이 흐를수록 각 멤버들이 급격하게 진화하는 가운데 단연 려위위가 팀의 컬러로 부각됐다.
데니스김이 리더 역할로 에너지를 쏟아 붓는 동안 데니스김의 가창력과 해석력이 일취월장했고, 김예림은 두 사람에게 영향을 받아 소울 색채가 더욱 짙어졌다. 무엇보다 려위위는 퍼포먼스에서 단연 두각을 나타내며 급성장해 가창력과 무대매너가 이젠 프로급에 이르렀다.
사실 양현석 유희열 박진영의 세 심사위원의 극찬은 다소 과장됐고, 비판은 잔인하리만치 날카롭다. 아마추어들의 프로 등용문이고, 어차피 예능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그들 자체도 연기를 해야 하는 이유이긴 하지만 적지 않게 작위적이란 느낌을 줄 때가 종종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진가S에 대한 이구동성의 극찬은 전혀 어색하지 않다. 연예인이라고 하기엔 아직 외모와 무대매너 면에서 다듬어지지 않은 부족함이 눈에 띄긴 하지만 가창력과 화성에 더한 음악성만 따지고 보면 당장 인기 걸그룹들과 함께 무대에 내세워도 손색이 없을 만큼 강한 경쟁력을 갖췄다.
게다가 이토록 짧은 시간 안에 그만큼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에 비춰볼 때 이번 시즌이 끝날 즈음엔 우승 여부에 상관없이 기획사가 스카우트해 그길로 녹음실로 끌고 가도 될 적정 이상의 수준에 도달할 것이 거의 확실하다.
왜 이 프로그램의 제목이 ‘K팝스타5’인지 그 정답이 마진가S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씨스타나 마마무에 못지않은 실력과 그들을 따라잡을 만큼의 기대치가 충분하게 느껴지는 구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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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비교하면 안예은은 다분히 비‘K팝스타5’적이다. 수지나 설현처럼 용모와 몸매를 내세우기 힘들고 음악은 상업적이지 못하다. 하지만 모든 뮤지션이 연예인은 아니다. 모든 연예인 역시 뮤지션이 될 순 없다. 바로 안예은이 그렇다. 그녀가 수많은 대중을 열광케 하는 연예인이 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지만 음악을 좋아하는 많은 사람들을 감동시킬 가능성은 그 누구보다 높게 갖추고 있다.
지난주 충격의 ‘미스터 미스터리’에 이어 들고 나온 자작곡 ‘하얀 원피스’는 음악적으로 더욱 깊으면서도 희한하게도 조금 더 대중적이었다.
드럼과 키보드의 아방가르드한 혼돈의 전주로 시작된 이 곡은 안예은의 재즈 터치 키보드로 이어진 뒤 드럼의 블루스 리듬으로 본격적으로 전개됐다. 의도인지 자연스러움인지는 파악이 안 되지만 블루노트 음계가 간간이 섞인 멜로디를 안예은은 매우 개성 강한 스타일로 불렀는데 타령조가 섞였으며, 탄식하듯 읊조리듯 진성과 가성을 넘나들며 두왑 애드리브까지 구사하는 가창력과 창법은 정말 유니크했다. 역시 ‘미스터 미스터리’와 마찬가지로 ‘우우우 울어’라는 식의 라임 테크닉에서 재치가 엿보였다.
‘미스터 미스터리’를 24비트로 쪼갰다면 이번엔 8분의6박자로 교과서적이었다. 마치 김현식이 블루스로 재해석한 ‘이별의 종착역’을 연상시켰다. 미시시피 블루스의 거장 머디 워터스를 대입하는 게 블루스 마니아들에게는 실례일지 모르지만 정통 블루스에 취약한 한국 가요계의 척박한 현실 속에서 그녀는 분명히 빛나는 보석이었다. 한영애만큼의 가창력과 해석력은 기대하기 힘들었지만 창작력에서만큼은 단연 군계일학이었다.
냉정하게 평가하자면 ‘K팝스타5’는 세 명의 심사위원 중 분명히 박진영이 주도했다. 유행도 유행이지만 이런 박진영의 영향력 때문에 참가자들은 대부분 R&B적 성향이 강했다. 그런데 이 R&B는 매우 애매모호한 장르다. 북아메리카에 강제로 잡혀온 서아프리카 출신 흑인 노예들이 만들고 발전시킨 블루스는 백인들에 의해 리듬이 입혀지면서 리듬앤드블루스로 발전됐고, 그게 오늘날 전세계의 대중음악의 뿌리가 된 록의 기초가 됐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그런 와중에 마이클 잭슨을 기점으로 블루스와 소울(흑인음악의 통칭)에 백인의 이지리스닝과 컨트리앤드웨스턴적 색채가 가미된 보다 더 대중적이고 포괄적인 음악이 발전하면서 형태를 갖춘 게 바로 R&B다. 즉 블루스의 기본인 블루노트 음계와 콜앤드리스펀스, 그리고 발제-대답-결론의 형식이 완전히 배제된 장르다. 그러나 ‘하얀 원피스’는 분명히 R&B가 아니라 리듬앤드블루스에 더 가까웠다. 안예은이 가창 전에 ‘조금 생소한 장르’라고 소개한 배경은 이런 이유일 것이다. 이 세상에 생소한 장르나 새로운 장르는 없다. 대중의 편식과 산업의 장삿속이 생경함을 부를 뿐이다.
첫 경연에서 박진영과 양현석에게 탈락 카드를 받았지만 유희열의 와일드카드로 기사회생한 안예은은 이번 시즌의 최대 변수이자 돌풍의 핵이었다. 지금까지의 방송 내용으로만 가늠하자면 마진가S와 안예은은 단연코 강력한 우승후보다. 마진가S가 스타성으로 도전한다면 안예은은 독자적인 창의적 음악색깔이다. 결국 박진영이 움켜쥐고 있던 헤게모니는 유희열에게로 옮겨가고 있는 셈이다./osenstar@osen.co.kr
[칼럼니스트]
<사진> sbs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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