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보검, 이번엔 '혹남' 아닌 '어남'이죠 [쌍문동 인사이드②]
OSEN 정유진 기자
발행 2016.03.15 09: 15

 쌍문동 마지막 승자는 택(박보검 분)이었다. 친구들 사이에선 '희동이'라고 불릴 만큼 어수룩해 보여도, 어떤 경쟁에서든 무서운 집중력으로 상대를 파고드는 승부사. 이중적인 매력의 바둑 천재 최택은 한국 드라마에서는 흔히 볼 수 없는 스타일의 남자주인공이었다. 그리고 박보검은 그런 택을 원래 자신의 모습인 듯 자연스럽게 그려내며 안방 시청자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다. 
'응답하라 1988'의 초반, 시청자들은 누구도 박보검이 여주인공 덕선(혜리 분)의 남편이 되리라 예상하지 못했다. '어남류'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류준열의 러브라인이 돋보였기 때문. 거기에 초반 덕선이 좋아했던 선우(고경표 분)가 삼각 러브라인에 가세하며 남자주인공은 류준열과 고경표, 두 사람으로 좁혀지는 듯했다. 
하지만 드라마가 진행될수록 의외의 인물이 극의 중심에 서기 시작했다. 박보검이었다. 다른 친구들에 비해 마냥 어린아이 같기만 했던 택은 덕선에게 좋아하는 마음을 표현할 줄 아는 남자다움으로 여성 시청자들의 지지를 얻었다. 꽃같이 잘생긴 얼굴도 팬덤 형성에 한몫했다. '혹남택'(혹시 남편은 택)이라는 말이 '어남택'(어차피 남편 택)으로 바뀌기 시작한 것도 이쯤이었다.  

'응답하라 1988' 출연 배우들 대부분이 그렇지만, 박보검은 이 드라마 전만 해도 남자주인공의 아역이나, 소위 '서브 남주'라 부르는 역할을 맡아왔다. 무명이라고까지 부를 순 없지만, 이제 막 청춘 스타로 인기를 얻어가기 시작할 때라 주인공 보다는 주인공의 옆에 있는 역할을 맡는 때가 많았다. 
하지만 '응답하라 1988' 이후 분위기는 바뀌었다. 박보검은 수많은 작품들에 '러브콜'을 받는 남자주인공 후보가 됐고, 몸값은 뛰었다. 이처럼 들뜬 분위기 가운데 박보검이 먼저 선택한 차기작은 영화가 아닌 드라마다. 8월에서 9월 사이 방송 예정인 KBS 드라마 '구르미 그린 달빛'이 그것. '구르미 그린 달빛'은 조선 후기 예약을 사랑한 천재 군주 효명 세자를 모티브로 한 궁중 로맨스다. 박보검은 이 드라마에서 주인공 효명 세자 이영 역을 맡을 예정이다. '어차피 남자주인공' 혹은 '어차피 남편'(?)으로 첫 발을 내딛는 것.
박보검이 사극을 찍는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그는 영화 '명량'(2014)에서 이순신 장군(최민식 분)을 돕는 소년 수봉 역을 맡아 관객들의 눈도장을 찍었다. 궁중 사극과 전쟁 사극, 드라마와 영화는 많이 다를 것이 분명하지만, 그중에서도 극의 중심에 선 주인공 박보검의 위치 변화가 가장 의미있게 읽힌다. 카메라의 주목을 가장 많이 받는 주연으로 우뚝 선 그는 전형적일 수 있는 판타지 사극 남자 주인공 캐릭터를 어떻게 소화할까? 잘 해낸다면 '어차피 남자주인공'으로의 자리를 굳힐 수 있겠지만, 그렇지 못할 만약의 경우 한 번 얻은 '어남' 타이틀의 기반이 흔들릴 수도 있다.  
그런 의미에서 '구르미 그린 달빛'은 '어차피 남자주인공'으로 올라 선 박보검의 향후 몇 년간의 인기를 결정지을 수 있는 매우 중요한 작품이다. 그래도 이전의 작품들에서 안정적인 연기를 보여줬던 그인만큼 우려보다는 기대를 더 갖게 되는 점이 다행이다. /eujenej@osen.co.kr
[사진] OSEN DB.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