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남원의 연예산책]'시그널' 주인공 3인, 다 사는게 최선입니까
OSEN 손남원 기자
발행 2016.03.12 09: 40

이 정도면 구명 청원운동이다. tvN 금토드라마 '시그널' 속 주인공 김혜수 조진웅 이제훈을 살려달라는 네티즌 여론이 연일 인터넷을 달구고 있다. "이재한 형사를 이대로 죽게 놔둘거냐" "차수현 형사를 살려달라" "박해영 경위가 절대 죽으면 안된다" 등등.
김은희 작가도, 김원석 PD도 힘들고 괴로웠을 게 분명하다. (국민 경찰로 급부상한 3인의 형사를)죽이자니 몰매를 맞을 것이고 살리자니 드라마의 극적인 반전이 사라진다. 그래서 요즘 유행하는 드라마 엔딩이 '어결해'란다. 어차피 결말은 해피엔딩이라나. 제작진이 극의 전개에 따른 시청자와 네티즌 여론의 방향에 따라 타협하면서 벌어지는 현상이다.
그나마 다행인 건, '시그널'이 반 사전제작 드라마였다는 사실이다. 엔딩은 벌써 촬영을 마쳤다. 대본이 넘어간 건 오래전이다. 이미 알만한 사람은 다 결말을 알고 있다. 다행히 여론의 칼날에 의해 극의 전개와 엔딩이 뒤틀리는 참사를 막았다. 사전 제작 드라마가 극의 완성도를 놀일수 있는 배경에는 이런 요소들도 포함됐다.

다 알다시피 '시그널'은 판타지 스릴러를 표방하는 드라마다. 매 에피소드마다 냉혹한 연쇄살인마가 나오기도 하고 극 전반을 관통하는 악의 축도 존재한다. 이에 맞서는 과거와 현재의 형사 3인은 오로지 경찰의 사명감 하나로 막강한 적들과 맞선다. 다 살면 좋겠지만, 이들을 살리겠다고 무리하게 억지 전개를 만들다가는 스릴러 장르의 재미와 완성도가 반감될 수도 있다. 
'시그널' 뿐인가. 요즘 크게 인기를 끌었던 '응답하라 1988'이나 '그녀는 예뻤다' 등의 주인공 멜로 라인도 '누구와 누구를 맺어줘라' '새드 엔딩은 절대 안된다'는 네티즌 압박으로 제작진이 고충을 토로한 바 있다. 네티즌 여론에 굴복해서 엉성한 결말이 나올 경우? 그 여파는 작가의 의지대로 작품을 끝냈을 때보다 더 참혹한 상황에 처한 사례들이 많았다. 
이재한이 죽던 살던, 김혜수와 맺어지건 말건 '시그널'은 오늘 끝난다.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지난 11일 방송분은 시청률 10.772%(케이블기준)를 기록했다. 전 회 자체최고시청률 11.12%에는 살짝 못미쳤지만 여전히 케이블과 종편을 포함한 전 채널에서 남녀 10~50대를 통틀어 동시간대 1위를 달렸다. 
이날 15회에서는 박해영과 차수현이 이미 죽었거나 죽을 운명이었을 과거의 이재한(조진웅)을 살리려고 이리 뛰고 저리 뛰었다.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순간의 연속. '시그널'은 역시 웰메이드 스릴러였다.
그리고 오늘 결말은? 작가의 뜻대로 하소서가 '시그널'을 아끼는 대다수 시청자들이 갖는 심정 아닐까 싶다./mcgwire@osen.co.kr
[엔터테인먼트 국장]
<사진> tvN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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