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그널' 오므라이스, 무전기, 그리고 손목시계[시그널대백과사전①]
OSEN 박현민 기자
발행 2016.03.11 10: 06

tvN 금토드라마 '시그널'은 2016년 처음을 장식한 웰메이드 드라마다. 아직은 그 효능에 대해 반신반의 할 수 밖에 없었던 반(半)사전제작드라마에 대한 믿음을 심어줬고, 검증된 제작진과 연기파 배우가 한데 만나면 어떤 시너지를 낼 수 있는지를 그야말로 명확하게 입증해준 작품이기도 하다.
'식요일('시그널'이 방송되는 요일)'이다. 이제 종영까지 단 2회 만을 남겨놓은 '시그널'은 그저 본방송 만으로는 성이 차지 않는 방송임에 확실하다. 한 번 봤을때 쉬이 흘러 넘어갈 수 있는 장면들이 다시 보면 새롭게 다가오거나, 몰랐던 점을 깨닫게 되는 경우도 있다. 남은 2회의 '시그널'을 더 효과적으로 보기 위해서, 14회 동안의 방송에서 등장했던 인상깊은 소재들을 되짚어봤다.

◇오므라이스
이제 애청자들 사이에서는 오므라이스 하면 '시그널'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다. 앞서 어린 박해영(이제훈)이 고깃집에서 먹었던 오므라이스는, 그저 허기를 채우기위한 용도가 아니었다. 인주 여고생 사건의 억울한 누명을 쓰고 죽은 형 박선우(강찬희)와의 추억을 되새기며 씹어삼켰던 요리인 것. 또한 해당 오므라이스 가격은 과거 이재한(조진웅)이 어린 박해영을 위해 사전에 가격을 지불한 것이 등장하면서 박해영과 이재한을 잇는 중요한 소재로 거듭났다.
특히 이 오므라이스에 대해 김은희 작가는 OSEN과의 인터뷰를 통해 "좋아하는 음식"이라는 말과 함께 "서민적이면서도 매일 먹기 힘든 음식, 가난한 가족이 외식으로 먹었을 만한 음식들을 떠올리다가 선택했다"고 답해 드라마 속 음식 선정 하나에도 얼마나 공을 들였는지를 새삼 깨닫게 했다. 이는 오므라이스 케찹의 존재유무를 놓고, 고깃집이라는 배경에서 디테일이 가미된 연출이라는 의견이라는 주장으로 공방(?)이 벌어질 정도로 관심이 갔던 소재다.
◆무전기
'치지지지직~ 들리십니까'. 무전기가 없었다면 당연히 '시그널'도 없었다. 애초 버려질 예정이었던 해당 무전기는 갑작스럽게 시작된 무전 소리로 박해영의 손에 들어가게 된 설정. 이로 인해 과거의 이재한과 연락을 주고받으며 하나 둘 미제사건 해결해 나가게 된다. 하지만 결국 이 무전기에 붙어있는 노란색 스마일 스티커로 인해 과거 이재한이 사용하던 무전기라는 것이 알려지는 순간은 모두를 놀라게 했다. 결국 이 드라마에서 가장 '판타지'한 요소가 이 무전기이다. 때문에 이 무전기의 설정을 놓고 진지하게 걸고 넘어지기 보다는, 따뜻한 이해와 배려(?)가 필요하다.
또한 밤 11시 23분이 되는 시간 이 무전을 주고 받을 때마다 세상 제일 진지한 표정으로 변하는 두 남자 배우들이 결국은 촬영장에서는 카메라 앞에서 나홀로 연기하고 있다는 것을 떠올려보면, 절로 웃음이 나오기도 한다. 그 때문이었을까. 이 무전기 아이템이 앞서 '시그널' 제작발표회에 등장했을 때, 김혜수는 곧바로 웃음이 터졌더랬다. 물론 박해영과 이재한의 '본체'들은 무전기를 가지고 익살스러운 포즈로 현장의 모두를 웃게 만들기도 했다.
◇손목시계
시계는 '시그널'에서 중요한 소재다. 당초 타임워프 작품들이 시간에 민감하게 반응했던 만큼 '시그널' 역시 기본적으로 11시 23분 무전이라는 장치로 이를 활용했다. 과거와 현재의 연결, 그리고 과거의 변화와 현재의 변화 등은 모두 시간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극중 이재한의 아버지가 시계수리점을 하고 있다는 점 역시, 그저 아무렇게나 만든 설정은 아닐 거라는 생각이 드는 것도 당연하다.
또 있다. '시그널'을 좀 사랑했던 시청자라면 한 번쯤 품었을 의문. 현재의 차수현이 차고 있는 바로 그 손목시계다. 수현이 재한의 아버지가 하는 시계수리점에 가서 맡기곤 하던 손목 시계는 분명 이재한과 연관이 있을 것이라는 판단이 짙다. 남성용 시계라는 점과, 유독 애지중지하는 듯한 느낌이 강한 탓에 의구심을 품었던 이들은 과거 이재한이 수현의 깨진 손목시계를 보고, 해당 시계를 선물했을 것이라는 추측을 제기했다. 이와 관련해 김원석 PD는 OSEN에 "무전이 연결되는 오후 11시 23분이라는 설정, 차수현의 손목시계에 대한 이야기가 15회에 나온다"고 귀띔했다. / gato@osen.co.kr
[사진] '시그널'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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