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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윤표의 휘뚜루 마뚜루]알파고의 도전이 아닌 이세돌의 도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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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돌이 졌다. 세기의 대결로 떠들썩했던 세계정상급 프로바둑 기사 이세돌(33) 9단과 구글의 바둑 인공지능(AI) 프로그램 ‘알파고(AlphaGo)’ 사이의 첫 대국은 흑을 든 이세돌의 불계패로 끝났다. 대국 후 구글 딥마인드 최고경영자(CEO)인 데미스 하사비스는 “우리는 달에 착륙했다(We landed it on the moon)”고 기쁨을 드러냈다.

그 한판의 결과로 섣불리 인공지능이 인간지능을 능가하는 수준에 이르렀다고 단언하기는 어렵지만, 바둑에 국한시킨다면 적어도 위협할 수 있는 수준에 도달했음은 분명하다.

이세돌은 현재 세계프로바둑계의 1인자는 아니지만 중국의 커제 이전에는 최강자로 군림했던 기사였기 때문에 한국 바둑팬들의 충격이 상당하다.

첫 대국 결과만 놓고 보자면, 이세돌은 우선 심적인 부담감을 안고 상대를 알지 못한 상태에서 대리 기사와의 대국을 치러 집중력이 떨어졌다. 게다가 농심신라면배 마지막 대국에서 커제에게 패배한 직후에 치러 체력적, 심리적으로 피로감이 쌓여 있어 최상의 컨디션이 아니었을 것이라는 짐작을 할 수 있다. 또 상대의 대국 심리나 표정을 전혀 읽을 수 없었고 상대의 수를 예측할 수 없는 상태여서 특유의 흔들기나 심리전이 먹혀들지 않았다. (기계니까 당연하다.) 덤 7집반도 흑을 들었던 이세돌에게 부담으로 작용했을 수도 있다.(보통은 흑을 쥐면 덤 6집반)

하지만 이 같은 풀이는 인공지능과는 상관없는 ‘인간’ 쪽의 해석일 뿐이다. 전문가들의 진단에 따르면 이세돌은 원래 초반 포석에 취약점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세돌의 능기는 중반 이후 상대방을 흔드는 변화무쌍한 수읽기인데 ‘벽처럼 꼼짝 않는’ 알파고의 요지부동에 스스로 당황, 몇 차례의 무리수를 둔데다 우변에 뛰어든 알파고의 승부수 등에 거꾸로 혼란을 겪은 나머지 지고 말았다.

상대의 착점이 무리수인지 아닌지 가늠하기 어려운 것도 이세돌의 수읽기를 힘들게 하는 요인이다.

그렇더라도 이세돌이 대국전에 5판 모두 이겨보겠다는 기세는 그저 호언장담의 헛말로 끝날 공산이 크다. 기선을 제압당한 상황에서 10일에 2국을 맞이하는 이세돌이 알파고의 약점을 찾아내지 못하면 계속 고전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5개월 전에 알파고가 유럽챔피언 판후이에게 완승(5-0)을 거둔 것만 보고 이세돌에게 ‘선(先)으로 둘 수 있는 수준’이라는 분석이 무색해졌다. 그 사이 인공지능의 진화가 더욱 이루어졌던 것이다.

첫 대국을 통해 알파고는 판의 흐름을 주도적으로 이끌면서 정확한 계산 아래 선택과 집중의 능력을 보였고 판을 두껍게 짜 허점을 잘 드러내지 않는 프로그램으로 대응했다. 허점을 파고들기가 좀체 쉽지 않은 것이다. 입력된 프로그램에 따라 움직이는 알파고에 비해 이세돌은 제 아무리 치밀한 수읽기와 계산을 한다손 치더라도 한 판의 대국을 치르면서도 ‘감정의 기복’을 겪는 ‘인간의 조건’ 속에 놓여 있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이세돌의 1국 고전을 예측했던 프로기사 김찬우 6단은 10일 아침 JTBC에 출연, “알파고는 중앙을 중시해 판을 두껍게 짰다. 상대 약점 파악이 제대로 안됐다면 2국에서도 이세돌이 고전할 것”이라며 “결국 이세돌 자신과의 싸움”이라고 정리했다.

이길 확률이 가장 높은 수를 찾는 알파고와 최상, 최선의 수를 찾는 이세돌 사이의 제2국이 세기의 대결의 분수령이 될 공산이 크다. 초반 무리를 피해 차분하게 대응을 하다가 중반 이후 상대(기계)의 허점을 어떻게 응징하느냐가 승부의 관건이 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참고로 이번 대국의 우승상금은 승자독식으로 100만 달러(환율 110:1로 고정, 한화 11억 원)이고 별도의 대국수당, 승리수당이 붙는다. 제한 시간은 각자 2시간씩이고 초읽기 60초 3회이다. 알파고와 판후이와의 대결 때는 제한시간이 한 시간씩이었다. 제한시간이 늘어난 것이 알파고에 유리한 측면도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홍윤표 OSEN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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