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h!쎈 초점] 막장 논란에 인재 유출…지상파TV 이중고
OSEN 김보라 기자
발행 2016.03.09 17: 26

 지상파 3사(KBS·MBC·SBS)가 막장 논란은 막장논란대로 인력 유출은 인력유출대로 이중고를 치르고 있어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이러다 공영방송의 위상이 위축되진 않을지 심히 걱정된다.
9일 오후는 PD들의 이적설로 포털 사이트의 연예면이 도배된 ‘의미 깊은 날’이었다. 연예인들의 캐스팅 소식보다 더 우위를 점한 셈이다. 최근 드라마의 강세를 주도하는 CJ E&M이 지상파 출신의 검증된 드라마 PD들을 영입하는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날 한 매체는 KBS에 재직 중인 함영훈 이응복 백상훈PD가 사표를 제출했다고 보도했다.
이 가운데 특히 ‘태양의 후예’의 메인 연출가인 이 PD의 사표 제출이 드라마에 큰 파장을 미칠 것으로 예측됐으나, KBS가 곧바로 사실무근이라고 밝히면서 한차례 소동으로 마무리됐다. 함 PD만 사표제출이 사실인 것으로 밝혀졌다. 아직까지 그의 거취는 정해지지 않은 상태다.

그러나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응복 PD도 여러 차례 스카우트 제의를 받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가 아직까지 KBS를 떠날 계획이 없다고 밝혔지만, 지상파의 권위주의에 무릎을 꿇는다면 언젠가는 KBS를 떠날 날이 올지도 모르겠다.
사실 지상파의 PD들이 지상파를 떠나 tvN에 새 보금자리를 트는 일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응답하라’ 시리즈를 모두 성공시킨 신원호 PD도, ‘미생’의 김원석 PD도, ‘꽃청춘’·‘삼시세끼’의 나영석 PD도, ‘추노’의 곽정환 PD도 모두 KBS 출신이며, ‘치인트’ 이윤정 PD는 MBC 출신 스타 PD다.
이들은 물론 재직했을 당시부터 발군의 실력을 드러내왔으나, 이적한 뒤 날개가 돋친 듯 주가가 치솟아 오르고 있다. 사기업에선 실적을 내야하는 부담도 있지만, 방송사 측에서 그들이 편안하게 작품 활동을 할 수 있게 실직적인 지원을 해준 덕분이다.
비단 PD들만 자리를 떠나는 것은 아니다. ‘아나테이너’로 불리던 김성주 전현무 오정연 한석준 오상진 서현진 김일중 등 아나운서들도 프리랜서 선언을 하며 더 이상 지상파의 아성에 기대지 않고 있어 지상파의 위기감을 높인다.
이들이 이적하는 이유는 한 번에 수억 원에 달하는 이적료를 선 입금해주는 CJ E&M의 유혹에 흔들린 것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무엇보다 KBS 및 MBC, SBS의 테두리 안에선 더 이상 발전 가능성이 없다는 점과 고위 관료들의 압력이 이들의 작품 활동에 큰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케이블에선 지상파에 비해 제약도 적고, 막장 논란을 일으킬만한 주제의 드라마는 절대 방송하지 않는다는 철칙이 이들의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막장 드라마는 시청률이 잘 나온다는 것외엔 장점이 없다. 욕하면서도 본다는 막장드라마는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는 뻔하고도 극단적 상황 설정을 속도감 있게 전개시킴으로써 자신의 욕망을 위해 타인의 욕망을 무참히 짓밟아버리는 상황을 성찰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허용하지 않는다.
매일 혹은 매주 새롭게 등장하는 황당한 설정을 따라가며 바로바로 소비하는 것이 막장드라마 감상의 핵심인 것이다. 최근 종영한 MBC 주말극 ‘내 딸 금사월’만 봐도 절반의 성공으로 그쳤다. 제작진은 물론 배우들의 입지까지 ‘갉아먹는 해충’과 다름없다.
지상파 3사는 앞으로 스스로 뼈를 깎는 노력을 해야 한다. 더 이상 과거의 집단적인 아성에만 머물러 안주하고 있을 단계가 아니다. 드라마 및 예능 고위 관계자들이 후배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경청하고 묵살하는 태도를 버려야 하며, 작품의 몰입도를 해치는 PPL(간접광고)도 유연하게 사용해야 할 필요가 있다.
지금의 이 위기는 지상파가 스스로 자처한 면이 크다. 앞으로 10년 뒤 케이블과 지상파의 관계도가 어떻게 그려질지 지켜볼 일이다./ purplish@osen.co.kr
[사진]각 방송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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