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톡톡] '피리'와 '시그널', 낯선 장르물을 히트시키는 법
OSEN 박판석 기자
발행 2016.03.08 13: 30

 ‘피리부는 사나이’는 그동안 드라마에서 한 번도 다뤄지지 않았던 협상을 소재로 내세웠다 ‘시그널’은 잊혔던 장기미제사건들을 다루며 시청자들의 열광을 이끌어냈다. 두 드라마 모두 익숙하지 않은 소재들을 각자의 방법으로 매력적으로 풀어냈다.
‘피리부는 사나이’는 낯선 소재를 쉽고 경쾌하게 풀어내려고 애썼다. ‘피리부는 사나이’가 선택한 소재인 협상은 흥미진진하게 표현하기 어려운 소재다. 인질극이 벌어지는 상황이나 양상은 대부분 비슷하고 인질극을 일으킨 범인들은 결국 사살되거나 체포된다는 사실이 널리 알려져 있다. 식상한 인질극을 돌파하기 위해 ‘피리부는 사나이’는 보다 경쾌하고 빠르게 협상을 다루고 있다.
‘피리부는 사나이’ 첫 화에서는 한 회의 2건의 인질극을 등장시켰다. 한건은 성공했고 한건은 실패했다. 극명하게 갈리는 성공과 실패를 통해서 주인공인 주성찬(신하균 분)의 성격과 능력 그리고 비극적인 사연까지 단숨에 풀어냈다. 그러면서도 협상의 원칙이나 기본적인 룰에 대한 설명도 빠른 전개에 방해되지 않는 선에서 곁들여졌다.

이에 비해 ‘시그널’은 장기미제 사건을 묵직하게 다룬다. 김원석 PD의 디테일과 김은희 작가의 발로 뛴 대본에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까지 얹어지며 아직까지 해결되지 않은 사건들을 구체적으로 표현해낸다. 그렇기에 보는 사람들도 몰입할 수밖에 없다.
최근 ‘시그널’에서 다루고 있는 인주 여고생 사건은 2004년 밀양 고교생 44명이 울산에 사는 여중생 자매를 밀양으로 불러내 1년 가까이 성폭행했던 사건을 모티브로 삼았다. ‘시그널’이 다루고 있는 사건들은 모두 피해자가 존재하고 범인은 잡히지 않은 안타까운 현실을 담고 있다. 소재로서 사건을 소비하지 않고 그 안에 깊숙이 들어가서 피해자들의 고통에 직접 호응하며 진지하게 그려낸다.
‘피리부는 사나이’와 ‘시그널’은 협상과 장기미제 사건이라는 독특한 소재를 가지고 드라마를 만들어냈다. 낯선 소재인 만큼 남다른 접근 방법이 필요했고 두 드라마의 제작진은 각자 소재에 맞는 적합한 방식으로 드라마를 만들어내며 호평을 얻고 있다.
이제 첫 발을 뗀 ‘피리부는 사나이’와 끝을 향해 질주하는 ‘시그널’이 있어 행복한 요즘이다./pps2014@osen.co.kr
[사진] tvN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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