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향', 충무로 부익부 빈익빈 공식을 깨다 [귀향 돌풍②]
OSEN 정유진 기자
발행 2016.03.07 09: 21

 영화 '귀향'(조정래 감독)이 의미있는 흥행 성적으로 충무로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고 있다. 대형 배급사와 자본, 유명 감독과 배우 등이 출연하는 메이저급의 영화가 아니어도 흥행에 성공한 예를 보여주고 있는 것. 
'귀향'의 성공은 매우 특수하고 이례적이다. 그럼에도 이 영화의 성공을 주목해 볼 수 있는 이유는 대형 극장의 '독과점' 의혹이 있는 상황에서도 스크린수를 꾸준히 늘려가며 살아남은 생존력이다.
7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집계결과에 따르면 '귀향'은 지난 6일 하루 동안 23만 1,041명을 동원하며 누적관객수 260만 3,757명으로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 

애초 '귀향'은 종군위안부 소재 영화라는 점에서 관객들의 관심을 불러 모았다. 국민적으로 공감대가 있는 소재를 다루고 있다는 것이 유일한 강점인 이 영화는 사실, 흥행을 위해서는 강점보다 약점이 많은 작품이었다. 티켓 파워가 있는 배우가 출연하는 것도 아니고, 스타 감독이 연출을 맡은 것도 아니었다. 
대진표도 좋지 않았다. 개봉 전으로는 '검사외전'이 승승장구를 이어가고 있었고, 동시기에는 '데드풀'이라는 할리우드 괴물이 관객들의 큰 관심을 받고 있었다. 그 뿐만 아니라 비슷한 시기의 이야기를 그린 충무로 거장 이준익 감독의 '동주'도 기대작으로 주목을 받았다. 
그 가운데 출사표를 던진 '귀향'은 개봉 초반부터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반전이라면 반전이라 할 수 있는 성적이었다. 
'귀향'이 이처럼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필람무비'라는 프레임 덕분이다. 공분을 일으키는 내용은 작품을 본 일반 관객들의 마음을 움직였고, 입소문을 만들었다. 관객들이 느낀 분노의 감정은 더 나아가 종군위안부 문제의 해결을 촉구하는 사회적인 공감대와 시너지를 일으켰고, 영화를 보는 행위 자체가 위안부 문제 해결에 소극적인 세력과 진실을 은폐하고 축소하려 하는 일본에 대한 항의의 표시로 읽히는 데까지 발전했다.  
'귀향'으로부터 비롯된 '필람무비' 열풍은 결과적으로 충무로의 빈익빈 부익부 공식을 깼다. 시장의 논리로는 매끈하게 잘 만들어지고 포장된 상품으로서의 영화가 더 잘 팔리는 게 당연하지만, '귀향'의 경우엔 영화 자체가 사회적 공분이 표출되고 응집되는 하나의 장으로 활용됐다. 그리고 오히려 이런 점이 영화 성공의 주요 요인으로 작용했다. /eujenej@osen.co.kr
[사진] '귀향' 스틸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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