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브로맨스’ PD, 예능 명가 MBC의 새로운 길을 찾다 [인터뷰①]
OSEN 표재민 기자
발행 2016.03.06 11: 16

MBC 모바일 예능프로그램 ‘꽃미남 브로맨스’가 기대 이상의 뜨거운 반응을 일으키고 있다. 전국 방방곡곡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지상파 방송사인 MBC는 지난 해 말 모바일 전용 콘텐츠를 제작하는 부서인 스마트예능제작부를 예능본부 안에 신설하고 ‘아빠 어디가’ 김유곤 PD, 중국판 ‘우리 결혼했어요’를 만든 유호철 PD, ‘무한도전’과 ‘세바퀴’를 연출한 황지영 PD 등을 전면으로 내세웠다.
‘세바퀴’를 탄생시키고 시청률 30%를 넘기는 전성기를 이끌었던 박현석 부장이 기획을 맡는다. 그야말로 MBC 예능본부의 유능한 PD들이 지상파 MBC를 벗어나 새로운 시도의 프로그램을 내놓고 있다. 7~80분 편성이 일반화 돼 있는 기존 프로그램보다 짧지만 빠른 흐름, 10분 안팎의 방송 구성은 좀 더 가볍고 젊은 감각의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다. 더욱이 박 터지는 프라임 시간대 경쟁에서 시도하지 못할 신선한 기획으로 무장돼 있는 프로그램들이 네티즌의 발길을 붙들고 있는 중이다.
황지영 PD가 연출하는 ‘꽃미남 브로맨스’는 두 명의 절친한 남자 스타들이 함께 시간을 보내는 모습을 마치 파파라치가 쫓는 것처럼 담는 구성. 지난 달 초 방탄소년단 뷔와 배우 김민재가 하루를 보내는 모습이 공개돼 폭발적인 관심을 끌었다. 현재 배우 최태준과 블락비 지코 편이 공개되고 있다. 포털 사이트 네이버와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 합산 조회수가 한 달 만에 400만을 넘어섰다. MBC 모바일 예능 채널인 MBig TV(엠빅 TV)의 첫 공개작이자 편당 조회수 100만을 가뿐히 넘긴 황지영 PD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모바일 예능프로그램의 미래가 보인다.

-엠빅 TV는 어떻게 시작됐나.
아무래도 젊은 사람들은 스마트폰으로 영상을 많이 보지 않나. ‘움짤’이라고 불리는 짧은 영상에 익숙해져 있으니까 MBC도 이런 짧은 영상을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내부적으로 고민을 많이 했다. 그렇다고 현재 방송 환경에서는 짧은 영상을 지상파에서 방송하기는 쉽지 않다. MBC 예능프로그램이 인기를 끌고 있지만 그래도 어쩔 수 없이 거대화돼 있다. 방송 분량도 길고 출연자를 섭외할 때도 새로운 도전을 하기 쉽지 않다. 그래서 예능본부 차원에서 젊은 사람들이 선호하는 콘텐츠를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계속 나왔다.
-모바일 예능이 아무래도 시작 단계니까 제작진이 고심을 많이 했을 것 같다.
제작진이 모바일 환경에 익숙한 사람들이 아니다.(웃음) 어떻게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할지 모르겠고, 어떤 출연자가 나와야 젊은 사람들이 좋아할지, 그래서 많은 조회수를 기록할지 알 수가 없었다. 제작 문법조차도 몰랐으니 맨땅에 헤딩을 하는 느낌이었다. 포털사이트 관계자들도 직접 만나 조율하고 다녔다. 일단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보다 어떤 출연자를 네티즌이 선호할지 생각하는 게 먼저였다. 출연자들의 팬페이지 숫자, SNS 팔로워수, V앱 팔로워수를 살펴보고 섭외를 시작했다.
-왜 브로맨스를 주제로 했나.(브로맨스는 브라더(brother, 형제)와 로맨스(romance, 사랑 이야기)를 합친 신조어다)
우리가 기획을 할 때 한창 황정민, 강동원 씨의 영화 ‘검사외전’이 개봉 전 관심을 받고 있을 때였다. 또 정우성 씨와 이정재 씨가 카페에서 사담을 나누는 모습이 인터넷에서 화제가 됐다. 두 사람이 무슨 대화를 할지 궁금했다. 지상파 방송에서는 쉽게 시도할 수 없는 너무 가벼운 주제다. 지상파 방송은 일단 틀면 볼 수 있지만 모바일 프로그램은 찾아야 하기 때문에 그 콘텐츠가 좋아해야 본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흥미를 가질만한 주제를 고민하게 됐고 브로맨스가 적당하다고 생각했다.
-스타들의 꾸미지 않은 실제 성격을 볼 수 있는 구성이다.
자연스러운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스타들의 팬들은 사적인 영역을 보고 싶어 하지 않나. 스타들과 정말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특히 아이돌 스타들은 바빠서 사적으로 친구들을 만날 시간이 많지 않다고 한다. 그래서 친구들과 놀 수 있는 숨통을 트이게 하면 재밌는 모습이 나오지 않을까 싶었다. 사실 요즘에는 친구들을 만나도 밖에서 뛰어노는 일을 많이 하지 않으니까 움직이는 놀이를 하면 좋을 것 같았다. 한강 둔치에서 라면을 끓어먹는 소소한 즐거움, 그런 즐거운 시간을 만들어주고 싶었다.
-몰래 촬영을 하는 듯한 파파라치 촬영 역시 자연스러운 모습을 담기 위해서인가?
팬들이 마치 내가 좋아하는 스타의 사생활을 우연히 보게 된 것처럼 하고 싶었다. 작가와 이야기를 하다가 재밌는 것을 들었다. 강남역 한복판에 누가 봐도 연예인으로 보이는 사람이 얼굴을 가린 채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었다고 하더라. 사람들은 계속 그 사람을 쳐다보고 누굴 만날지 상상을 하지 않나. 그래서 사생활에 주목하게 됐다. 그동안 방송에 공개된 것처럼 짜인 모습이 아니라 진짜 모습을 보여주자는 생각에 파파라치 콘셉트로 촬영을 하게 됐다. / jmpyo@osen.co.kr(인터뷰②에서 계속)
[사진] 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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