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D프린터로 뽑은 현실 연이대학교['치인트'를 기억해③]
OSEN 이소담 기자
발행 2016.03.02 11: 02

 제작을 선언한 순간부터 종영을 맞는 날까지 다사다난했던 프로그램이다. tvN 월화드라마 ‘치즈인더트랩’(극본 김남희 고선희, 연출 이윤정)은 지난 1일 화제 속에 막을 내렸고, 참 많은 교훈을 남겼다. 그 중에서는 아쉬운 부분도 있지만 오래 기억될 것도 분명 존재한다. 바로 리얼리티를 살린 캠퍼스의 모습이자 현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대학생들의 모습이다. 이는 시청자들의 공감을 얻으며 함께 공분을 쏟을 ‘암벤져스’ 캐릭터들을 탄생시키기도 했다.
◇“요즘 대학생 참 바쁘다”..스펙에 목매는 N포 세대
대학생들의 로망 아닌 현실을 그렸다는 점에서 ‘치인트’는 캠퍼스를 배경으로 한 이전 드라마들과 달리 특별했다. 주로 지금까지 국내 드라마에 대학생들의 모습은 자유롭고 또 여유로운 모습으로 그려져 왔다. 이에 입시를 앞두고 있던 수험생들은 드라마 속 모습을 상상하며 대학교에 대한 환상을 품어왔던 바. ‘치인트’에서는 지극히 현실적인 N포 세대의 대학 생활을 그렸다.
‘치인트’ 주인공인 홍설(김고은 분)은 성실한 학생으로 등장한다. 이전까지 대학생이 미디어에서 다뤄질 때 주로 낭만이 부각돼 그려져왔다면 이 드라마에서는 B+ 하나에도 아쉬움이 가득한 치열한 경쟁을 보여주고 있다. 여기에 스펙을 위해 스스로 아웃사이더를 자처하고 나선 하재우(오희준 분)도 캠퍼스에서 찾아볼 수 있는 현실적인 캐릭터. 드라마를 보고 있지만 현실을 보고 있는 것 같은 씁쓸함을 자아낸다.
◇“대학가면 이런 선배 있나요?”..네, ‘상철 선배’ 들어오실게요~
대학 생활을 떠올려 보면, 가장 불만스러웠던 것으로 ‘팀플’(조별 과제)을 꼽는 이들이 상당할 것이다. 무임승차하는 팀원을 보면 “공산주의가 망한 이유는 팀플을 보면 알 수 있다”는 농담이 우스갯소리로만 들리지 않는다. 여기에 팀원을 모두 참여하도록 이끄는 것도 사회에서는 중요한 덕목이라며 ‘협동심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내리는 교수님은 또 어떠한가.
이 모습을 제대로 그려낸 건 김상철(문지윤 분)이라는 캐릭터다. 상철은 주인공 홍설의 같은 과 선배. 특히 지난 1월 11일 방송된 3회분에서 활약이 두드러졌다. 상철은 홍설에게 조장을 맡겨 귀찮은 일을 다 떠넘겼고, 회의에서도 불성실한 모습을 보이며 기어코 팀을 D로 이끄는 진상 활약을 펼쳤다. 또한 홍설의 족보를 훔쳐놓고도 뻔뻔한 모습이라거나 회를 거듭해도 나아지지 않는 진상 활약에 시청자들은 분노를 토했다. 유정(박해진 분)의 치밀한 복수가 속 시원할 만큼 말이다.
◇명작을 좌우하는 건, 1%의 디테일
드라마를 몰입하며 보다가 홀라당 깨버리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어 아주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나 홀로 서울로 상경해 악착 같이 살아가는 우리의 캔디가 알고 보니 매일 명품 패션쇼의 컬렉션을 연상케 하는 옷을 갈아입고 수백만 원짜리의 가방을 들 때다. 여기에 그녀의 자취방은 모델하우스보다 더 모델하우스 같은 집이라니. 드라마의 사정은 알 수 없지만 시청자 입장에서는 리얼리티가 뚝 떨어져 몰입을 방해하는 요소로 다가올 뿐이다.
‘치인트’에서는 놓치기 힘든 디테일의 힘을 살렸다는 점에서 추후 드라마에 귀감이 될 듯싶다. 홍설이 거주하는 자취방은 흔한 대학가 원룸을 닮아 있다. 워낙 좁은 방에 온갖 살림을 쌓아놓다 보니 발 디딜 틈 없고 장판은 익숙하기 그지없다. 작은 냉장고도 딱이다. 평범한 집안에서 태어난 홍설이 살 법한 자취방은 드라마 속 모습이 적합하다. / besodam@osen.co.kr
[사진] '치즈인더트랩' 방송화면 캡처,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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