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뚤어진 애정이 빚어낸 참극['치인트'를 기억해①]
OSEN 박현민 기자
발행 2016.03.02 11: 02

tvN 드라마 '치즈인더트랩'이 극과극 반응을 경험하며 종영했다. 원작팬들의 우려에서 시작된 해당 작품은, 첫 방송 후에는 안도감을, 9~10회까지는 호평을 일궈내며 시청률 7%를 넘었다. tvN 월화극 역대 최고시청률 경신이었다.
그러다 고꾸라졌다. 기존 캐릭터는 증발했고, 스토리의 개연성은 무너졌으며, 원작은 훼손됐다. 그럴 수 있다. 원작을 TV에 그대로 해석하거나, 혹은 그렇지 않는 것은 오롯이 제작진의 의지다. 다만 그럴거면 애초에 "원작에 충실"이라는 이야기를 꺼내면 안됐고, 원작자의 대본 공유 요구를 무시해선 안됐다. 또 변화시킨 만듦새가 어설퍼서는 안됐다. '치즈인더트랩'의 패착이었다.
어느 누구 한 명도 '치즈인더트랩'이 무작정 안 되길 바랐던 이는 없다. 아니 오히려 원작자, 원작팬, 방송국과 제작사, 이윤정 PD를 비롯한 제작진과 스태프, 박해진을 포함한 배우들, 배우들의 소속사, 그리고 시청자까지 사랑은 차고 넘쳤다.

가끔 어떤 사랑은, 의도와 상관없이 그 대상을 상처입히기도 한다. 사랑이 충만했던 '치즈인더트랩'의 패인은 어쩌면 비뚤어진 사랑이 빚어낸 참극이기도 했다.
'치즈인더트랩' 제작진의 사랑은 캐릭터를 자시들의 의지대로 변형시켰고, 원작을 무너뜨렸다. 이 과정에서 원작팬과 시청자를 납득시키는데도 실패했다. 결국 '치즈인더트랩'을 향한 시선은 날카롭게 바뀌었다. 호평과 악평의 폭은 커보여도, 결국은 한 끗 차이다.
시청자는 단순하지도, 호락호락하지도 않다. 호평 받은 작품이라도, 이상한 기류가 감지되면 순식간에 엇갈린 평가를 받기도 한다. 환호 속에 시작됐다가 '망작'(망한 작품)이 된 드라마도 있고, 저조한 시청률에서 첫 발을 내디뎠다가 기대 이상의 시청률로 박수 받으며 퇴장하는 경우도 있다.
로맨스릴러로 시작했던 '치즈인더트랩'은 결국 '사랑'을 앞세운 뻔한 삼각 멜로물로 전락했고, 매력적인 여자주인공 홍설(김고은)은 삽시간에 두 남자 유정(박해진)과 인호(서강준)를 손에 쥔 어장관리녀가 됐다.
'치즈인더트랩'을 망친 것은 잘못된 사랑이다. 진짜 사랑이란 자신의 욕심을 일방적으로 강요하는 게 아니라, 사랑받는 대상이 진정으로 행복해 질 수 있는 것을 고심하는 것이다. 5년여간 온라인에서 인기를 얻었던 웹툰 '치즈인더트랩'이 TV라는 매체로 자리를 옮겨도, 더 많은 이에게 사랑받는 작품이 되길 고심하는 것. 그런 게 성숙한 사랑이다. / gato@osen.co.kr
[사진] tvN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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