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사-여군’, 주목받기 위한 조건은 애교와 4차원? [여군is뭔들③]
OSEN 김보라 기자
발행 2016.03.01 13: 51

 MBC 예능 ‘진짜 사나이’(이하 진사) 여군특집 출연을 통해 시청자들의 주목을 받고 싶다면 애교와 4차원 면모를 갖춰야하는 걸까. 지난 1기부터 4기까지 33여 명의 여자 스타들이 입대했는데, 이 가운데 높은 인기를 끌고 많은 사랑을 받은 인물들은 이 두 가지 조건 중 한 가지는 반드시 갖고 있었다.
4차원을 넘나드는 순수함에 매력을 느낀 이들이 많았던 것이다. 걸스데이 혜리는 애교를, 래퍼 제시-배우 강예원-피에스타 차오루는 4차원 면모로 시선을 끌어당겼다. 이들은 방송 출연 후 인지도를 올렸고 그에 따른 광고 및 드라마 영화 예능 출연을 이어가게 됐다.
여군 특집에 출연한 것은 걸그룹 혜리에게 있어 신의 한수였다. 수많은 걸그룹 가운데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었고, 군대에서 온갖 생고생은 다했을지언정 애교하면 혜리라는 수식어를 얻었다. 당시 분대장과 작별의 인사를 나누며 혜리가 보여준 “이이잉~”은 짜여진 대본은 아니었다. 제작진 역시 그 부분에서 터질지 예상치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

방송 후 SNS를 통해 영상이 퍼져나가면서 기사로 재생산됐고, 방송가 뜨거운 이슈로 떠올랐다. 혜리는 여러 예능에 출연해 당시 애교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대세의 전성기를 만끽했다. 털털하고 귀여운 모습과 예상치 못했던 애교 한방으로 화제를 모은 그녀는 생활 밀착형 친근한 매력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얻었다. 걸그룹이지만 누구보다 맛있게 밥을 먹는 모습이 기존 스타들과는 또 다른 지점이었다.
여군 특집 3기로 발탁된 제시는 예측할 수 없는 돌발 행동으로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안겨줬다. 초반에는 퇴소하겠다고 했던 그녀가 차츰 군인으로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성장 드라마를 썼다. 동기들이 자신 때문에 고생을 하는 것에 대해 미안해했고, 어느 누구보다 열심히, 늠름하게 훈련을 받았다. 제시의 확 달라진 모습이 시청자들을 놀라게 만들었다.
미국에서 자라 한국 문화에 익숙지 못한 제시는 출연 소식이 전해졌을 때부터(이 프로그램 외국인 출연자가 모두 그러했듯이) 이른바 ‘구멍 병사’가 될 것이라고 예고됐다. 샘 해밍턴을 시작으로 헨리, 엠버 등 규율이 강한 군대에서 부적응으로 꽤나 고생했기 때문. 관등성명 실수는 기본이고 삐딱한 자세나 어수룩한 태도, 말실수를 하는 것이 빈번했다.
하지만 반전이 일어났다. 소울이 살아있는 군가를 불러서 귓가를 사로잡는 흡인력을 보여줬고, 안정적인 포복 자세로 동기들을 가르치는 성과를 이루기도 했다. 어느 순간 제시는 많이, 그리고 뿌듯하게 달라져 있었다. 불쑥불쑥 튀어나온 4차원적 면모도 인기를 높이는 데 큰 몫을 차지했다.
여군 2기인 강예원은 입소 준비를 하는 과정에서부터 범상치 않은 캐릭터임을 보여줬다. 엉뚱했지만 마음이 약해 눈물을 자주 흘렸고, 솔직한 매력으로 방송 초반부터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가장 눈길을 끈 건 면접 도중 결혼을 하려고 했다가 연인과 헤어진 이야기를 털어놓으며, 닭똥 같은 눈물을 흘린 사연이다. 그런가하면 안면 홍조에 두꺼운 돋보기안경을 쓰며 자신의 약한 면모를 거리낌 없이 드러냈다. 변비가 있다고 고백하는 솔직한 모습도 보여줬다. 보통 이미지를 생각하는 여배우들과 달리 내숭 없이 솔직한 고백으로 웃음을 준 것이다.
‘라디오스타’에 나가서 4차원 예능감을 발산했던 차오루는 ‘진사’ 여군 특집 4기로 합류해 대세임을 입증하고 있다.‘라스’에서 김구라 성대모사 등 독특한 개인기로 한바탕 웃음을 안겨 단숨에 4차원 캐릭터로 떠올랐다. 일본인 출신 방송인 사유리처럼, 중국 출신인 그녀가 서툰 한국어 탓에 머릿속의 생각을 엉뚱하게 표현하는 모습이 우스꽝스러웠다. 더불어 4차원으로 불리기 충분한 말과 행동도 그랬다.
그녀들에게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보다 에둘러 말하지 않는 솔직함이다. 솔직함을 무기로 군 생활은 달콤한 환상이 아닌, 현실임을 가감 없이 보여주되 일상 속에서 깨닫는 가치와 행복도 그 안에 숨겨져 있는 것이다. 솔직함 혹은 순수함이 팬덤을 넓히는 데 꽤 큰 역할을 했다. 과거와 달리, 한편으로는 연예인으로서 이미지 계산을 하지 않는, 덜 영악해졌다는 것이다.
물론 일부러 애교를 부리고 4차원인 척 연기를 하면 부정적 여론이 형성될 수 있다.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는 의미다. 주목받아야 하는 점은 과장되지 않은 솔직함이다. 가수 배우라는 화려한 타이틀은 잠시 내려놓고 군에 입대해 자신의 진솔한 면모를 보여줘야 할 것이다./ purplish@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