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저께TV] '육룡' 유아인, 이방원에게 ‘사도’가 보인다
OSEN 정소영 기자
발행 2016.03.01 07: 02

분명 이방원을 보고 있는데 사도세자의 모습이 보인다. 정확히 말하자면, ‘육룡이 나르샤’ 속 이방원과 영화 ‘사도’ 속 사도세자를 연기한 배우 유아인의 모습이 겹쳐 보이는 것. 전혀 다른 성향의 두 인물임에도 어느 순간 닮아 보이는 것은 ‘억울함’이라는 공통점이 있기 때문일까.
29일 오후 방송된 SBS 월화드라마 '육룡이 나르샤'(극본 김영현 박상연, 연출 신경수) 43회에서는 한양으로 돌아와 삼봉(김명민 분)과 본격적으로 대립하기 시작한 이방원(유아인 분)의 모습이 그려졌다.
앞서 이방원은 삼봉(정도전 분)이 파놓은 계략에 빠져 죽음이 예고된 명나라의 사신으로 보내진 상태였다. 하지만 타고난 지략과 꾀를 통해 위기를 기회로 바꾼 그는 “명황제를 설득하고 1년 안에 금의환향하겠다”라는 약속 그대로 기세등등하게 한양으로 돌아왔다.

이를 못 마땅히 여긴 삼봉은 이방원이 명나라에서 세자 행세를 했다는 말을 듣고 그를 모함하기 시작했다. 평소 이방원을 눈엣가시처럼 여기던 신덕왕후(김희정 분) 역시 이성계(천호진 분)에게 “정안군을 당장 잡아들여 문초를 하셔야 한다”라고 강력히 주장하며 그를 거들었다.
위기에 처한 이방원이 택한 것은 정면 돌파였다. 머리를 풀고 동궁전 앞에 무릎 꿇은 이방원은 “세자저하. 그와 같이 참담한 일이 벌어진 것이니 그 죄가 어찌 무겁지 아니할 수 있겠냐. 명나라 사신들이 오해하여 그리 불렸으나, 정정하는 것을 망설인 것도 사실이다. 엄히 벌하여달라”라며 눈물 흘렸다.
이 장면은 영화 ‘사도’ 속 사도의 석고대죄와도 닮은 모습이었다. 자신을 외면하는 아비 영조를 향해 석고대죄하며 죄를 뉘우치던 사도세자의 모습이 겹쳐 보인 것. 물론 유아인이 두 인물을 모두 연기한 배우인 덕이 크긴 하지만, 억울함 반 이 상황을 모면하려는 절실함 반이 섞인 석고대죄의 의미를 연기하는 모습 역시 닮아있었다.
물론 이방원의 눈물의 의미는 대의를 위해 잠시 물러선 이방원의 ‘악어의 눈물’에 가깝다. 이를 눈치 챈 삼봉은 “결국 너는 스스로 하고야 말겠다는 사사로운 꿈이 전부이질 않느냐”라고 다그쳤지만, 이방원은 “전 길을 따지지 않고, 제 길을 향해 가고야 말 것이다”라는 굳은 의지를 드러냈다.
유아인은 올해 유독 다작한 배우이기도 하고 작품들이 모두 흥행에 성공했는데, 여기에는 그의 탁월한 캐릭터 소화능력이 크게 활약했다. ‘베테랑’의 조태오나 ‘사도’의 사도세자, 그리고 ‘육룡이 나르샤’의 이방원까지 모두 다른 성격을 지닌 캐릭터들을 자유자재로 연기하며 대중들을 사로잡은 것.
때문에 그의 연기를 보고 있자면 때로는 조태오가 때로는 사도세자가 때로는 이방원이 보이기도 한다. 이처럼 ‘천의 얼굴’을 가진 유아인의 활약은 앞으로도 더욱 빛날 것으로 보인다. ‘표전문 사건’을 계기로 정도전을 내몰며 본격적인 ‘킬방원’의 서막을 열 준비를 마쳤기 때문. 과연 그가 놓은 독수는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지 많은 이들의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 jsy901104@osen.co.kr
[사진] '육룡이 나르샤' 캡처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