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남원의 연예산책]백종원은 어떻게 먹방지존이 됐을까
OSEN 손남원 기자
발행 2016.02.28 10: 35

폭풍 흡입 장면을 보는 순간 군침이 절로 돈다. 후루룩 쩝쩝 소리는 애간장을 녹인다. 뇌 속에는 오로지 저 음식을 먹고 싶다는 생각뿐. 백종원의 먹방에는 도저히 당할 재간이 없다. 시청자 식탐을 자극하고 살을 부르는 SBS '백종원의 3대천왕'이 토요일 저녁시간으로 옮겨진 게 다행이다. 뿌리칠 수 없는 야식의 유혹만큼은 사라졌기에. 
백종원은 자신을 셰프 아닌 요리사라고 했다. "뭐 대단한 요리를 만드는 것도 아니잖유~ 그런 제가 뭔 셰프예유?"란다. 방송가에서 캐스팅 0순위에 오를 정도로 독보적인 인기 영역을 구축했지만 연예인은 절대 아니라고 손사래를 쳤다. 그나마 올해 초부터는 방송인 호칭을 굳이 마다하지 않는다. 지난 해 TV3사의 연말 시상식 초청은 모두 사양했었다.
먹방의 기본은 맛있게 먹는 것이다. 이 장르에서 백종원은 배우로치면 송강호 황정민 김윤석급이다. 한 마디로 연기파이고 실력파인 셈. 내공 깊은 배우들은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자신의 캐릭터에 빠져든다. 그들이 슬플 때 관객도 울고 악할 때 몸서리 치며, 웃을 때 배꼽을 잡는다. 백종원이 나무젓가락을 쫙 가른 뒤 입을 벌렸을 때? 시청자 눈은 절로 동그래지고 침은 꿀떡 넘어간다. 인간과 음식의 합일이나 다름없다. 연기로치면 더 이상 잘할 수 없는 달인의 경지랄까.  

진정 맛있는 음식 먹기를 좋아하고 요리하기를 사랑하기에 가능한 일이다. 몸에 안 좋은 재료들 팍팍 친다고 욕을 먹으면서도 레시피 나누기를 꺼리지 않으며, 살 찐다고 아내(소유진)에게 혼 난다고 푸념하면서도 들었다하면 국물 한 방울 남기지 않는다. 이러니 백종원 먹방이 TV 예능을 평정할 수 밖에.
보이는 결과물이 쉽고 간명할수록 만드는 과정은 힘들고 고되기 마련이다. 백종원 먹방이 그렇다. 한 방송 관계자는 "백종원이 '3대천왕' 촬영에 들이는 일정은 보통 한 주에 2~5일 정도다. 처음 계약할 때보다 두 배이상 늘어났다. 제작진이 요구한 게 아니고 백종원이 자청한 것이나 다름없다. 방송에 등장하는 맛집들이 전국 방방곳곳에 있는 데 모두 직접 다니기 때문"이라고 했다. 
'3대천왕' 제작진 입장에서는 불감청 고소원이다. 말리는 척 부추키는 꼴이다. 이로 인핸 백종원은 다른 예능 프로 출연들을 거의 정리했고 모든 제의를 거절하고 있다. "백종원은 본업이 사업이기 때문에 이런 일정이면 현실적으로 다른 프로그램 촬영을 진행할 수가 없다"는 것이 이 관계자의 귀띰이다.
백종원은 지난 해 8월 '3대천왕' 첫 방송 이래, '아는 만큼 맛있다'는 모토 아래 맛깔스러운 먹방을 선보여 '백설명' 애칭을 새로 얻었다. 백주부, 백서생, 슈거보이 등 그에게 붙는 별명들은 하나같이 대중 친화적이다. 대중이 좋아하고 즐겨 먹을 수 있는 가격대의 음식들을 그가 만들고 흡입하기에 가능했다.  
백종원은 "전문 방송인도 아닌데 프로그램 섭외 요청이 많이 온다. 음식과 관련된 것만 하고 싶어서 모두 거절을 하고 있다"며 "요식업을 하다 보니 방송 노출로 덕을 보는 것이 아니냐는 시선이 있어서 민감한 부분이 있는데, 음식 방송을 시작하면서 느꼈던 점이 많다. 음식을 즐기는 분들도 많은 것을 알고, 정보가 많으면 선택의 폭이 넓어진다"고 했다.
백종원으로 인해 음식의 맛을 알고 이해할수록 덩달아 뱃살도 늘어나는 것도 사실이지만./mcgwir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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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SBS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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