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톡톡] ‘태양의후예’ 송혜교, ‘고구마’ 없는 통쾌한 입담
OSEN 라효진 기자
발행 2016.02.26 15: 10

 최근 드라마 시청자들 사이에서는 ‘고구마’ ‘사이다’라는 표현이 심심찮게 오고 간다. 각각의 낱말들은 물도 없이 고구마를 삼킨 것 같은 답답함을, 그 와중에 탄산음료 한 모금을 마신 듯한 시원함을 묘사하면서 드라마계 용어로 탈바꿈했다. 내내 ‘고구마’를 먹이다가 아주 잠깐 ‘사이다’를 주는 요즘 드라마 가운데 KBS 2TV 새 수목드라마 ‘태양의 후예’는 시원하고 속도감 있는 전개로 호평받고 있다. 이 드라마에서도 독보적 ‘사이다’ 역할을 하는 배우가 송혜교다.
송혜교는 ‘태양의 후예’에서 거침 없는 성격의 흉부외과 전문의 강모연으로 분했다. 누가 봐도 불량배 중 한 명일 것 같은 김기범(김민석 분)은 물론 패거리의 대장으로 오해하고 있던 유시진(송중기 분) 앞에서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주장을 피력한다. 아담한 체구에 눈빛만은 형형하다. 그 어떤 폭력이나 불의에도 맞설 듯한 모습이다. 다만 성격이 다소 급해 남의 말을 차분히 들으려고 하지 않는 것이 흠이라면 흠일까.
지난 25일 방송에서 강모연은 세 번째 도전한 교수 임용에서 낙방했다. 실력으로는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그였지만 첫 번째는 나이가 어려서, 두 번째는 선배들에 밀려서 떨어졌다. 이번만큼은 담당 교수로부터 확답까지 받아낼 정도로 기대를 걸었지만 실력은 없는데 집안은 빵빵한 동기에게 밀려나고 말았다. 병원 구석에 몰래 숨어 서럽게 엉엉 우는 강모연의 모습이 큰 공감을 줬다.

여기서 울고만 있는 것이 강모연이라면 ‘사이다’라고 하지 않았을 터다. 자신에게 논문 대필을 맡겨 놓고 엉뚱한 사람을 교수로 임용한 과장을 찾아가 “적어도 셋 중에 한 번은 실력이 빽이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일갈한다. 네 번째 기회마저 사라질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강모연은 참지 않았다.
또 강모연은 위기를 기회로 만들기도 했다. 강모연을 밀어내고 교수가 된 동기가 방송 대타를 부탁했는데, 뛰어난 언변과 미모를 뽐내며 해당 방송에 고정 출연을 하게 된 것이다. 전세는 역전됐다. 병원 곳곳에는 강모연을 모델로 한 홍보물들이 걸렸고, 교수까지 됐다.
그런가하면 강모연은 자신을 마음에 들어 하는 병원 이사장(태인호 분)도 대차게 거절했다. 저녁을 같이 하자더니 호텔방으로 부른 이사장을 독설과 폭행(?)으로 응징하는 모습 또한 속이 시원하게 뚫리는 느낌을 주기 충분했다.
강모연은 유시진과의 ‘LTE’급 로맨스에서도 결코 주도권을 잃지 않았다. 매번 작전에 투입돼 제대로 된 데이트 한 번을 못 해 본 유시진을 덮어 놓고 이해해 주기 보다는 해명을 요구했다. 자세한 내막은 기밀이므로 들려줄 수 없다는 유시진을 등지고 자리를 뜨는 강모연의 뒷모습은 몹시도 당당했다.
방영 전부터 큰 기대를 모은 작품이기는 했지만, 강모연의 시원한 입담을 비롯한 배우들의 호연과 ‘사이다’ 전개에 2회 만에 15.5%라는 놀라운 시청률을 기록했다. 앞으로 강모연의 개운한 입담이 ‘태양의 후예’ 속에서 펼쳐질 답답한 상황을 뚫어 주는 역할을 할 지 주목된다. /bestsurplus@osen.co.kr
[사진] ‘태양의 후예’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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