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맨’ PD가 말하는 예능과 육아 사이의 딜레마 [인터뷰②]
OSEN 정소영 기자
발행 2016.02.24 10: 16

웃기느냐 울리느냐, 그야말로 ‘딜레마’다.
늘 사랑스러운 아이들의 모습으로 시청자들을 울리고 웃기는 KBS 2TV ‘슈퍼맨이 돌아왔다’의 이면에는 프로그램의 방향을 위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노력하는 제작진의 노고가 숨어있다. 예능과 육아가 합쳐진 프로그램인 만큼, 두 포맷의 성격을 모두 충족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슈퍼맨이 돌아왔다‘의 강봉규 PD는 프로그램이 런칭된 지 4년차를 맡은 지금까지도 이 간극을 메우기 위한 고민을 멈추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예능으로서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줘야 한다는 점과 아이들이 출연하는 육아 프로그램인 만큼 마냥 재미만을 추구할 수 없다는 점은 늘 그의 고민의 주제가 된다.

- ‘슈퍼맨이 돌아왔다’는 대표적인 육아 프로그램 중 하나다. 연출자로서 육아 프로그램의 장점과 단점 혹은 힘든 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아이들과 함께 한다는 것이 장점이자 단점이기도 하다. 사실 단점이라기보다 힘든 점이라고 할 수 있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아이들의 천진난만함과 귀엽고 예쁜 모습을 볼 수 있는 게 장점이지만, 동시에 더 철저하게 준비해야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결코 미리 짜놓은 촬영 계획그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아이들이 졸리면 자야 되고 하기 싫으면 안 하니까. 그렇기 때문에 아빠들도 제작진도 현장에서 순발력을 발휘해서 촬영을 진행해야 하는 게 재밌기도 하고 힘들기도 하다.
- 아이들과 함께 하는 촬영인 만큼 특별하게 신경 쓰는 부분이 있다면?
매번 새롭고 긴장 된다. 지금까지 하면서 긴장을 늦출 수 없었던 건 아이들은 어디로 튈지 모르기 때문이다. 자칫하면 사고가 날 수도 있다. 그래서 방송을 시작할 때부터 지금까지 안전을 가장 신경 쓰고 조심하려고 한다. 촬영 때도 항상 긴장하면서 찍는다. 다행스럽게도 지금까지는 실수가 없어서 감사하게 생각한다. 만약에 아이들이 다치면 너무 미안할 것 같고 부모님들께도 죄송할 것 같다. 앞으로도 안전을 첫째로 생각할 것이다.
- 새로운 가족을 섭외하는 ‘슈돌’만의 기준이 있나.
기준은 별로 없다. 출연만 해주시면 감사하다. 출연을 허락해주시는 분들과 함께 하고 있다는 게 맞는 표현인 것 같다. 아빠를 주인공으로 본다면 본인이 살고 있는 집, 같이 살고 있는 가족 등 주변인들과 생활 자체를 방송을 통해서 오픈하는 것과 같다. 쉽게 결정할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섭외를 할 때도 그런 부분을 부담스러워서 고사하시는 분들이 대다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을 가져보겠다는 판단으로 흔쾌히 출연을 결정해주시는 분들에게 감사하다.
- 섭외에 어려움이 많았을 것 같다.
일반적인 예능 프로그램은 당사자들끼리 만나서 ‘합시다’라고 하면 딱 끝나는데 우리 프로그램은 그렇게 되지 않는다. 당사자를 설득하면 그 다음엔 아내, 가족, 부모님, 장인장모님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 가족의 문제이기 때문에 시간도 오래 걸리고 설득해야 하는 분들도 많다. 이 과정이 참 힘들다. 어떻게 보면 사생활이 노출되는 부분이기 때문에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다.
- 아이들이 어느 정도 성장하면 하차하는 게 맞다는 의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프로그램 초반에 출연했던 준우와 준서 그때 이미 각각 11살, 7살이었다. 아이들은 자기들이 뭐하는 건지 인식하고 있었다. 물론 우려한 부분도 있었지만, 방송이 아이들에게 미치는 영향보다 아빠가 아이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더욱 클 것이라고 생각하고 추진했다. 원래는 준서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면 입학식을 마지막으로 촬영을 끝내자고 했었는데, 그 뒤로도 계속 출연했다. 방송이 비춰지는 것들이 나쁜 것보다 좋은 게 많아서 계속 한 게 아닐까. 그 점은 부모님들이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아이들이 방송을 인지를 한다고 해서 꼭 하차를 해야 하는 건 아니라는 건 촬영으로 확인한 부분이다.
- ‘슈퍼맨이 돌아왔다’는 예능인 동시에 육아 프로그램이다. 이 간극을 적절하게 유지하기 위한 딜레마도 있을 것 같다.
확실히 어렵다. 우리 프로그램이 여러 가지 상황적인 의미가 있는데, 예능이지 않냐. 예능인 동시에 육아와 관련된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짊어져야 하는 사회적인 책임이 있다. 현실적인 육아도 다뤄야 하니까 재미만 생각할 수는 없다. 현실적인 면도 어느 정도 보여줘야 하고 재미도 있어야 하니 PD로서 고민이 될 수밖에 없다. ‘슈퍼맨이 돌아왔다’가 방송되는 시간이 보통 다들 지쳐서 아무것도 하기 싫은 주말 저녁 시간대다. 이때 아이들의 천진난만하고 예쁜 모습을 보며 시청자들이 위로를 받았으면 좋겠다. 현실 반영이 떨어진 게 아니냐는 말도 있는데, 맞다. 시간대와 어찌됐든 예능이라는 점을 생각하면서 가고 있긴 하지만, 어느 정도는 현실적인 육아들을 반영해야 하는 부분도 있어서 항상 고민이 된다. / jsy901104@osen.co.kr
[사진] OSEN DB, KBS 제공.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