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멤버' 정혜성 "엄한 아버지, 내 바른 생활의 이유" [인터뷰]
OSEN 박진영 기자
발행 2016.02.22 15: 42

배우 정혜성의 2015년은 정말 눈 코 뜰 새 없이 바빴다. MBC '오만과 편견'이 끝나자마자 KBS '블러드',  MBC '딱 너 같은 딸', KBS '오 마이 비너스' 등에 이어 SBS '리멤버'까지 출연하며 정말 정신없는 한 해를 보냈다. 데뷔 3년 차 신인에게는 이렇게 끊임없이 러브콜을 받는다는 것이 엄청난 행운이 아닐 수 없다. 정혜성 역시 연기할 수 있는 것이 너무나 즐겁다며 밝게 웃으며 행복해했다.
정혜성은 최근 종영된 SBS 수목드라마 '리멤버-아들의 전쟁'(극본 윤현호, 연출 이창민, 이하 '리멤버')에서 빼어난 외모에 승부욕이 넘치는 재벌가 일호그룹 남일호(한진희 분)의 막내 딸이자 검사인 남여경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절대 악인 남규만(남궁민 분)의 동생이기도 하다.
처음엔 남녀 주인공을 괴롭히는 악역인 줄로만 알았다. 법대 동기인 이인아(박민영 분)와 검사가 된 이후에도 계속해서 대립을 했기 때문. 이 때문에 금수저로 갑질만 행사하는 오빠 남규만과 손을 잡는 것은 아닌가 하는 불안감도 살짝 일었다. 일호와 규만은 가족인 여경 앞에서까지 섬뜩한 면모를 자주 드러내왔는데, 규만이 살인을 고백하는 장면이나 일호가 뺨을 때리는 장면은 시청자들에게도 큰 충격을 선사했다.

하지만 여경은 끝까지 검사로서의 책임감을 잃지 않았다. 살인을 저지르고도 죄책감 하나 느끼지 않는 오빠를 법으로 심판할 수 있도록 도왔다. 그리고 아버지에게서도 냉정히 등을 돌렸다. 여경까지 진우에게 힘을 보태면서 극은 더욱 속시원하게 전개가 됐고, 결국 '리멤버'는 20%가 넘는 시청률을 기록하며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었다.
종영 후 만난 정혜성은 "시청률이 잘 나와서 정말 좋다. 이렇게 시청률 많이 나온 작품을 해본 건 처음이다"며 굉장히 기뻐했다. 이어 정혜성은 "종방연에서 마지막회를 봤는데 진우와 인아가 마지막에 지나갈 때 눈물이 나더라"고 덧붙였다.
"저희는 쪽대본이 없었다. 그래서 다들 편안하게 촬영을 했다. 선배님들도 연기를 정말 잘하시니까 밤도 거의 안 샜다. 좀 늦게 출연이 결정되기는 했지만 선배님들이 워낙 잘 끌어주셔서 부담될 건 없었다. 특히 남궁민 오빠와 민영 언니가 정말 많이 끌어주고 도와줬다. 박성웅 선배님도 많이 예뻐해주셨다. 특히 민영 언니는 제가 낯도 가리고 할 때 더 편하게 해주려고 해주셨다. 먼저 말도 걸어주고 핫팩도 챙겨주고. 정말 고마웠다."
남궁민이 악역을 너무나 잘 소화해서 감정 이입을 하는데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밝힌 정혜성은 "비행기 표를 주면서 '안녕'이라고 하는데 화가 순간적으로 차올랐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어 "한진희 선배님께 맞는 장면에서는 실제로 맞지는 않았다. 지금까지 작품을 할 떄 맞는 장면은 전부 다 맞았었기 때문에 이번에도 그럴 줄 알았는데 선배님이 '너 진짜로 맞으면 턱 돌아가'라고 하시며 맞춰보자고 하시더라. 방법까지 알려주시는데 연기를 정말 잘하시니까 방송으로 전혀 티가 안나더라. 신기했다"라고 말했다.
지금까지 출연했던 작품들과 마찬가지로 '리멤버' 역시 촬영 현장 분위기가 정말 좋았다고. 하루 종일 찍어야 하는 법정신이 매주 등장했었는데 그 때마다 전광렬, 박성웅, 엄효섭 등 연기파 배우들이 촬영장을 재미있게 만드는 분위기메이커 역할을 해냈다고 한다. 정혜성은 "전광렬 선배님이 반전이었다. 정말 장난 많이 치시고 분위기를 좋게 만들어주셨다. 박성웅 선배님, 엄효섭 선배님도 정말 재미있으시다. 재판신을 찍는 날은 배우들이 총집합을 하는 날이라 그런지 오히려 더 좋고 재미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정혜성은 "전 인복이 많은 것 같다. 늘 좋은 분들과 함께 했다"며 "배우 생활도 현장을 좋아하고, 화합하는 것이 좋아서 시작을 하게 됐다. 18살에 MBC '친구, 우리들의 전설'에서 처음 연기를 하게 됐는데 그 때 '연기를 하고 싶다', '연기를 잘해서 인정 받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연히 현장에서 연기를 하게 되면서 그들과 호흡을 하고 수많은 스태프들과 신을 만들며 얘기를 하는 것이 정말 좋았다. 그렇게 연기도 좋아하게 됐다"고 함께 드라마, 영화를 만들어가는 과정 안에서 느끼는 행복과 보람을 피력했다.
정혜성이 앞으로 해보고 싶은 캐릭터는 밝고 맑고 애교 많은 성격의 인물. 특히 최근 자신이 맡았던 KBS 2TV '오 마이 비너스'의 장이진과 같은 역할을 다시 한 번 연기해보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그리고 정혜성은 롤모델로 김혜수를 꼽으며 "우연히 뵈었는데 키는 작지만 포스가 장난이 아니시더라. 연기도 정말 잘하시고. '시그널' 속 김혜수 선배님을 보는데 '역시 내가 롤모델로 얘기한 건 틀리지 않았어'라며 환호할 정도였다. 선배님만의 아우라가 정말 멋지시다. 인성도 좋으시고 연기도 잘하시며 옷도 잘 입으신다. 종합적으로 다 훌륭하시다. 그렇게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 훌륭한 배우가 될 수 있도록 매일을 올바르게 살아야겠다고 다짐하고, 또 노력하려 한다"고 덧붙였다.
정혜성이 이런 생각을 하며 어떻게든 바르게 살아가려 노력하는 밑바탕에는 엄하신 아버지의 지극한 딸 사랑이 있었다. 정혜성은 "아버지가 정말 엄하시다. 항상 올바르게, 항상 예의바르게 라는 생각을 하시며 제가 바르게 클 수 있게 길잡이 역할을 해주셨다. 정말 엄하게 정신교육을 하신다"고 전했다.
"지금은 촬영을 할 때 전화를 많이 안하시는데 작년 6월까지만 해도 안 그러셨다. 항상 전화하시면서 시간 체크를 하셨다. 촬영 스케줄 때문에 1시간 반 정도 겨우 눈을 부치고 나가야 하는 상황에서도 인사를 꼬박 꼬박 받으셨다. 정말 힘들었다"며 "촬영이 없으면 밤 10시 이후에는 집에 있어야 하고, 저녁 7시만 되어도 어두워지니까 그 때는 편의점도 혼자 못 가게 하셨다. 창살 없는 감옥이었다. 그래서 제가 일하는 것을 좋아하는 것 같기도 하다.(웃음) 물론 지금은 안 그러신다. 제가 이제는 어디가서 허튼 짓 안할거라 생각하시는 것 같다."
마지막으로 정혜성에게 올해 계획이 무어냐고 질문했다. 이에 정혜성은 특유의 유쾌한 웃음을 지으면서 더 좋은 작품을 만나고 싶다는 야무진 바람을 전했다. "지난 해 초반에 인터뷰를 할 때 '쉼없이 일했으면 좋겠다'고 했었는데 정말 하루도 쉼없이 일했다. 정말 말하는대로 됐다. 그래서 올해는 3월 한 달만 쉬고 끊임없이 좋은 작품을 했으면 좋겠다. 아직은 신인이니까 좀 더 좋은 작품을 많이 경험하고 싶다." /parkjy@osen.co.kr
[사진] 정송이 기자 ouxou@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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