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h!쎈 초점] ‘복면가왕’도 스포일러와의 전쟁, 시청자는 피곤해
OSEN 김보라 기자
발행 2016.02.19 12: 31

 흔히 인기 드라마나 예능은 전개에 대한 궁금함 때문에 당락에 대한 결과가 기사화되곤 한다. 남편 찾기에 열을 올렸던 tvN 드라마‘응답하라’ 시리즈와 가수와 멤버들의 컬레버레이션으로 화제를 모은 MBC 예능 ‘무한도전’ 가요제 등이 그에 해당된다.
방송 시작 전에 라인업이 공개돼 시청자들의 김을 새 게 만든 것이다. 사실 스포일러가 본인만 대단한 사실을 알고 있다는 마음에 공개하는 기쁨을 누릴지 모르겠으나, 그에 따른 가장 큰 피해자는 시청자다.
최근 높은 인기를 얻고 있는 MBC 예능 ‘복면가왕’도 그 대열에 합류한 모양새다. 기자들 역시 자성의 목소리를 높이며 지켜줄 건 지켜주자는 입장이지만, 일각에서는 복면을 쓴 가수에 대한 정체 공개경쟁이 심해지면서 스포일러들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사실 ‘복면가왕’의 제작진은 사전에 방청객과 서면 계약서를 작성할 정도로 비장하게 입단속을 하고 있다. 방송 녹화현장 사진을 SNS 올려 출연 가수의 정체나 우승자 결과가 유출되면 법적 제재를 가하고, 경제적인 손실을 책임져야한다는 내용의 각서를 받는 것이다.
이로 인해 ‘복면가왕’의 생방 녹화에 참여한 애청자들은 막중한 책임감을 가지고 비밀을 지키기 위해 노력한다. 방송의 핵심인 가수가 미리 공개되면 방송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스스로 조심하는 것이다.
프로그램의 재미를 위해 숨기는 제작진과 그것이 궁금해 참지 못하는 시청자 사이의 줄다리기는 그 과정에서 벌어지는 묘한 재미도 있다. 일주일 동안 방송을 기다리면서 시청 욕구가 상승하고, 그 열기가 프로그램을 만드는 제작진에게 전달되면서 서로 윈-윈하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하지만 이 관계를 끊으려하는 스포일러의 배신으로 시너지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결과를 이미 알았으니 굳이 본 방송을 볼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것이다. ‘볼 권리’가 있는 시청자들에게 예의를 지키는 차원에서 비밀을 지켜주려는 양심이 필요하다. 제작진 입장에서도 한층 강화된 단속을 벌일 필요도 있어보인다.
지나친 선 공개는 콘텐츠의 경쟁력을 갉아먹는 만큼 제작진이나 시청자 모두 보다 세심한 접근이 필요하다. 스포일러는 프로그램에 대한 지나친 관심과 사랑은 제작진과 시청자들을 괴롭게 만든다는 점을 항상 잊지 말아야할 것이다./ purplish@osen.co.kr
[사진]MBC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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