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텔’ PD “작가들, 놀면서 방송? 일 많아 미안하다” [인터뷰③]
OSEN 표재민 기자
발행 2016.02.18 09: 50

MBC 예능프로그램 ‘마이 리틀 텔레비전’(이하 ‘마리텔’)의 인기 비결에는 반짝반짝 빛나는 스타들뿐만 아니라 친근한 제작진이 시청자 눈높이에 맞춰 직접 스타들의 다양한 재주를 검증하면서 나오는 재미가 큰 몫을 한다. 온갖 몸을 쓰는 일을 하며 실험쥐라는 의미의 ‘모르모트 PD’라는 별명을 얻은 조연출부터 음식을 먹고 과장된 표정을 지어보이며 재미를 안겼던 ‘기미 작가’, 날이 갈수록 미모를 드러내는 일명 ‘똥 PD’ 등이 있다.
많은 스태프가 온몸을 던져가며 몸을 구르거나,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흔히 주변에서 볼 수 있는 ‘몹쓸 몸매’에 옷을 구겨넣으며 ‘현실 패션’을 보여준다. 모델이 아닌 스태프가 스타들의 재주를 직접 체험하는 일은 재미와 함께 솔직한 반응 때문에 스타들의 콘텐츠에 대한 신랄한 평가하며 ‘마리텔’의 인기 비결이 되고 있다.
프로그램을 만드는 일을 하지만 프로그램 속에서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이들을 수면 위로 올린 간판 연출자인 박진경(34), 이재석(32) PD는 자신들과 함께 재밌는 프로그램을 만드는 제작진에 대한 미안한 감정을 드러냈다.

-메인 연출자인 두 사람은 왜 방송에 안 나오나.
박진경: 우리가 나가면 스태프가 방송 욕심이 있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사실 조연출이나 작가가 나가면 우리가 프로그램을 위해 나가달라고 부탁하는 것을 시청자들이 알 것 같다. 그런데 우리가 나가면 방송 욕심으로 보일 것 같다.
이재석: 작가들이 아이템을 구성하다가 자신들이 방송에 나가야 하나 고민을 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 짠하다. 사실 프로그램이 잘됐을 때 작가의 공로가 많이 주목받지 못해 안타깝다.
박진경: 작가들이 정말 고생을 많이 하는 프로그램이다. 흔히들 작가들이 하는 게 무엇이 있냐고 오해를 하기도 한다. 그런데 그들은 구성뿐만 아니라 프로그램 속 꾸미는 모든 것을 한다. 섭외부터 소품 챙기고 구성을 만든다. 그리고 현장에서 진행도 연출자와 함께 한다. 심지어 우리 프로그램은 출연까지 한다.
-작가들이 고생하는 프로그램인가 보다.
이재석: 출연자가 5팀이다. 팀마다 전담 작가와 조연출이 있다. 생방송 때 시시각각 보완을 해야 한다. 스타들에게 수정 사항을 말해줘야 한다. 고생을 많이 한다. 더욱이 작가들은 다른 프로그램에 비해 부담감을 더 갖는 것 같다. 모두 같이 만들지만 각자의 방이 있으니까 심적인 부담감이 있는 거다. 만약에 그 방의 방송이 잘 풀리지 않으면 자기 탓이라고 하면서 주눅이 든다. 시사를 할 때 미안해하고 그런다.
박진경: 우리 둘은 강강술래를 하듯이 다섯 개의 방을 계속 확인한다. 하나의 방만 볼 수 없다. 그래도 어떤 결과가 나와도 우리 탓이다. 하나의 방을 맡은 작가의 잘못이 아니다. 아무리 우리가 그렇게 말을 해도 작가들이 부담감을 갖는다.
이재석: 우리 잘못이라고 위로를 해도 위로가 되지 않는다고 하더라. 그래서 항상 미안하다. 일 많은 것도 미안하고, 괜히 그런 부담감 갖게 하는 것도 미안하다.
박진경: 만약에 출연자가 펑크라도 나면 작가들은 패닉이다. 당연히 팀 전체의 문제인데, 그 방 작가가 부담을 갖는다. 안타깝다. 작가들이 방송에서 음식을 먹고 재밌는 표정을 짓는다고 단순히 논다고 오해하는 분들이 있다. 절대 그렇지 않다.
-‘무한도전’ 멤버들이 ‘마리텔’ 출연을 무서워하는 것처럼 나와서 다른 출연자 섭외가 어렵게 된 것은 아닌가.
박진경: 방송을 아는 사람들은 ‘무한도전’ 멤버들이 재미를 위해 우리를 무서운 인물로 캐릭터로 만든 것을 보기 위해 겁을 먹지 않는다.
이재석: 시청자들은 방송만 보면 그렇게 느낄 수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섭외를 할 때 출연자들 자체가 방송을 아는 분들이 많아서 특별히 달라진 것은 없다.
박진경: 박명수 씨가 우리 프로그램에 나와서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였다. 박명수 씨는 언제나 도전하다가 고꾸라지는 일이 많다. 그 분의 예능 캐릭터다.
이재석: 박명수 씨는 망가져야 재밌는 캐릭터다. 박명수 씨의 망가지는 모습이 우리 프로그램에서 보이면 재밌겠다 싶었다. 물론 생방송은 재미가 없었지만 박명수 씨의 캐릭터 그대로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물론 우리가 박명수 씨에게 ‘고꾸라져달라’고 부탁을 한 것은 아니다.(웃음) 다만 그분이 고꾸라지셨다.(웃음)
박진경: 박명수 씨에게 몇 번 말했다. 열심히 준비를 안 하면 큰 코 다칠 수 있다고 했다. 박명수 씨가 자신은 늘 큰 코를 다치는 캐릭터라고 하더라.(웃음)
-최근 방송에서 요리 방송이 없었다.
이재석: 우리가 그동안 쿡방(요리 방송)을 했던 것은 지난 해 쿡방 열풍이었기 때문이 아니었다. 남녀노소, 시대를 가리지 않고 먹는 것은 기본적인 관심사다. 트렌드와 상관이 없다고 생각해 방송했다. 요리도 다양하다. 한식도 있고, 양식도 있다. 음식의 종류는 셀 수 없다. 그래서 다양한 방송을 했다. 2번 정도 쿡방 없이 방송을 했는데 트렌드가 지나서 그런 게 아니다. 언제든 괜찮은 콘텐츠가 있으면 재밌게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면 언제든지 섭외를 할 거다.
박진경: 나조차도 녹화하면서도, 시사를 하면서도 요리에 눈길이 간다. 잠시 쿡방을 쉬는 타이밍이라고 보면 될 것 같다. 같은 주제로 오래 했다. 우리는 유연하게 아이템을 꾸려갈 수 있는 것 같다. 언제든 할 수 있다. 빵도 있고, 디저트도 있다.(웃음)
-요즘 가장 큰 고민은 무엇인가.
이재석: 프로그램 제작 고민은 계속 한다. 다만 어렵다, 막혀 있다는 느낌은 없다.
박진경: 지금까지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콘텐츠를 했다면, 이제는 조금은 벗어나는 콘텐츠를 하고 싶다. 교양과 재미를 섞을 수 있는 게 ‘마리텔’이다. 프로그램 기본 틀은 이어가고, 주제나 장치를 바꿔서 다양한 구성을 할 수 있다. 공부도 건드릴 생각이 있다. 과학 기술, 특히 로봇도 관심이 있다. 요즘 로봇을 레고 조립하듯이 만드는 것도 있더라. 하물며 낚시 방송도 할 수 있다.
재미 없을 법한 아이템도 재밌게 풀 수 있는 구성이 ‘마리텔’이다. 김영만 선생님의 종이접기 방송이 모두 재미 없을 것이라고 했는데, 재밌었다. 우리가 평소 관심을 갖지 못했던 사안이나, 소외되는 부문에 대한 방송도 고민하고 있다. 프로그램 제목을 잘 만든 것 같다. ‘마이 리틀 텔레비전’이다보니까 뭘 해도 상관 없을 것 같다. 나와 재석이가 프로그램에서 빠진다고 해도 인터넷 방송의 기본적인 틀을 가지고 무궁무진하게 만들 수 있다. 5개 채널이 아니라 1개 채널만 가지고 방송국 밖으로 나가서 로드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을 만들어도 된다. 인터넷 플랫폼을 이용하면 결국 ‘마이 리틀 텔레비전’이다.
-앞으로 ‘마리텔’이 나아가야 할 방향은.
이재석: 과격하지 않게, 급진적이지 않게 새로운 것을 하는 게 목표다. 5개 채널 중 1~2개 채널은 새로운 시도를 하고 싶다. 공영방송이라는 책임감을 갖고 만들고 있다. 가볍게 웃기만 하는 게 전부가 아니다. 방송 콘텐츠는 가볍기만 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박진경: 지난 1년은 신선한 것을 했다면, 이제는 다양한 것을 해야 한다. 비인기 스포츠 종목을 다뤄볼 생각도 있다. 예컨대 피겨 꿈나무를 보여드리는 거다. 지상파 방송은 큰 자원이다. 우리가 PD로서 잠시 빌려 쓰는 큰 자원이니까 의미 있는 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시청자들이 혹시나 거부감을 느끼지 않도록 고민할 문제다.
-방송 1년 특집을 준비하고 있나.
박진경: 특집 방송을 하면 뭔가 새롭게 확 바뀌어야 할 것 같은 느낌이 있다. 시즌 2를 해야 할 것 같은 느낌이 있다. 그래서 현재까지는 특집을 계획하고 있지 않다. / jmpyo@osen.co.kr
[사진] 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