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예능프로그램 ‘마이 리틀 텔레비전’은 스타들의 개인 방송을 내보내는 구성. 최근 MBC 해설위원이자 막강한 입담 콤비인 김성주와 안정환의 축구 해설 방송으로 빵빵 터지는 웃음을 안겼다. 스타들이 인터넷 생방송을 꾸려가며 네티즌과 소통하는 과정을 담는 구성. 이 같은 젊은 감각이 물씬 느껴지는 프로그램은 그 어떤 출연자도, 그 어떤 방송을 해도 되는 유연한 구성이 장점이다.
특히 이미 MBC 축구 해설로 입담을 증명한 김성주와 안정환은 새롭지 않은 방송일 것이라는 많은 예상과 달리 축구 해설 뒷이야기가 큰 웃음을 선사하며 재출연 요청이 끊이지 않는 상태다. 이 프로그램의 수장인 박진경(34), 이재석(32) PD는 두 사람을 다시 출연하게 해달라는 시청자들의 열화와 같은 요청을 알고 있다.
-출연 희망 목록이 있나?
이재석: 책 두께로 있다.(웃음) 관심이 갈 만한 출연자라고 해서 무조건 출연하는 것은 아니다. 5개 방송 콘텐츠의 배합도 중요하고, 시기마다의 이슈도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다.
박진경: 김성주 씨와 안정환 씨 방송이 잘 나왔지만 우리가 섭외 요청을 빠른 시일 안에 다시 하지 않는 이유가 있다. 올림픽도 있고 앞으로 축구 관련 이슈가 있을 때를 위해 시기를 보고 있다.
이재석: 하나의 콘텐츠를 한 번에 소진하는 것보다 나눠서 보여드리는 것도 괜찮은 것 같다. 출연자들도 보여주고 싶은 때가 있을 수도 있고, 그래서 시기를 살핀다.
-정치인이나 경제인을 섭외한다든가, 구성의 변화를 생각한 적 있나
이재석: 출연자의 다양성에 대한 생각은 얼마든지 있다.
박진경: 변화는 하나씩 하나씩 시도를 해봐도 될 것 같다.
이재석: 1년 동안 프로그램의 내실을 다지려고 했다. 이제는 타이밍을 봐서 폭을 넓히려는 시도를 하려고 한다. 사실 그동안 중간 중간에 도전을 하는 콘텐츠도 있었다.
박진경: 최근에 시청자와 화상 통화를 하기도 했다. 사실 지금까지 해온 방송에 적응을 한 시청자들이 있는데 한꺼번에 확 바꾸면 시청자들이 따라가기 힘들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래서 조금씩 조금씩 하고 있다. 최근에 걸그룹 여자친구가 시청자의 집을 급습해서 집 정리를 했다. 예린 씨가 지저분한 것을 보지 못한다고 한다. 회의를 하다가 청소를 많이 한다고 들었고, 정리와 결합하게 됐다. 요즘 예능에서 정리를 하는 방송이 주목을 받고 있다. 시간상의 한계 때문에 길게 하지는 못 했지만 정리가 예능 화두라는 것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다.
-왜 프로그램이 인기라고 생각하나.
박진경: 여러 가지 재미를 느낄 수 있어서가 아닐까 싶다. 어떤 방송은 격투기를 하는데 막상 보면 몸개그다. 어떤 방송은 요리고, 어떤 방송은 정보 제공 방송이다. 사실 예능프로그램이 깔깔깔 웃는 것도 중요하지만, 남는 것도 있으면 좋을 것 같다. 한예리 씨 방송은 한국 무용을 소개하고 싶었다. 방송을 제작하면서 느끼는 것도, 배우는 것도 많다. 그래서 우리가 느끼고 배우는 것을 함께 전달하고 싶었다. 웃기는 것에만 그치지 않고 여러 가지를 알게 하는 방송도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섭외의 1원칙은 무엇인가.
박진경: 호감이다. 물론 비호감 출연자가 안 된다는 게 아니다. 비호감이라고 생각되는 출연자라고 해도 매력이 있으면 된다. 인터넷 방송에 대한 이해도는 2순위다. 인터넷 방송에 익숙하지 않은 출연자가 소통을 하려고 노력하는 모습도 시청자들이 좋아해주시니까 모든 출연자가 ‘프로 인터넷 방송인’일 필요는 없다. 인터넷 방송을 잘하는 사람 위주로 저희가 섭외를 한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 시청자들이 보고 싶어 하는, 매력이 있는 출연자를 섭외한다.
-출연자들의 콘텐츠는 사전 미팅에서 정해지는 건가.
박진경: 작가들과 출연자들이 몇 주 동안 계속 이야기를 한다. 그리고 녹화 때 풀어놓는 거다. 제작진과 출연진이 교감을 해서 최적의 콘텐츠를 만든다. 물론 생각하지 못한 스타들의 매력이 터지기도 한다.
이재석: 출연자들과 이야기를 하면 우리가 생각하지 못했던 콘텐츠가 나온다. 김성주, 안정환 씨는 두 분이 워낙 친하고 재밌게 방송을 하지 않나. 축구 이야기를 하면 좋을 것 같아서 섭외를 했다. 다만 사석에서 평소 하는 이야기도 가끔 하면 좋을 것 같다고 말씀을 드렸다. 그런데 생방송에서 10분만에 안정환 씨가 축구 선수의 포지션을 잘못 말해서 그때부터 네티즌이 놀리기 시작했고 사담으로 이어졌다. 준비했던 이야기의 반밖에 못했다.
박진경: 욕설처럼 들리는 외국 선수 이름 역시 실제로 골치 아픈 것이라고 하더라. 타방송사에서는 방송 사고가 난 적도 있다. 우리가 축구 중계를 할 수가 없으니까 닭싸움 중계를 하자고 했다. 그런데 두 분이 그렇게까지 잘 소화할 줄 몰랐다.
이재석: 김성주 씨가 사전 회의 때 실제로 진짜 힘들다고 하시더라. 그런데 우리 방송을 하고 나서 일주일 후에 중계를 하는데 발음하기 어려운 선수 이름이 있었던 거다. 전화가 왔다. ‘이 피디 큰일 났어. 선발에 (나예프) 하자지가 있어. 사고 안 내보고 해볼게’라고 하시더라. 중계진도 진짜 많이 당황스러운 요소인 거다. 이름 부르기 어려운 선수가 공을 잡지 않기를 바란다고 들었다. 생방송 중계 중에 웃음이 터지면 안 되니까...조심스러운 부분인 거다.
박진경: 콘텐츠 이상으로 중요한 게 사실은 얼마나 순발력 있게 말을 재밌게 하는지, 대처를 잘하는지다. 데프콘 씨를 급하게 섭외를 한 것도 말씀을 재밌게 하기 때문이다. 방송 때보다 회의 때가 더 재밌었다.
이재석: 데프콘 씨에게 3월에 한 번 더 방송을 하자고 했더니 경기를 일으키더라.(웃음)
박진경: 생방송이니까 부담이 많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 우리도 잘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에게 출연해달라고 부탁한다. 데프콘 씨가 재밌는 방송을 할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다. 출연이 정해진 후 매일 매일 회의를 했다. 정말 재밌었다. 그런데 생방송은 회의 때보다는 재밌지 않게 나온 것 같다.
이재석: 한 번 더 하면 된다.(웃음)
-출연자 중에 예상 밖으로 재밌는 방송을 만든 경우가 있나.
박진경: 거의 예상과 비슷했다. 우리가 잘할 것이라고 생각을 하면 보통 잘했다. 예상을 벗어났던 적이 없다.
이재석: 방송 전 만나니까 대부분 예상이 된다. 김동현 선수의 경우 세계적인 격투기 선수로만 알았다. 그런데 만나보니 동네 형 같은 거다. 순수하고 농담도 재밌게 잘했다. 그래서 방송에 재밌게 나온 것 같다.
박진경: 방송에 다 안 나오지만 정말 많은 사람을 만나고 다닌다. 섭외를 하러 다니면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니까 어느 정도 예상을 하게 되는 것 같다.
이재석: 웃기지 않아도 된다. 우리 방송을 잘 만들 수 있는 분들, 재밌는 매력이 있는 분들을 많이 만난다.
박진경: 걸리시 댄스를 보여준 제이블랙 씨도 처음에는 잘 몰랐다. 그런데 자신의 분야에 대한 열정이 정말 대단한 분이다. 재밌는 말솜씨를 기대하지 않았다. 퍼포먼스 하나로도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했다. 이야기를 재밌게 못 해도 시청자들의 눈길이 갈 만한 매력적인 분들을 섭외한다. / jmpyo@osen.co.kr
[사진] 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