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남원의 이젠 말할 수 있다]김우빈, 못매남 오리는 어떻게 백조가 됐나
OSEN 손남원 기자
발행 2016.02.17 10: 19

싸이더스 정훈탁 대표는 배우 매니지먼트 업계에서 마이더스의 손으로 불린다. 정우성 전지현 최지우 장혁 등 내로라하는 미남미녀 톱스타들이 그와 오랜 인연을 함께 했다. 지금 정훈탁 대표의 보석함 속에서 가장 빛나는 배우는 김우빈이다. 한국은 물론이고 중국 일본 등 아시아 시장까지 꽉 휘어잡은 청춘 아이콘 김우빈도 처음 시작은 미운 오리새끼였다는 사실을 아실런지.
수 백년동안 늙지않고 젊은이로 살면서 매의 시력, 늑대의 청력, 치타의 빠르기를 갖추고 미래까지 내다본다? '별에서 온 그대' 도민준(김수현 분)이 그랬다. 외계인 도민준의 초능력 수준은 아니더라도 잘 나가는 매니저의 필수 조건은 미래를 꿰뚫는 안목이다. 길거리 캐스팅이건 오디션이건, 대성할 꿈나무를 기막히게 찾아내야 업계에서 성공할수 있다. 이런 점에서 정 대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능력을 갖췄고 한때 자신의 기획사 IHQ를 최고로 키웠다.
그런 정 대표가 2010년 무렵 다 잡은 대어 하나를 놓치고 땅을 쳤다. 바로 김수현이다. 당시 김수현은 아직 얼마나 커나갈지 미지수였던 무명의 신예. 싸이더스는 정 대표의 지휘 아래 총력을 기울여 사실상 계약 수순에 들어갔으나 의외의 사정으로 마지막 도장을 찍는 데 실패했다. 법정 다툼까지 고려했던 그가 깨끗이 손을 턴 배경에는 김우빈이 있었다. 주위에서는 '톱스타 감 얼굴은 아니다' '배우 자질은 안 보인다'고 말렸지만 정 대표는 오래 전 기자와의 만남에서 "김우빈의 마스크가 먹힐 시대가 곧 올 것이란 확신이 들었다"고 했다. 정 대표는 측근들에게도 "김우빈이 아무리 안되도 벰파이어 역할 정도는 제대로 한 번 하지 않겠느냐 달래곤 했다"는 한 지인의 전언도 있다. 

이렇듯 김우빈의 배우 출발은 한 명의 확신과 여러 명의 반신반의 속에서 이뤄졌다. 당연히 순탄치 않았다. 일단 연기와 발성이 전혀 되지 않았다. 싸이더스의 담당 간부가 손을 들 정도였다. 김우빈은 모델 출신이다. 지난 2008년 서울 패션위크 무대에 설 정도로 인정을 받았지만 해외 진출에도 성공한 이수혁 등 모델 동기들에 비해서는 뒤처진 편이었다. 배우 수업을 제대로 받지않고 연기자의 길로 접어들었으니 가시밭길이 이어질 수밖에.  
배우 데뷔는 2011년 KBS 드라마 스페셜 연작시리즈 ‘화이트 크리스마스’. 외부 평가와 상관없이 싸이더스 내부에서는 "저 발연기를 어찌 잡을 것이냐" 한탄이 나왔다. 김우빈의 마음 고생은 더했다. 그가 이때 좌절하고 포기했거나, 그냥 일부 소녀팬들만의 환호에 귀 기울인채 자기 만족의 늪에 빠졌다면 오늘의 김우빈은 없었을 게 분명하다.
싸이더스의 한 고참 매니저는 '화이트 크리스마스' 이후 김우빈을 이렇게 묘사했다. "정말 미친듯이 (연기와 발성을)연습하고 또 연습하더라. 자신이 만족하지 못할 연기를 하고는 피아노 에 숨어들어가 운 적까지 있었다'는 일화를 들려줬다.
  
타고난 자도 노력하는 자에게는 못 당한다. 타고난 자가 노력까지 더하면 천하무적이다. 김우빈은 탄탄한 기본을 갖춘 뒤 2013년 KBS 드라마 ‘학교2013’에 출연하면서 드디어 스타 탄생을 외쳤고 SBS 드라마 ‘상속자들’, 영화 '타짜2' ‘기술자들’, ‘스물’ 등의 성공을 통해 탄탄대로를 달리고 있다./mcgwir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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