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저께TV] ‘치인트’ 박해진vs서강준, 대체 누구의 잘못일까
OSEN 라효진 기자
발행 2016.02.17 06: 50

 피아노를 치는 사람에게 손 부상은 그의 전부를 잃는 것과 다르지 않을 터다. 또 타인으로부터 자신을 향한 진심을 느껴 본 적 없는 사람에게 가장 가까운 가족의 애정과 관심을 뺏기는 기분은 세상에 홀로 떨어지는 두려움과도 같을 것이다. ‘치즈인더트랩’의 박해진과 서강준이 피튀기는 주먹다짐을 벌인 배경이다. 둘도 없이 친한 사이였던 두 사람이 서로 다른 이유로 어긋나게 된 것이다. 도대체 누구의 잘못일까.
지난 16일 방송된 tvN ‘치즈인더트랩’(이하 치인트)에서는 유정(박해진 분)과 백인호(서강준 분)의 과거가 공개됐다. 그간 두 사람은 서로를 못 잡아 먹어 안달이었지만 왜 그런 관계가 됐는지 이유는 드러나지 않아 시청자들의 궁금증을 증폭시켰다. 알고 보니 유정과 백인호 모두에게는 사정이 있었다.
도무지 속을 알 수 없는 유정의 이중적 면모가 무언가를 얻기 위해서만 자신에게 접근하는 주변인들 때문에 발현된 것임은 이미 알려져 있다. 원작에서도 유정의 아버지는 심리학과 교수인 백인호의 할아버지로부터 유정을 그대로 두면 관계 장애가 올 수 있다는 진단을 받았었다. 유정의 아버지(손병호 분)는 그런 아들의 마음을 완벽히 이해하지 못한 채 그를 곁에서 지켜 볼 가족부터 만들어 주려 했다. 백 교수의 손주인 백인하(이성경 분)·백인호 남매를 성급히 입양하려 했던 것도 이 때문이었다.

그러나 유정은 아버지가 백인하와 백인호를 통해 자신의 이야기도 전해 듣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믿고 애정을 줬던 사람들로부터 감시당하고 있다는 느낌에 유정은 다시금 마음의 상처를 입었다. 이 와중에 다른 친구에게 자신의 험담을 하는 백인호의 모습까지 목격하게 됐다. 하지만 이 역시도 유정에게 새 친구가 생긴 것에 묘한 질투심을 느끼는 백인호의 비뚤어진 우정이었음은 깨닫지 못했다. 아버지의 사랑이 활발하고 붙임성 있는 백인호에게로 향하고 있음을 어렴풋이 느끼고 있던 유정은 점점 마음을 닫아가고 있었다.
그러던 중 일이 터졌다. 막말을 일삼아 사방에 적을 만들고 다니던 백인호가 학교의 불량한 패거리와 시비가 붙으며 한창 피아노를 칠 시기에 손을 다치게 된 것이다. 이를 보고도 방관하는 유정과 눈이 마주친 백인호는 자신이 유정의 덫에 걸렸다고 믿게 됐다. 유정 역시 자신을 비정상으로 여기는 세상을 향한 복수심을 백인호에게 표출하듯 그의 오해를 풀려고도 하지 않았다. 두 사람의 서툰 감정이 분노와 원망으로 비약한 것은 그때부터다.
몇 년이 흐르고, 유정과 백인호는 홍설(김고은 분)을 사이에 둔 채 다시 서로를 향한 날을 세우기 시작했다. 소통의 기회가 전무했던 만큼 두 사람 사이의 골은 더욱 깊어져 있었다. 각자 주먹과 독설을 퍼붓던 유정과 백인호의 놀이터 격투는 이들의 유일한 소통 방식이었기에 슬펐다.
이들이 파국을 맞게 된 데는 관계 맺기에 서툴었던 어린날의 유정과 백인호가 있었다. 누구의 편을 들 수 없을 만큼 두 사람이 짠해 보이는 이유다. 이들은 다시 예전처럼 행복해질 수 있을까. 몸의 대화(?)로 겨우 속내를 터 놓은 유정과 백인호가 금간 우정을 회복할 수 있길 기대해 본다. /bestsurplus@osen.co.kr
[사진] ‘치인트’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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