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아직 잘 모르는 김고은[인터뷰]
OSEN 박현민 기자
발행 2016.02.16 07: 47

김고은은 '신비스럽다'는 단어가 여전히 잘 어울리는 배우다.
지난 2012년 영화 '은교'로 데뷔해 모든 관객의 눈을 동그랗게 뜨게 만들더니, 이후 '몬스터'(2014) '차이나타운'(2015) '협녀, 칼의 기억' '성난 변호사' 등 꾸준한 작품 활동을 통해 변신을 거듭하며 단순 '반짝 스타'에 머무르지 않고, 한 걸음 한 걸음 차분하고 진지한 걸음을 내디뎌 '배우'에 다가섰다. 인기나 타성 따위에 젖지 않은, 연기에 고민하고, 캐릭터를 고심하는 그런 '진짜 배우'로 말이다.
단박에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영화 '은교'로 제49회 대종상영화제 여우주연상, 신인여우상 후보에 올랐고 신인여우상을 수상했다. 같은해 제33회 청룡영화상 시상식에서 신인여우상도 수상했다. 삽시간에 김고은은 충무로에서 가장 핫한 배우가 됐고, 각종 러브콜이 빗발쳤다. 비슷한 전철을 밟았던 이들이 그러했던 것처럼 김고은 역시 부정적인 시각도 맞닥뜨려 버텨내야 했다. 일부는 그의 차기작 속 연기력을 지적했고, 또 일부는 그의 카메라 밖 인성까지 헐뜯었다.

특히 첫 드라마 진출작인 tvN 드라마 '치즈인더트랩'(연출 이윤정) 출연을 앞두고는 '미스 캐스팅' 논란에 휩싸이며 이유 없는 비난에 직면하기도 했다. 이같은 우려는 첫 회 방송 이후 곧바로 씻겨나갔다. 김고은은 자신만의 '홍설'을 훌륭하게 만들어냈고, 유정(박해진), 백인호(서강준)와 함께 원작팬을 포함한 모든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첫 드라마인데 결과까지 좋아서 기분 좋다"고 웃는 김고은의 모습은 분명 진심이 묻어났다. 또 '차갑다' '세다'라는 소문이 무색할 만큼 인터뷰의 7~8할은 호쾌한 웃음이 계속됐다. 이같은 소문을 언급하자 반색하며 웃음이 재차 이어지기도 했다.
"제가요? (주변 스태프를 둘러보며) 내가 진짜 그래요? 하하하. 처음에 낯을 좀 가려요. 처음 본 사람과는 말을 잘 못하거든요. 무슨 말을 해야할지도 도대체 모르겠고, 그래서 '차갑다'는 말을 듣기도 해요. 근데 처음에만 낯을 가리고, 마음이 일단 가기 시작하면, 있는 그대로 보여줘요. 좋게 말하면 '털털하다'지만, 가끔 '여배우가 그렇게 신경 안 쓰면 어떡하냐'고 한소리 듣기도 해요. 소품 같은 게 있어도 막 집중해서 지나치게 열심히 먹기도 해요."
요즘 대세가 된 '무(無)쌍꺼풀 미녀' 라인의 선두주자(?) 김고은은 영화 '은교' 때 그렇게 섹시하더니, 이후에는 미친 여자('몬스터' 복순)가 되거나 사채업자('차이나타운' 일영), 혹은 검객('협녀' 홍이)으로 변하며 스크린을 종횡무진했다. '은교'가 잊혀질 만큼 강렬한 역할 투성이다. 이번에 맡은 '치즈인더트랩' 속 홍설이 그나마 가장 일반적일 정도. 물론 쉽지 않은 캐릭터들을 연달아 소화하는 과정에서 연기력 지적에 직면하기도 했던 게 사실. 김고은은 변명보다는 스스로의 부족함을 탓했다.
"제 얼굴이 예쁘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얼굴이랑 성격, 전체적인 면을 합쳐서 보면 나름의 매력은 있는 것 같아요. 아마 절세 미인 역할은 할 수 없을 것 같네요. 서양적인 느낌의 커다란 이목구비, 뭐 그런 캐릭터요.(웃음) 연기력 지적이요? 솔직히 호불호가 갈릴 만한 작품들을 많이 했어요. 어떤 작품은 3분의 2가 편집되기도 했죠. 아쉬움도 있지만, 스스로가 부족했던 게 있어요. 쉽게 가고 싶지 않아서 택한 작품들이죠. '은교'로 칭찬을 많이 받았는데, 다음에도 당장 칭찬 욕심에 작품을 택했으면, 배우로서 스펙트럼을 보여줄 수 없을 것만 같았어요. 좋은 선배님들과 함께 작업하면서 관찰하고 보고 싶었어요. 다시 선택을 하라고 해도, 아마 지금과 똑같이 선택했을 거에요."
연기에 대한 신념도 확실했다. 연기 그 자체에 행복을 찾는 천생 배우 말이다. 그런 김고은이 최근 일련의 과정을 거치면서, 가족의 행복에도 관심을 쏟게 됐다. 그 동안의 반응이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연기를 하는 것만으로 행복했어요. '연기=행복' 이런 상태였죠. 좋아하는 일이니깐요. 제가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고 가족들이 행복해하니, 그것도 너무 행복했죠. 어쩌다 연기 때문에 욕을 먹는 건 전혀 상관없었어요. 오히려 그러면서 성장한다고 생각했거든요. 근데 그것 때문에 힘들어하는 가족들의 모습을 보니깐 너무 마음이 아픈거에요. 그때 알았죠. 제가 너무 제 자신만을 생각했다고. 부모님이 그러는 모습을 보니깐 행복하지 않더라고요. 앞으로는 모두가 행복할 수 있게, 그렇게 살려고요."
인터뷰에서 인터뷰이에게 묻는 상투적인 마지막 질문. 배우로서 이루고 싶은 마지막 목표. 거기에 김고은은 의외의 답변을 내놓으며, 또 한 번 김고은이라는 배우를 다시 보게 만들었다.
"목표 같은 걸 세우지 않아요. 목표를 세우고, 그걸 이루면요? 그 뒤는 뭔가 너무 허무할 것 같아요. 좋은 배우가 되는 게 목표지만, 좋은 배우의 기준은 시간이 흐르면서 매번 달라져요. 전 그냥 이대로 열심히 좋은 작품에 출연하면서 그렇게 열심히만 살래요. 특별한 목표 없이, 그렇게요.(웃음)" / gato@osen.co.kr
[사진] 장인 엔터테인먼트 제공.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