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h!쎈 초점] 이순재의 쓴소리, 막장극에 경종 울렸다
OSEN 박진영 기자
발행 2016.02.12 14: 17

시청률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드라마 속 막장도 나날이 더 심화되고 있는 양상이다. 보다 더 자극적인 소재를 찾다 보니 살인과 복수가 난무하다. 시청자들의 뒤통수를 치는 반전도 이제는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그런데 더 놀라운 건 이렇게 '막장 드라마'라 불리는 작품이 30%가 넘는 시청률을 얻으며 승승장구하고 있다는 점이다.
연기 인생 60년에 빛나는 배우 이순재는 이 같은 상황에 일침을 가하며 드라마를 만드는 이들이 사명감을 가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난 11일 진행된 SBS 새 주말드라마 '그래 그런거야' 제작발표회에서 "예전에는 드라마만 봐도 그 작품을 어떤 작가가 썼는지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요즘은 김수현 작가를 제외하고는 다 거기서 거기다. 자신만의 색깔이 없다"며 아쉬운 마음을 드러냈다.  
이어 그는 "시대의 변화와 시청률을 올려야 하는 방송국의 비즈니스 때문에 막장 드라마가 생겨났다. 그래도 같은 값이면 좋은 드라마 시청률이 좋아야 한다. 드라마는 재미도 있어야 하지만 감동이 주가 되어야 한다"며 "과거에도 막장 드라마가 있었다. 그 때는 그걸 보며 정상적인 상황이 아니라 돌연변이라고 말하곤 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방송사가 시청률에만 연연할 것이 아니라 공적인 기능도 해줘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순재는 "시청률도 좋지만 양질의 드라마를 내놓아야 한다. 감동과 삶의 지혜가 담긴 드라마가 나와야 하는데 상황이 여의치 않아서 아쉽다"며 "요즘은 한국 드라마가 전 세계적으로 인기가 많다. 드라마가 우리의 역사, 문화, 국민적 수준을 대변한다. 그렇기에 드라마를 만드는 사람들이 사명감을 가져야 한다"고 했다. 이는 개연성 부족한 막장 드라마를 만드는 제작사와 방송사가 꼭 새겨들어야 할 부분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이순재는 열악한 드라마 제작 환경 속 작가들의 쪽대본도 지적했다. 요즘은 그나마 사전 제작 드라마가 많아지고 있긴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쪽대본, 생방 촬영이 지배적이기 때문. 그는 "연기 시작한지 60년이 됐는데 아직까지 촬영 들어가기 전에 대사를 맞춘다. 배우들과 함께 리허설을 하면서 감정을 공유했다"며 "하지만 최근에는 대본이 늦게 나와면서 나와 아이돌 출신 연기자가 다 같이 대본을 한번 쓱 읽고 촬영에 들어간다. 그렇게 하다가 하나의 드라마가 잘되면 광고 찍고 연기 대상을 탄다. 그러면 연기가 끝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이순재는 쪽대본은 찾아볼 수 없는 김수현 작가의 저력을 높이 평가했다. 그는 "방송 시작 전인데도 벌써 대본이 12부까지 나왔다. 이렇게 대본이 일찍 나오기 때문에 배우들이 공부를 하면서 연기 보완을 할 수 있는 시간이 충분하다. 그러면 훌륭한 연기를 할 수 있다"며 "'그래 그런거야'는 연기가 어렵다는 것을 알게 해주는 작품이다. 김수현 작가가 워낙 꼼꼼하다 보니 젊은 배우들이 연습 과정에서 힘들어하기도 하지만 나 역시도 아직 연기가 어렵다. 선배 연기자들의 말을 귀담아 듣고 참고서 삼으면 보탬이 되고 연기자로서도 성장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김수현 작가의 복귀작인 '그래, 그런거야'는 현대인의 외로움을 따뜻하게 품어줄 정통 가족드라마로, 3대에 걸친 대가족 이야기를 통해 우리가 잊고 있던 가족의 소중함과 의미를 경쾌하면서도 진지하게 그릴 예정이다. 이순재, 강부자, 김해숙, 노주현, 송승환, 홍요섭, 임예진, 정재순, 양희경, 김정난, 윤소이, 조한선, 서지혜, 신소율, 남규리, 왕지혜, 정해인, 김영훈 등이 출연하며 '막장은 없다'는 가치 아래 주말 시간대를 따뜻한 가족애로 채운다. 오는 13일 오후 8시 45분 첫 방송된다.  /parkj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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