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영석 PD의 여행은 언제나 옳다 [아듀 꽃청춘-아이슬란드①]
OSEN 박현민 기자
발행 2016.02.12 08: 49

시작은 '꽃보다 할배'였다. '황혼의 배낭 여행'이라는 독특한 콘셉트와 이순재, 신구, 박근형, 백일섭 등 노년의 배우들이 해외로 함께 여행을 떠나는 모습은 적잖은 센세이션을 불러 일으켰다. 이미 '1박2일'로 스타 PD 반열에 올랐던 나영석 PD가 KBS의 품을 떠나 tvN으로 이적, 지난 2013년 첫 선을 보였던 프로다.
tvN '꽃보다 할배'는 이후 3년동안 매해 꾸준한 시즌을 이어갔다. 뿐만 아니라 나 PD는 이를 '꽃보다 누나', '꽃보다 청춘'으로 확장시켰다. '꽃보다 청춘'의 경우에는 나라별(페루, 라오스, 아이슬란드, 나미비아)로 멤버를 교체, 같은 이름·다른 느낌을 거듭 자아냈다. '청춘'이라는 단어가 품고 있는 다양함은, 20~40대에 포진한 여러 명의 출연진으로 십분 대변됐다.
2016년의 시작과 함께 1월 1일 첫 방송을 시작한 '꽃보다 청춘-아이슬란드' 편은 페루편과 라오스편에서 또 한 발 나아가 변화를 가미했다. '페루편'(윤상, 유희열, 이적)과 '라오스편'(유연석, 손호준, 바로)이 각각 40대와 20대의 판이한 모습을 보여줬던 것처럼 말이다.

배우 정상훈, 정우, 조정석이 이번 '아이슬란드편' 여행의 주축이 됐다. 세 사람은 이미 작품을 통해 서로에 대해 알고 있던 사이였고, 힘든 시절을 거쳐 지금의 성공에 도달한 30대라는 공통점이 있었다. 정상훈과 조정석은 힘들었던 시절 한 집에서 동고동락했던 인연까지 있다. 여기에 강하늘이 추가로 납치되어 합류했다. 이점은 앞서 다른 시리즈와의 차이점이기도 했다. (이는 '나미비아편'에서 박보검에게 똑같이 적용된다.)
처음으로 밟아본 아이슬란드 땅, 5박 7일이라는 짧은 시간, 살인적 물가와 300만원이라는 한정된 용돈, 그리고 영어마저 불가한 이들은 '포스톤즈'라 불리며 웃음의 대상이 됐다. 하지만 이는 솔직히 우리네 모습과 크게 어긋나지 않았기에, 오히려 공감을 도왔다. 잘 짜여진 일정대로 빠듯하게 움직이기 보다는, 그저 발닿는 곳으로 걸었고, 매번 임기응변식으로 대처하는 여행은 자신의 일인냥 몰입을 높였다.
목적지에 가는데 눈보라가 쏟아지면 차를 돌리면 그만이었고, 신발이 필요한데 돈이 없으면 벼룩시장을 찾아가 가격을 흥정하면 됐다. 언어가 부족해 번역기 어플을 부지런히 돌리고, 그것도 안 되면 그냥 한국어를 고집하거나 몸짓 언어로 해결하면 됐다. 짜기라도 한 것처럼 출발 전부터 아이슬란드를 '여행하고 싶은 나라'로 꼽았던 그들은, 가고 싶다던 그곳에서 친한 사람들과 함께 있을 수 있다는 사실 만으로 행복해 보였다.
30대가 되어서도 여전히 이런 '순수함'을 간직하고 있다는 사실과 그런 순수한 모습을 있는 그대로 꾸밈 없이 보여줄 수 있는 친구들이 주변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다정한 말투, 차진 스킨십, 돌발 상황극 호흡 등 그들의 모든 것이 부럽고 만족스러웠다.
강하늘은 여행 중 형들에게 이런 말을 했다. "고생하는 것만 청춘이 아니다"라고. 지겹게도 '아픔'과 '인내'를 강요하는 지금의 기성 세대들의 그것과는 확실히 달랐다. '아프니깐 청춘' 따위는 저멀리 던져버리고, '즐거우니깐 청춘'의 마음을 다잡자는 것. 이게 바로 지금의 청춘이, 자신네 청춘을 위로하고 응원하는 방식이었고, 이는 그저 담백하게 전달됐다.
나영석 PD가 만들어 내는 프로그램은 '무조건 믿고 보는' 방송이 됐다. 배낭여행을 기본 골자로 확장시킨 '꽃보다' 시리즈. 그중에서도 '꽃보다 청춘'은 현지의 '감상'에 치중하기보다 어수룩하더라도 온전히 부딪히고 즐기는 모습으로 공감을 형성했다. 또한 매번 새롭게 바뀌는 환경과 출연진 만큼이나 다른 고민거리를 안기기도 했다. 반복되는 시리즈로 인해, 전작이나 후속작과 비교하며 마음이 덜 동할수는 있으나, 오히려 이는 골라보는 재미를 선사했다.
tvN 드라마 '오 나의 귀신님'의 조정석, '응답하라 1994' 정우, 'SNL코리아' 정상훈, '미생' 강하늘 등이 한데 뭉쳤다는 점에서는 향후 연예인들이 tvN을 선택하는 데 무게를 더 할 명분이 생성된 것은 아닐까.
12일 감독판 특별 방송을 끝으로 막을 내리는 '꽃청춘-아이슬란드' 편은 여행을 마친 네 사람이 서울에서 다시 뭉쳐 여행 뒷이야기와 방송에서 공개되지 않았던 미방영분이 쏟아진다. 이게 끝나면 '응답하라 1988'로 한 작품 호흡을 했던 류준열, 박보검, 고경표, 안재홍이 생애 첫 아프리카 나미비아의 여행기가 오는 19일부터 방송될 예정이다.
그게 '글로벌판 만재도'라 부를만한 아이슬란드가 됐든, 생전 듣도보도 못한 아프리카의 나미비아가 됐든, 나영석 PD라는데 뭔들 재미없겠나. 언제나처럼 나 PD의 여행은 분명 옳을 테니깐. / gato@osen.co.kr
[사진] tvN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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