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톡톡]'시그널', 왜 OCN 아닌 tvN 방영했나
OSEN 손남원 기자
발행 2016.02.07 10: 59

케이블 방영 드라마가 맞나 싶을 정도로, 방송을 전후해 온오프라인 구분없이 반응이 뜨겁다. 김혜수·이제훈·조진웅 등 배우들의 완벽한 연기, 김은희 작가의 촘촘한 각본, 그리고 김원석 감독의 감각적인 연출이 앙상블을 이뤄 탄생시킨 tvN 금토드라마 '시그널'의 이야기다.
게다가 지난 6일 방송된 '시그널' 6회에서는 주인공인 차수현(김혜수) 형사가 죽음을 맞이하는 파격적인 전개까지 등장해 시청자 어안을 벙벙하게 만들었다. 다행히 과거의 이재한(조진웅)과 현재의 박해영(이제훈)이 시간을 뛰어넘는 무전을 주고받으며, 거듭해 사건의 결과를 바꾸는 판타지적 요소가 결합된 구조인 만큼, 실낱같은 희망은 남았다.
범인을 추격하고 사건을 해결하는 형사물, 색깥 짙은 장르물인 '시그널'은, 왠지 OCN의 색깔이 짙다. 그도 그럴 것이 앞서 OCN에서 방영됐던 '텐(TEN)', '뱀파이어 검사', '신의 퀴즈', '나쁜 녀석들' 등 여러 편의 드라마들이 이같은 궤를 그렸던 터다. '장르물의 명가'라 스스로를 소개하는 OCN이 아니던가. 이는 당초 '시그널'이 발표됐을 때, OCN이 아닌 tvN 방영이라는 게 의아해한 사람이 적지 않았던 이유이기도 했다.

'시그널'은, 향후 tvN이 나아갈 방향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부각되진 않았지만 tvN은 재작년부터 장르확장 측면에서 부단한 노력을 쏟아왔다. '갑동이', '신분을 숨겨라' 등이 OCN 냄새가 물씬 났던 대표 작품들. 기존 tvN 드라마가 로맨틱 코미디(로코) 위주의 장르가 많았던 것과는 사뭇 다른 모양새다.
이는 시청층을 더 두텁게 하기 위한 tvN의 전략. 여성 시청자 위주의 로코물에, 남성 시청자 유입을 위한 장르물을 배치하기 시작한 셈이다. 실제로 해당 작품들에 대한 남성 시청층의 분포도가 상당히 두터워졌다는 게 tvN 관계자의 설명이다.
CJ E&M 홍보팀 관계자는 OSEN에 "올해는 '시그널'을 시작으로, 새 월화 '피리부는 사나이', 그리고 '굿 와이프' 등이 준비 중이다. '시그널'이 생각보다 성과가 좋아서, 이제는 조금 더 과감하게 시도해볼 수 있다는 판단을 내부적으로 했다"며 "올해는 그 (장르물의) 비중을 확장해 가려는 생각도 있다"고 밝혔다.
'시그널'이 tvN에 편성된 이유는 하나 더 있다. '시그널'은 표면적으로는 장르물이지만, tvN이 앞세우는 건 '휴먼드라마'다. tvN이 '응답하라' 시리즈로 이뤄낸 금토 블럭의 성격은, 전 연령대가 볼 수 있는 와이드한 타깃층 공략이 필수다. 때문에 '시그널'의 장르물 색보다는 것보다는 휴먼드라마의 면모를 강조하는 게 좋다는 판단인 것.
이와 관련해 CJ E&M 편성팀 관계자는 "금토는 확실하게 가족 시청 중심으로 넓은 타깃을 공략하는 느낌의 작품들 위주로 배치된다. 월화에 현재 방영중인 '치즈인더트랩'이 중장년층을 아우르는 지상파와의 경쟁을 피해 확실한 타깃층을 공략하며 1시간 늦은 11시에 방영되는 것도 이같은 이치다"고 설명했다.
결과적으로 '시그널'은 남녀는 물론, 연령대의 폭도 넓힌 진일보한 드라마로, tvN이 2016년 시작과 함께 전략적으로 선보인 작품. 시청률 8%를 넘어서며 종일 호평이 쏟아지는 '시그널'의 성공은 향후 tvN이 지상파와 종편과의 치열한 드라마판 경쟁에서 확실한 우위를 선점할 수 있는 계기로 자리매김하지 않을까./osenstar@osen.co.kr
<사진> tvN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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