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저께TV] '해피엔딩', '돌싱 로코'도 어여쁠 수 있다
OSEN 정유진 기자
발행 2016.02.04 06: 56

 흔한 삼각관계일 뿐인데 보는 이들의 얼굴엔 온통 '엄마미소'가 핀 모양이다. 한 회가 끝나자마자 올라오는 시청자들의 반응이 뜨겁다. 서른을 훌쩍 넘긴, 거기에 결혼을 한번 씩 하고 돌아온 '돌싱'들의 이야기를 그리는 드라마인데, 반응은 "귀엽다", "사랑스럽다"로 넘쳐난다. '쿨'하면서도 각각의 성격이 뚜렷한 캐릭터들과 공감을 자아내는 이야기의 힘이다. 
지난 3일 오후 방송된 MBC 수목드라마 '한번 더 해피엔딩'(극본 허성희 연출 권성창)에서는 연인으로 데이트를 이어가는 해준(권율 분)과 미모(장나라 분), 그리고 그들을 질투하는 수혁(정경호 분)의 모습이 그려졌다. 
이날 미모는 그토록 바라던 해준과의 연애가 생각보다 미적지근한 것 때문에 고민에 빠졌다. "나는 누가 충전해주느냐"며 포옹을 바라는 자신에게 "아주 중요한 걸 건너뛰었다"며 따뜻하게 손을 잡아주는 해준이었지만, 미모는 그런 그가 자신을 많이 좋아하지 않는 것일까봐 불안해 했다. 

영화감상과 식사가 반복되는 데이트는 미모의 센서를 더욱 예민하게 작동시켰다. 결국, 그는 "옛날 영화를 보자"며 해준을 자신의 집으로 불렀고, 섹시하게 치장을 한 후 남자친구를 기다렸다. 
그러나 이를 애타게 바라보고 있었던 이가 있었으니 옆집에 사는 수혁이었다. 수혁은 해준과 사귀기 전부터 미모에게 감정을 갖고 있었고, 두 사람의 관계가 발전되자 비로소 자신의 마음을 확인했다. 그는 미모의 집에 찾아온 친구 해준의 모습을 보고 놀라 "나 안 보고 싶었느냐", "혼자 밥 먹는 게 싫다", "오늘따라 지독히도 외롭다"며 두 사람이 자신들만의 시간을 갖는 것을 방해하려고 했다.
해준이 단호하게 거절하고 미모의 집에 간 뒤에도 수혁의 방해 작전은 계속됐다. 그는 해준에게 "달이 너무 예쁘다"며 문자를 보냈고, 급기야 닭튀김을 해 와 미모의 집에 들어왔다. 민폐 친구의 횡포(?) 덕에 미모는 해준과 생각만큼 가까워지지 못했고, 답답함을 참지 못해 힌트를 얻을 요량으로 해준의 전부인인 연수(황선희 분)를 찾아갔다.  
연수는 해준에 대해 "화가 나서 헤어지자고 했다. 그 남자 내가 결혼하자고 했더니 그러자고 했다. 헤어지자고 했더니 알았다고 했다. 나 때문에 애가 타는 게 없어서, 애가 타는 건 항상 내 몫이라는 거. 그래서 떠났다. 고백 먼저 하셨죠? 늘, 부족할거다"라고 콕 집어 단점을 얘기해줬다. 연수의 이야기는 미모의 불안함을 덜어주기는 커녕, 더욱 자라게 만들었다. 
결국 미모는 친구 동미(유인나 분)의 조언에 따라 분위기를 끈적하게 해준다는 마술을 준비해 남자친구를 불렀다. 해준이 정말로 자신의 유혹에 넘어오지 않는지 볼 생각이었다. 애초의 계획과 달리, 마술을 경험한 첫번째 인물은 수혁이 돼 버렸다. 해준이 병원일로 미모와의 약속을 지키지 못했고, 마침 취재차 카페에 있었던 수혁이 미모와 동석한 것. 두 사람은 함께 집으로 돌아왔고, 일이 끝난 후 미모의 집을 찾아갔던 해준은 두 사람의 모습을 보고 생각에 잠겼다. "피곤하게 되겠다"는 독백은 그가 이제 친구 수혁을 연적으로 바라보게 됐다는 것을 의미했다. 
재밌는 사실은 이 드라마 속 주인공들이 모두 '돌싱'이라는 점이다. 미모는 남편과 이혼을 한 이혼녀이고, 해준 역시 마찬가지다. 수혁은 일찍 결혼을 했다가, 아내와 사별했다. 모두 나이는 30대 중반. 어찌 보면 주인공들의 상황이 아침드라마에 나올 법한 내용들로로 채워져 있는데도,  '한번 더 해피엔딩'은 칙칙하거나 질척거리지 않는다. 오히려 그 반대다. 이 드라마 속 인물들은 사랑에 대해서 그 어떤 미혼 남녀보다 진지하고, 고민이 많다. 이는 로맨틱 코미디 특유의 풋풋함과 설레는 감정들을 만들어 낸다. 단지, 흔한 로맨틱 코미디 주인공들처럼 모르는 척 내숭을 떨기보다 자신의 감정에 솔직한 점이 특별하다.  
또 '돌싱'이라는 설정 때문인지 몰라도, 쓸데없는 데 시간을 낭비하지 않아 인물들 간의 사건 전개가 빠른 편이다. 거기에 캐릭터들은 제각각의 동기나 성격이 분명하고 현실적이라 보는 이들에게 공감을 준다. 많은 이들이 이 '돌싱 로코'를 주목하는 이유다. 
한편 '한번 더 해피엔딩'은 서른이 훌쩍 넘어버린 1세대 걸그룹의 해체 이후 삶과 그녀들과 엮이는 바람에 다시 한 번 사랑을 시작하는 남자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매주 수, 목요일 오후 10시 방송. /eujenej@osen.co.kr
[사진] '한번 더 해피엔딩'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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