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재희 “‘해품달 걔였어?’라는 말, 오히려 칭찬 같아요” [인터뷰]
OSEN 정소영 기자
발행 2016.02.02 14: 02

‘해품달’의 훈남 선비에서 ‘다 잘 될 거야’ 속 분노유발자로의 변신. 한 사람이라고 보기 어려울 만큼 선함과 악함을 오가는 두 역할을 소화해 낸 배우가 있다. 바로 올해로 데뷔 11년차를 맞은 송재희가 그 주인공.
송재희는 지난 2006년 영화 ‘모노폴리’에서 단역으로 데뷔, 드라마 ‘로드 넘버 원’, ‘해를 품은 달’, ‘구암 허준’ 등의 작품에 출연하며 대중에 얼굴을 알렸다. 이제는 어엿한 중견배우 타이틀을 달아도 될 경력이지만, 그는 여전히 풋풋하고 군기가 바짝 들어간 모습으로 연기에 대한 갈증을 토로했다.
“배우는 계속 하고 싶었었는데 역량 부족으로, 이 바닥에 대한 잘못된 이해로 작품을 많이 못했었다. 사실 그게 현실이기도 하다. 하려는 사람은 많고 뽑히는 사람은 극소수니까. 물론 보통 그렇게 되다가 안 하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저는 감사하게 뒤늦게라도 (연기를) 하게 됐다. 대놓고 얘기하는 편이다. ‘왜 데뷔가 늦었어요?’라고 물어보면 ‘너무 하고 싶었는데 안 된 것’이라고”

송재희는 최근 종영한 KBS 2TV ‘다 잘 될 거야’에서 사랑하는 여자에게 끊임없이 집착하는 유형준 역을 맡아 출연했다. ‘해품달’ 속에서는 이보다 더 청렴하고 올곧을 수 없을 정도로 선한 모습이었는데, 이번 작품 속 캐릭터는 정 반대의 악역에 가까운 성격을 자랑했다.
“또 하나의 도전이었던 것 같다. 그 전에 ‘나만의 당신’에서도 악한 역할을 했기 때문에 잘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는데 또 다르더라. 오히려 더 어려웠다. 확실히 나쁘지 않고 착하지도 않고. 전반적으로는 어두운 톤인데, 그 안에서도 선함과 악함이 있다. 갖지 못한 것에 대해 화나고 분노한다는 게 심적으로 힘들었다. 악역 많이 하신 선배님들은 얼마나 힘드실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배우들에게 연기란 끝이 없는 공부와 같다. 맡은 역할에 대해 어떻게 하면 더 잘 표현할 수 있을까 고민하고 연구해야하기 때문. 특히 자기 자신에게 당근보다는 채찍을 주는 스타일인 송재희의 연기에서는 그런 고민들의 흔적이 고스란히 묻어나왔다.
“이번 역할은 재벌 2세의 느낌이 풍겨야 하고 상대방을 대할 때도 그런 면이 묻어나야 해서 공부를 많이 했다. 유아인 씨의 ‘베테랑’도 일부러 찾아서 보고 ‘시크릿 가든’의 현빈 씨 연기도 찾아서 봤다. 최근에는 ‘상류사회’의 박형식 씨 연기를 봤다. 작가님도 박형식을 얘기해서 처음에 공부를 많이 했었다. 당연히 연기에 대한 고민이 많을 수밖에 없다. 내가 재능이 있다고는 절대 생각 안 한다. 심지어 한 만큼도 안 나온다고 생각한다. ‘10년 정도 하면 잘 할 수 있겠지’ 라고 생각했었는데, 이번에 보니까 더 해야 될 것 같다. 아직도 연기가 어렵다.”
사실 송재희는 드라마뿐만 아니라 영화와 연극 무대 등 다방면에서 활동한 경력이 있는 배우다. 브라운관, 스크린 또는 소극장에서 보는 배우들의 모습은 천차만별이다. 이는 그곳에서 직접 연기에 임하는 배우들 역시 마찬가지로 느낄 터.
“드라마, 연극, 영화 다 매력이 다른 것 같다. 심지어 아예 다른 분야라고 생각한다. 뮤지컬 할 때는 관객들이랑 앞에서 호흡하고 집중하는 맛이 있고, 영화도 나름대로 에너지를 하루에 짜내는 맛이 있고. 드라마도 또 다른 맛이 있는 것 같다. 어떤 것이든 촬영 분량이 적다고 해서 치열하지 않거나 치열한 것은 없다. 재밌다.”
분위기 있는 외모와는 달리, 유일하게 희열을 느끼는 것이 한 두 마디로 타인을 웃게 만드는 것이라고 밝혀 눈길을 끌기도 했다. 이러한 그의 성격은 촬영장에서도 여지없이 발휘돼 ‘다 잘 될 거야’의 엄현경과는 ‘톰과 제리’라고 불릴 정도로 장난을 많이 쳤다고 한다.
“저는 웃긴 사람이다. 앞으로도 웃기거나 엉뚱한 역할을 하고 싶다. 예를 들면 송새벽 선배 같은 역할이다. 못 할 것 같지만 절 믿어주고 풀어놓으면 한다. 평소에도 엉뚱한 짓을 많이 하는데, 맡은 역할이 너무 심각한 역할임에도 그걸 시도해서 제재를 많이 당한다. 솔직히 연기에 재능이 없다고 느끼기 때문에 노력하고 있지만, 제 재능은 심각한 것보다 웃기는 걸 잘 한다. 남들이 저로 인해 웃으면 좋다. 촬영장에서 할 땐 하고 놀 땐 놀자는 주의다. ‘K팝스타’에서 박진영 씨가 ‘연습은 치열하게, 무대에선 자유롭게 하라’고 말하셨는데, 그 말이 배우한테도 마찬가라고 생각한다.”
송재희는 올해로 38살을 맞았다. 배우라는 직업으로서도, 인생의 전체적인 부분으로서도 무르익을 나이. 특히 연애와 결혼에 대한 얘기를 빼놓을 수 없다. 극중에서는 사랑하는 여자를 손에 쥐기 위해서 악행도 서슴지 않았던 그의 실제 연애 스타일은 어떨까.
“유형준과 약간 비슷한 게 원래 별명이 불도저다. 사심이 없이 사람을 대할 때는 나쁘지 않은 데, 마음이 생기면 직진만 한다. 적당히 할 줄 알아야 하는데 계속 간다. 극중 유형준은 사랑하는 여자를 5년을 넘게 포기 하지 않더라. 물론 상대방을 불편하게 하는 건 예의가 아닌 것 같다. 직진만 하는데 같이 직진을 해주는 사람을 만나게 되면 좋을 것 같다. 여태 만났던 사람을 보면 패턴이 없다. 주위에서도 어떤 사람을 소개해줘야 할지 모르겠다고 하더라. 이상형은 ‘느낌’이 좋은 사람이다.”
10년간을 쉬지 않고 달려왔지만, 송재희의 앞에는 여전히 멀고 긴 길이 남아있다. 하지만 송재희는 그 길을 보며 ‘아직도?’라는 생각보다 ‘할 수 있는 게 많구나’라고 느끼고 싶다고 말한다.
“보면 좋은 배우가 되고 싶다. 보면 계속 달라지는 배우. 원래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편이다. ‘그 역할 너였어?’라는 말을 들으면 인지도가 높지 않다는 뜻인데도, ‘다르게 보였구나’라고 위안을 삼는다. ‘해품달 허염이었어?’라고 하면 내가 유명하지 않아서 그렇겠지만, ‘그 역할에 충실했나’라고 생각하는 편이다. 앞으로도 계속 달라 보이는 배우가 되고 싶다. / jsy901104@osen.co.kr
[사진] 백승철 기자 baik@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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