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그널' 조진웅·이제훈, 단 한 씬·한번의 만남도 없는 브로맨스
OSEN 최나영 기자
발행 2016.01.31 10: 46

 한 씬, 한 번의 만남도 없다. 하지만 애절하다.
케미스트리는 꼭 한 씬에서 만나야만 발생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tvN 10주년 특별기획 '시그널'(연출 김원석, 극본 김은희)이 보여주고 있다. 만나지는 못해도 무전으로 감정이 이어지는, 그렇기에 어찌보면 더 애닲은 브로맨스다.
30일 방송된 '시그널' 4화에서는 사랑하는 여자를 구해내지 못하고 슬픔에 오열하는 재한(조진웅 분)의 모습이 그려졌다. 재한은 2015년에조차도 진범이 잡히지 않았다는 해영(이제훈 분)의 무전을 듣고 씹어 뱉듯 분노를 드러냈다.

이 날 재한은 해영의 무전을 듣고 사랑하는 여자를 구하기 위해 다급히 달려갔지만, 결국 그녀를 구해내지 못했다. 슬픔에 잠긴 재한에게 또 다시 해영의 무전이 울렸고, 소중한 사람을 잃은 재한의 아픔은 무전기를 통해 그대로 전해졌다. 재한은 "며칠 전까지만 해도 살아있는 사람이었어. 날 위로해주고, 웃어주고, 착하고 그냥 열심히 살던 사람이었어"라며 울부짖었고, 동시에 범인을 찾아 죽여버리겠다며 분노했다.
자리를 박차고 나간 재한은 곧장 범인을 잡으러 갔다. 도주하는 범인을 끝까지 추격하며 뛰고 또 뛰었다. 이성을 잃고 범인을 향해 주먹을 날리는 재한을 막은 것은 범인의 아버지였다. 희생자에 대한 죄책감은 무시한 채 자신의 아들만을 감싸는 그에게, 재한은 또 한번 가슴 아픈 분노를 터뜨렸다.
이 장면에서 조진웅은 눈에 핏발까지 세우며 재한의 감정에 몰입했다. 사랑하는 여자를 구하지 못했다는 안타까움과 죄책감, 끝까지 잘못을 뉘우치지 않는 뻔뻔한 범인과 그 아버지를 향한 분노 어린 감정이 뒤섞인 조진웅의 울부짖음은 화면을 장악할 정도로 압도적이었다.
모든 것이 끝난 후, 홀로 극장에 앉아 소리없이 오열하는 그의 모습은 안방극장을 눈물 바다로 만들었다. 제대로 자신의 마음 한 번 표현해보지 못했기에, 뒤늦게 전해 들은 그녀의 진심은 재한의 가슴을 더욱 아프게 했다. 모두가 영화를 보며 웃고 있는데, 그 속에서 차마 소리조차 내지 못한 채 홀로 눈물 흘리는 조진웅의 모습은 보는 이들의 슬픔까지 배가시키며 시청자들 또한 그와 함께 눈물 흘리게 만들었다.
다른 한 켠에는 이제훈이 있다. 극 중 이제훈은 경찰이지만 경찰에 대한 불신을 품고 있는 프로파일러 박해영 역을 맡고 있다. 해영은 어릴 적 좋아했던 친구가 납치돼 죽음을 당하고, 목격자였던 자신의 신고가 무시되면서 죄책감을 안고 동시에 경찰을 불신하게 된 인물. 
경찰을 믿지 않는 그가 스스로 경찰이 된 이유는 무엇일지, 또 해영이 이토록 간절하게 희생자들을 살리기 위해 애쓰는 이유는 무엇일지, 극 전반에 깔린 해영의 사연은 '시그널'의 향후 스토리를 이끌 중요한 스토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날 방송에서는  박해영의 숨은 과거가 드러나 시청자들에게 충격을 안겼다. 어릴 적 자살로 죽은 형을 발견하는 해영의 과거가 그려진 것. 형의 사진을 바라보는 이제훈의 짙은 눈빛은 이처럼 엄청난 일을 겪은 해영의 과거와 맞물려지며, 설득력 있는 감정선으로 극의 밀도를 높였다.
이날 해영은 더 이상 희생자가 생기지 않기를 바라는 간절함과 진범을 꼭 잡아야겠다는 절박함으로 그 누구보다 바쁘게 움직였다. 수사를 진행할수록 점점 하나가 되는 장기미제사건팀의 합심으로 결국 진범을 어렵게 잡게 됐지만, 해영의 표정은 암담함 그 자체였다. 소중한 사람을 잃고 남겨진 가족들의 아픔에 대한 공감 때문이었다. 이제훈은 "당연히 미안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죽은 희생자들을 생각하세요. 그 죽음을 기억할 거예요"라는 대사 한 마디 한 마디에 분노를 섞은 탁월한 감정표현으로 유가족들과 시청자들의 분노를 대변했다.
이제훈은 친구의 죽음에 대한 죄책감, 경찰을 믿을 수 없지만 결국 경찰이 된 현실, 형의 죽음에 대한 아픔 등 이 모든 감정들을 이야기가 전개되기 전부터 캐릭터로 표현해내고 있었다.
멀다는 표현으로도 한없이 부족한, 전혀 다른 시대를 살고 있는 재한과 해영의 '한 마음'은 이 드라마의 큰 관전 포인트다. 과거로부터 걸려온 간절한 신호로 연결된 과거와 현재의 형사들. 나중에 혹시나 이들이 '진짜' 만날 수 있다면 어느 멜로보다도 극적일 터다. / nyc@osen.co.kr
[사진] '시그널' 영상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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