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저께TV] ‘장영실’, 별을 볼 수 없던 시대에 별을 그리다
OSEN 라효진 기자
발행 2016.01.31 06: 59

 대국 명나라의 등살을 견뎌내야 했던 약소국 조선에서는 별을 생각하는 것조차 불경죄였다. 감히 별을 보겠다며 천문학을 연구했다가는 명나라로부터 어떤 보복이 가해질지 모르는 시대였다. 이 작고 약한 나라에서도 천한 신분을 지닌 장영실은 타고난 모든 것들이 자신을 괴롭히는 상황에서도 가슴에 별을 품었다.
장영실(송일국 분)은 지난 30일 방송된 KBS 1TV ‘장영실’에서 세종(김상경 분)의 지시로 선진 문물을 배우기 위해 명으로 떠났다. 정확히는 명의 간의를 보고 오라는 밀명이 내려졌다. 격물과 천문에 대한 열정으로는 장영실 못지 않은 장희제(이지훈 분)도 함께 이 어명을 받았다.
세종은 장영실이 명으로 출발하기 전 그를 불러 ‘조선은 문(文)으로만 통치되어야 한다. 격물로 만든 칼이 반드시 왕의 목을 벨 것이다’ 등의 붉은 글씨가 적힌 자신의 책을 보여 줬다. 세종은 이를 성리학 대신 사물의 이치를 연구하는 그에게 불만을 품은 사대부들의 경고라고 설명하며 장영실과 새로운 각오를 다졌다. 이들의 앞날에 펼쳐질 고생길이 벌써부터 훤했다.

장희제 역시 하연(손병호 분)으로부터 “조선이 하늘을 관측한다는 소문이 퍼져 명 황제가 노하면 어쩌려고 그러나”라는 경고를 들었다. 천문처럼 명이 떠먹여 주는대로 받아들여야 하는 학문 말고 성리학에 매진하는 것이 조선 사대부의 막중한 책무라는 논리였다. 당시는 이처럼 성리학 외의 학문을 연구하는 움직임이 명에 대한 도전으로 간주되던 때였다. 황희(정한용 분) 마저 장영실을 혼란, 요승 신돈으로 표현할 정도니 별도 함부로 볼 수 없던 시대였던 것 만큼은 분명하다.
이윽고 명에 도착한 조선 사신들은 시작부터 난관에 부딪혔다. 명나라 대신들은 고압적인 태도로 시종일관 조선을 무시했고, 본국에서도 구경하기 힘든 산삼을 대량으로 요구하기도 했다. 명의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다가도 천문학 화제에 끼어드는 순간 무릎을 꿇고 “조선이 하늘 관측이라니요. 말도 안 됩니다”라며 사죄를 해야 할 판이었다.
하지만 ‘낭중지추’라고 했던가. 장영실의 별에 대한 열정과 뛰어난 재능은 주머니를 뚫은 송곳처럼 숨겨지지 않았다. 처음 본 별시계의 용도를 맞혀 시기와 놀라움을 한몸에 받았고, 간의가 있다는 사천대로 갔다가 죽음의 위기에까지 처했다.
이처럼 장영실은 별에 살고 별에 죽는 인물이었다. 지난 방송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노비라는 현실을 비관해 명으로 도망치려던 장영실은 그의 재능을 높이 산 이천(김도현 분)의 도움으로 다시 한양으로 발걸음을 돌려 별을 연구할 수 있었다. 또 고려와 함께 사라질 뻔했던 장영실의 목숨은 유성우를 통해 살아나기도 했다.
위인전 속에서 접했던 장영실은 이 모든 고난을 뚫고 조선의 하늘에 뜬 별을 관측해 많은 업적을 남긴 인물이다. 드라마 ‘장영실’ 속에서도 죽음을 두려워 않고 시대에 맞섰던 장영실의 모습이 펼쳐질 것임을 시청자들 역시 잘 알고 있다. 그러나 별을 마음대로 볼 수 없던 시대에 별을 그린 장영실의 활약상은 언제나 시공간을 관통하는 울림을 선사한다. 이미 알고 있는 역사 속 이야기일 지라도 ‘장영실’을 통해 또 한 번 보고 싶어지는 이유다. /bestsurplus@osen.co.kr
[사진] ‘장영실’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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