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민호 감독 "'내부자들', 내 마지막 기회였다" [인터뷰]
OSEN 정유진 기자
발행 2016.01.28 17: 07

 영화 '내부자들'(우민호 감독)은 배우들의 열연이 크게 주목을 받은 작품이다. 이병헌, 조승우, 백윤식을 비롯 연기파 배우들은 역시나 이름값에 걸맞은 연기를 보여줬고, 수없이 회자됐다. 이병헌의 경우, 정치 깡패 역으로 '인생 연기'를 보여줬다는 평을 들었다. 백윤식은 "대중은 개, 돼지다"라거나 "여우 같은 곰을 봤나" 등의 명대사를 남겼으며 9년 만에 스크린에 복귀한 조승우는 스스로도 "'타짜' 이후 이런 흥행은 처음"이라고 밝힐 만큼 연기력에 대한 칭찬 못지 않게 대중적인 인기를 얻었다.
사실 배우와 영화의 이토록 큰 인기 밑에는 모든 판을 짠 진짜 내부자가 있었다. 바로 우민호 감독이다. 
우민호 감독은 영화 '파괴된 사나이'(2010), '간첩'(2012) 등을 연출했다. '내부자들'은 그의 세번 째 작품. 연출자로서 우 감독의 장점은 이야기를 쓰는 능력이다. 윤태호 작가의 미완의 웹툰이라고 알려진 '내부자들'이 문제작인 것은 분명했지만, 없었던 캐릭터를 만들고 인물의 성격을 구체화 시키는 등 영화라는 매체에 걸맞은 각색이 없었다면 이처럼 기록적인 흥행을 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게다가 웹툰 원작 영화들 중에는 아직까지 눈에 띄는 성공을 한 작품이 드물었던 때였다.  

'내부자들'을 영화적인 작품으로 재탄생 시킨 데는 우민호 감독의 공이 컸다. 그는 각본을 썼을 뿐 아니라 출연을 망설였던 조승우를 삼고초려 해 끌어올 만큼 캐스팅에도 열과 성의를 다했고, 이는 오늘날의 성공에 큰 밑받침이 됐다.
 
'내부자들'의 감독판인 '내부자들: 디 오리지널'의 개봉을 앞둔 지난해 12월 말, 우민호 감독의 표정은 가볍고 즐거웠다. 마치 무거운 숙제를 끝낸 듯 밝은 표정의 그는 "'내부자들' 덕에 다음 영화를 또 찍을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며 진심으로 기뻐했다. 
"'내부자들'이 다음 영화를 또 찍을 수 있는 기회를 줬어요. 보통 감독은 세 번의 기회를 갖는다고 하잖아요. 세 번 안 가는 감독도 많고요. 보통은 세 번이 맥스(MAX)이지 않을까 생각하는 편이죠. 저도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했으니까요. 여기서 안 되면 덮어야지 싶었어요. 누가 저에게 또 영화를 주겠어요? 너무나 다행스럽게 돼서 다음 영화를 찍을 수 있게 됐어요. 다음 영화를 잘 찍어야겠죠.(웃음)"
세번째 작품이었던 '내부자들'이 결정되지 않았으면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 우민호 감독은 "뭘 먹고 살아야 하지, 내가 돈이 얼마지, 하는 생각을 해봤다"며 제3의 진로를 탐색하기도 했던 때를 회상했다. 
"아내가 계속 일을 하고 있을 때니까, '내가 살림을 하자' 싶었죠. 당시엔 아내가 기자 일을 하고 있을 때였죠. 그런데 영화에 들어갈 즈음 아내가 회사에서 안 좋은 일 생겨서 퇴직을 고민하더라고요. 저는 '내부자들'을 하기로 했을 때니, 캐스팅도 좋고 그래서 '내가 잘 찍을게. 그만둬'라고 했죠. 그런데 정말 그만 둘 줄은 몰랐어요.(웃음) 겉으로는 잘했다고 하면서도 속으론 '영화가 안 되면 어떡하지?' 고민도 했죠. 만약 '내부자들'을 안 하게 됐다면 '다 그렇게 산대'하면서 아내를 위로하고 말았을 것 같아요."
그러나 영화는 그야말로 '대박'을 찍었다.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의 작품 중 처음으로 900만 관객을 동원하며 영화 '친구'의 기록을 15년 만에 깼다. 무엇보다 좋았던 것은 역시 가족들이 느끼는 반응이다. 우민호 감독은 이제 아내가 남편인 자신을 설명할 때 "'내부자들' 감독"이라고 얘기하면 되는 것이 좋다고 했다. 
"예전에는 설명을 많이 해야했어요. '남편이 감독이라고? 뭐 만들었어?' 이러면 '간첩'이라고 말한대요. '그래? 아...' 그리고는 대화가 없어지고요.(웃음) 이제는 알아주시니 안 좋을리가 없죠."
감독판의 편집은 단 3일만에 끝났다. 2014년 11월에 촬영을 끝내고 2015년 1월에 편집을 시작한 이래로 여러 버전을 만들어 봤기에 금방 할 수 있었다. 감독판의 목적은 최대한 원래 영화 시나리오에 가깝게 편집하는 것이었다. 시사회 후 가장 즐거워한 사람이 있다면 배우 백윤식이다. 앞서 백윤식은 '내부자들' 본편에서 자신의 분량 다량이 편집돼 아쉬움을 비치기도 했기에 만족감이 컸다. 
"대놓고 불만을 표하셨던 건 아니고, 살짝 그러셨죠.(웃음) 그래도 영화가 워낙 잘 돼서 좋아하셨어요. 어제(감독판 언론시사회)도 굉장히 좋아하시고요."
감독은 감독판이 나오게 된 것 자체가 "만족스러운 일"이라고 했다. 개인적인 만족도 자체를 따질 수 없을 정도. 영화를 통해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끝까지 포기하지 말자"였다. 그리고 이 주제의식은 감독판을 통해 더 심화됐다. 
"끝까지 포기하지 말고, 간과하지 말고 주시하자. 정치에 대한 희망을 놓치지 말자, 입니다. 결말이 세상은 안 바뀐다, 그런 게 아니에요. 끝난 게 아니다. 우장훈, 안상구가 잠시 이겼지만 계속해서 이런 일들은 일어날 수 있다. 안 일어나게 감시하자, 이런 내용이죠."
우민호 감독은 이번 작품에서 자신이 한 일이 그저 판을 짜는 것이었다고 표현했다. 더불어 다음 영화에서는 연출에 대한 욕심도 내보고 싶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시나리오를 썼다는 것, 그 시나리오를 통해 배우들을 캐스팅 하고 최고의 스태프들로 판을 깔았다는 것? 그게 제가 했던 가장 큰 역할이었던 것 같아요. 그 판 안에서 모두가 조화롭게 같이 갔죠. 다음 작품에서는 감독으로서의 욕심을 내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내부자들'의 목표는 배우들의 연기를 제대로 보여주자, 였거든요. 다음 작품에서는 그와 함께 연출력에 대한 욕심도 한 번 생각해보려고 합니다."/eujenej@osen.co.kr
[사진] 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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