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 대한민국 훈장 민낯 밝힌다
OSEN 강서정 기자
발행 2016.01.27 17: 55

JTBC 탐사 프로그램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이하 ‘스포트라이트’)가 ‘대한민국 훈장의 민낯’ 편에서 ‘훈장 수여 명단’의 데이터 분석 결과를 공개한다.
‘스포트라이트’ 제작진이 수사ㆍ재판기록을 입수해 정부의 서훈 내역과 대조ㆍ분석한 결과, 대법원이 재심 무죄 판결을 내린 과거사 사건 31건에 관여한 공직자(수사관, 검사, 판사 등) 596명 중 정부로부터 국가 안보 등에 공을 세운 사유로 훈ㆍ포장을 받은 사람은 모두 211명(수여 건수로는 262건)인 것으로 나타났다.
제작진이 분석한 과거사 사건 31건은 납북어부 간첩단사건, 해외유학생 간첩단 사건, 김근태 고문사건,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등 1970년대부터 80년대 중후반 사이에 벌어진 불법감금과 체포, 고문으로 인한 간첩조작, 인권탄압의 대표적 사례들이다.

제작진은 이 중 1970년 대 대표적 간첩단 사건인 ‘울릉도간첩단사건’의 피해자들과 당시 사건을 담당한 공안수사관을 만나 얘기를 들어봤다. ‘울릉도간첩단사건’은 1974년 울릉도와 전라북도에 거점을 두고 북한을 오가며 간첩활동을 한 혐의로 당시 중앙정보부가 47명을 체포해 기소한 대규모 간첩단 사건이다. 이 사건으로 연루자 3명은 사형, 나머지 인사들도 무기징역 등 중형을 선고받았다.
이 사건은 2010년 총리실 산하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에서 간첩조작 사건으로 결론 내렸다. 이후 피해자들과 유족들은 법원에 재심청구를 해 2012년부터 순차적으로 간첩혐의에 대한 최종 무죄판결을 받았다. 또 지난해 12월엔 피해자들에게 125억원의 국가배상 판결이 내려지기도 했다.
이 사건의 피해자 가족인 A씨는 “우리 가족의 삶을 구렁텅이로 빠뜨려놓은 자들이 훈장도 받고, 이게 (제대로 된) 국가라고 할 수 있는 것인지”라며 끝내 말을 잇지 못했다. 17년 동안 억울한 감옥살이를 한 A씨의 부친은 자신에게 덧씌워진 간첩 누명을 생전에 벗지 못하고 암투병 중이던 지난 2012년 7월 세상을 떠났다.
반면 사건의 주무 수사관이던 당시 중앙정보부 소속 B(89)씨는 관련 공로를 인정받아 정부로부터 보국훈장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B씨는 최근 제작진과 만난 자리에서 “(재심 무죄 결정은) 잘못됐고 양심의 가책은 없다”며 “국가가 당시 공을 인정해서 훈장을 준 거지 그렇게 간단하게 (훈장을) 받은 게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제작진은 ‘부끄러운 훈장’ 외에 ‘훈장 남발’ 사례도 들여다봤다. ‘4대강 사업’은 2002년 월드컵개최(355건)에 이어 단일 사안으로는 역대 두 번째로 많은 훈장(254건)이 수여된 것으로 나타났다. ‘8.31 부동산 대책’ 수립 관련해서도 공직자 30명(훈장 3명, 나머지 27명은 포장ㆍ표창)이 각종 정부 포상을 받은 것으로 분석됐다.
현재 대한민국 훈장은 12종류 56가지다. 각 종마다 5등급으로 나뉘어 있으며 국가원수급에게만 수여되는 무궁화대훈장을 포함한 숫자다. 이중 주로 퇴직 공무원을 대상으로 한 근정훈장 수여건수가 가장 많다. 2014년 기준으로 정부가 수여한 훈장은 총 2만3308건. 이중 근정훈장이 2만1990건에 달했다.
제작진은 취재과정에서 2005년 퇴직 과정에서 근정훈장을 거부할 수밖에 없었던 한 일선학교 교사의 자기고백을 들을 수 있었다. 이를 통해 공무원들만의 잔치로 전락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대한민국 훈장의 수여실태도 들여다봤다. 이와 함께 엄격한 검증과 사후 투명 공개를 원칙으로 하는 일본ㆍ미국 등 선진국 사례도 함께 다뤄질 예정이다.
제작진이 입수해 분석한 훈ㆍ포장 건수는 68만 여건에 이른다. 이는 KBS 기자들이 행정자치부를 상대로 3년여에 걸친 정보공개청구와 이후 소송 과정을 거쳐 그 내역이 공개된 결과물을 바탕으로 한 것이다. ‘스포트라이트’ 제작진은 “훈장의 진정한 가치와 품격을 고민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 한다”고 밝혔다.
대한민국 훈장의 민낯을 낱낱이 밝힌 JTBC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는 오는 29일 오후 9시 40분에 방송된다. /kangsj@osen.co.kr
[사진] JTBC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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