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h!쎈 인터뷰]‘선우 엄마’ 김선영의 ‘응팔’ 명장면 5선
OSEN 라효진 기자
발행 2016.01.27 07: 44

 지난 16일 종영한 tvN ‘응답하라 1988’(이하 응팔)에서 덕선(혜리 분)의 남편 찾기 과정 만큼이나 인기를 얻었던 것은 재혼 커플 김선영과 최무성의 이야기였다. 각자 첫 결혼 상대와 사별한 뒤 홀로 자식들을 키워 온 두 사람의 조심스럽고도 애절한 중년 로맨스가 시청자들의 심금을 울렸다.
특히 김선영의 경우 세상을 떠난 남편과 어린 자식들이 함께 했던 집을 지켜내기 위한 고군분투로 많은 이들의 눈시울을 붉혔다. 여자 혼자 몸으로 이 모든 것을 사수하려 애썼던 그의 모습이 더욱 짠했던 이유는 자식과 남편 앞에서 떳떳하기 위해 주변의 도움을 받지 않으려 했다는 데 있다.
함께 ‘쌍문동 태티서’라 불리던 라미란과 이일화에게도, 심지어는 아들 선우(고경표 분)에게도 쉽사리 꺼내 놓지 못한 속내를 최무성에게만은 털어 놨다. 최무성 역시 김선영에게만은 어딘가 모르게 허술한 모습을 보였다. 두 사람의 상호보완적 사랑이 보는 이들의 마음을 시나브로 적셨던 까닭이다.

“‘응팔’이 끝난 뒤 거의 외상 후 스트레스를 겪는 것처럼 힘들었다”며 종영의 아쉬움을 드러낸 그가 OSEN과의 인터뷰에서 ‘응팔’ 속 명장면을 꼽았다.
#1. 라미란의 갱년기
“그 장면에서는 미란 언니만 봐도 눈물이 났어요. 라미란 같은 항상 유쾌하고 쿨한 인물이 속마음을 밖으로 툭 내보낼 때 그 파워가 굉장히 커요. 사람을 미치게 만들잖아요. 성격이 좋아 보이려고 애쓰는 것이 아님에도 항상 ‘괜찮아, 괜찮아’라고 하면서 평안하던 사람이 마음을 감추려 해도 감출 수가 없던 거예요. 눈물이 툭 하고 떨어지는데, 보고 있으면 정말 가슴이 아팠던 부분이죠.”
#2. “그런데 선영아, 네 인생은?”
“미란 언니, 일화 언니, 제가 둘러 앉아서 마늘을 까는 장면이 있었잖아요. 제가 거기서 울었는데, 원래 대본에는 눈물을 흘리는 장면이 아니었어요. (이 장면에서 라미란과 이일화는 김선영에게 최무성과 살림을 합치는 것이 어떻겠냐며 은근히 제안한다 - 기자 주)미란 언니가 저를 지그시 보면서 ‘그런데 선영아, 네 인생은?’ 하는데… 일화 언니고 미란 언니고 감정으로 부딪히니까 제가 너무 슬퍼져서 눈물이 난 거였어요. 한없이 눈물이 나서 다음 장면도 미뤘을 정도였다니까요. 통곡할 문제가 아닌데, 그래 버려서…(웃음) 미란 언니랑 일화 언니가 장면 만들어 주고, 스태프들도 만들어 주고, 난 뭘 했지?(웃음)”
#3. 말 없이 터벅터벅 언덕을 오르는 것 만으로도 좋았던, 최무성과 김선영
“오히려 배우 입장에서는 제 연기에 만족을 못하고 아쉬운 점이 많았어요. 다른 사람의 장면에서 감정이 많이 흔들렸었죠.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연기는 무성 오빠처럼 무심한 듯한 연기예요. 제가 소매치기를 당했을 때 무성 오빠가 저를 데리러 나오잖아요. 둘이서 언덕길 아무 말 없이 올라가는 그 장면을 제일 좋아해요. 오빠가 앞에 서고, 제가 뒤에 서고, 조덕배씨 노래 나오고. 이런 신이 좋아요. 사실 이 장면은 그냥 넘기는 신이기도 하잖아요. 그런데 정말 예쁘게 나왔어요. 그런 연기 할 수 있었던 게 너무 좋았죠.”
#4. 전화기 너머로 들려온 엄마 목소리에 눈물을 쏟았다
“저희 어머니께선 제가 연기를 하다 눈물을 흘리면 감정을 몰입해서 본다거나, 같이 운다거나 하지 않으세요. ‘다 가짜지? 눈에 물 언제 넣었어?’라고 하시죠. ‘응팔’ 할 때도 몇 번을 그러셨는데, 5화 방송되고 처음으로 어머니께서 전화로 ‘선영아, 나도 울었다’고 하시더라고요. (시어머니로부터 집을 뺏길 위기에 처했던 김선영이 전화기 너머로 들린 친정 엄마의 목소리를 듣고 수화기를 틀어막은 채 눈물을 흘리는 장면 - 기자 주) 처음 들었어요. 연극 할 때도 우는 장면 많았고, ‘응팔’ 말고 다른 드라마에서도 꽤 울었거든요. 우리 엄마도 울린 장면이죠.”
#5. 등장인물을 모두 품은 ‘응팔’
“‘응팔’은 모든 인물들을 아우르고 있었어요. 어떤 인물도 그냥 날아가지 않잖아요. 막판에는 동룡이 엄마 이야기도 나오죠. ‘제 이름은 조수향인데, 저는 누구누구의 엄마로 불려지는 게 싫어요’라고 하면서 울컥하는 그런 장면. 등장인물들을 전부 안아요. 이건 ‘응팔’이니까 가능한 거였던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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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백승철 기자 baik@osen.co.kr, ‘응팔’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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