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팔' 유재명 "'어남동' 됐으면…혜리 업고 다녔죠"[인터뷰]
OSEN 박현민 기자
발행 2016.01.27 16: 55

우리네 금요일과 토요일을 따스하게 물들이던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이하 '응팔')이 끝난지 벌써 10일이 넘었다. '응팔'이 떠난 빈자리는 흥미로운 판타지 스릴러 '시그널'이 채우고 있는 중이다.
언제나 그랬더 것처럼, 이번 '응팔' 역시 무명에 가까웠던 여러 연기파 배우들을 발굴했다. 이름조차 생소했던 배우들은, 작품과 함께 큰 관심과 사랑을 받았으며, 익숙지 않은 환호와 박수를 받으며 그간의 설움을 되뇌였다. 기나긴 연극판 생활과 스크린·TV 속 단역과 조연을 쉼 없이 오갔던 유재명 역시 이들 중 한 명이다.
서울 쌍문동 골목 다섯가족 중 한 집, 쌍문고등학교의 학생주임이자 동시에 동룡(이동휘 분)의 아버지라는 설정은 분명 독특했다. 한없이 엄격하다가도, 밍키 춤을 추며 풀어지는 유재명의 연기는 분명 관심을 쏟을 요소였다. 더욱이 처음 호흡하는 이동휘와는 실제 부자사이를 방불케 할 정도로 합이 척척 맞아떨어져 웃음을 자아냈다.

"일정이 바빠서, (이동휘와) 많이 만나보고 얘기를 깊게 나누진 못했어요. 극장에서 첫 장면을 촬영하고 '감각적'이라는 걸 체감했죠. 때리고 맞는 장면을 시원하게(?) 수 차례 맞추고 나니 한결 가까워진 기분이 들었어요.(웃음)"
아무래도 이동휘와 붙는 신이 많다보니 애정도 각별했다. 특히 연극에서 연출 경력도 풍부한 유재명은 이동휘의 연기에 남다른 관심을 표하기도 했다.
"코믹적인 코드를 연기하지만, 연기에 임하는 모습은 늘 진지했어요. 잘은 모르지만, 고생을 한 사람 특유의 나이브한 느낌이 묻어났죠. 겉멋을 부리지도 않고, 동룡이라는 어려운 캐릭터를 너무도 잘 소화해냈죠. 연출하는 입장에서 제일 싫은 게 힘을 빼지 못한 채 연기하는 배우들인데, (이동휘는) 힘을 제대로 다 빼고 연기했어요. 훌륭한 배우죠."
각별한 애정은, 아무래도 '어남류'(어차피 남편은 류준열)나 '어남택'(어차피 남편은 택)이 아닌 '어남동'(어차피 남편은 동룡)에 관심을 갖게 만들었다. 물론 실제 엔딩은 어남택이었지만.
"제가 가르쳤던 애들이 다들 동휘가 잘 생겼다고 했어요. 정말 현실적인 캐릭터죠. '어남동'을 신뢰했어요.(웃음) 본래 동룡이 같은 애들이 현실에서는 잘 사는 법이에요. 공부는 좀 못해도, 잘 되는 케이스에요. 그런 친구들이 꼭 돈도 많이 벌고, 미인을 얻죠. 아마 40대가 될 무렵 동창회를 하면 아마 쌍문고등학교 동창회장은 동룡이일 걸요."
'어남동'으로 마무리 됐을 경우, 여주인공 덕선(혜리)의 시아버지가 될 수도 있었던 상황. '동룡이 아빠'로서 '어남택' 엔딩이 아쉽지 않냐고 묻자, 솔직하고 유쾌한 답변이 이어졌다.
"덕선이라는 캐릭터는 정말 예뻐요. 아마 시아버지와 시어머니를 친구처럼, 딸처럼, 대해주는 딸일 것 같아요. 배고프면 배고프다, 짜증나면 짜증난다고 말하는 아주 솔직한 캐릭터거든요. 만약 진짜로 '어남동'이 됐더라면 덕선이를 계속 업고 다녔을 것 같아요. '우리 모자란 아이와 결혼해줘서 고맙다'고 말이죠." / gato@osen.co.kr
[사진] 곽영래 기자 youngra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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