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면가왕’ PD가 바라본 ‘복면가왕’ [복면 인터뷰③]
OSEN 김보라 기자
발행 2016.01.25 10: 03

 MBC 예능 ‘복면가왕’은 신선한 음악 방송으로 시선을 끌었다. 가수들의 인기와 경력, 외모 등 조건에 따라 평가가 달라지는 무대 위 세계는 복면을 쓴 가수라는 장치를 통해 귀로 듣는 음악의 본질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 가면이라는 장치 덕분에 아이돌 가수, 배우, 개그우먼 등 참가자들은 편견 없이, 선입견 없이 자신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다.
‘복면가왕’은 지난해 설 연휴에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출발했다. 물론 복면을 쓰고 노래를 부르는 콘셉트의 예능이라는 제작진의 설명은 큰 기대를 불러일으키지 못했다. 워낙 노래 경연 프로그램이 남발하면서 흥미가 떨어진 시점이었기 때문. 허나 EXID 솔지의 재발견을 이루며 연휴 내내 인기를 끌었다.
한동안 외모 때문에 무대에 서지 못했던 실력파들이 오디션 프로그램 등을 통해 반격에 나서기도 했지만 ‘복면가왕’은 반대로 뛰어난 외모 때문에 실력을 조명 받지 못했던 실력파들이 반격에 나서는 계기가 됐다. 이러나저러나 실력파들의 재조명은 언제든지 환영이니까.

보통의 노래 경연 프로그램이 진지하고 딱딱해서 시청자들의 거부감을 일으키기도 하는데, ‘복면가왕’은 가면 속에 숨은 가수가 자신의 정체를 숨기는, 일종의 게임이라는 자세로 임하는 까닭에 발랄한 분위기를 풍긴다. 추론을 하는 판정단의 재기발랄한 농담 역시 무겁지 않은 분위기 형성에 기여했다. ‘복면가왕’의 연출을 맡은 MBC 민철기 PD를 만나 프로그램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복면가왕’이 형식의 새로움과 반전 스타로 호평이 많다. 현 시점에서 자체 평가를 내려달라.
“음...이 사람이 이렇게 노래를 잘하는 줄 몰랐다, 의외다 등 이런 반응이 프로그램 존재의 이유다. 제작진으로서 기분이 좋은 일이다. 나름대로 저희 프로그램이 대중음악에 기여하는 바가 있어 뿌듯하다. 특히 가수가 아닌 분들의 경우 이렇게 노래를 잘하는 줄 몰랐다는 반응을 보면 기분이 좋다.”
▲처음에 될지 안 될지 모르는 프로그램을 어떻게 밀고 나가셨나.
“안 보던 스타일의 음악 프로그램이어서 재미있게 만들 수 있을 것 같았다. 부장, 국장님들에 걱정 없이 말씀 드렸고 재미있겠다 싶었다. 가벼운 마음으로 부담 없이 만들었다. 시청률을 확신하진 못했지만 가면을 쓰고 노래하는 게 흥미로울 것 같았다. 저희가 김성주, 김구라 씨에게 노래 파일을 들려줬는데 이 사람들도 못 맞히더라.(웃음) 아직도 기억나는 게 솔지가 불렀던 노래를 들려주니 ‘이건 40대 가수다’. 신보라 노래 듣더니 ‘이건 가수다’라는 반응이 나오면서 확신이 섰다.”
▲노래를 잘하는 가수가 참 많다.
“자리를 잡게 된 것은 선배 가수들이 초반에 출연을 해줘서 많이 망가져주셨다. 김종서 씨도 1라운드에서 탈락할 텐데 오페라 발성으로 부르고, 최진희 신효범 씨가 비욘세 춤을 추고, 장기호 씨는 ‘나가수’ 자문 위원인데 자기 노래를 부르셨다. 권위를 내려놓고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무대를 만들어주셔서 감사하다. 저희도 만들면서 깜짝 깜짝 놀란다. 아이돌 가수 노래를 잘하고 배우들도 노래를 굉장히 잘한다. 우리나라의 저력을 다시 한 번 느끼게 된 계기가 아닌가 싶다. 한 번 녹화할 때마다 8명이고, 1년이면 200명, 2년이면 400명이다. 인구에 비해 끼가 있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저희도 만들면서 깜짝 놀라곤 한다.”
▲연습실은 어떻게 하나.
“오디션은 없고 합주실에서 마지막에 맞춰보는 정도다.”
▲제작진과 방청객이 공유하는 보안 매뉴얼이 있나.
“보도된 대로 서약서를 쓰는 게 최소한의 안전장치다. 그런 게 없으면 프로그램이 굴러갈 수가 없다. 근데 또 방청객들이 잘 지켜주신다. 서약서 쓰는 거 말고도 밝히지 말아달라고 읍소를 드린다. 우리 프로그램은 시청자들과 같이 만들어가는 것이다.”
▲출연자 섭외하기 위한 오디션이 있나.
“저희가 찾기도 하고 주변에서 추천받기도 한다. 일단 핸드폰으로 받은 모든 노래를 들어본다. 나오기로 약속되면 녹화 5일 전쯤에 맞춰 본다.”
▲출연해줬으면 하는 가수는 누구인가.
“많다. 박정현 김범수 이승철 이승환 조정석 조승우 씨 등이 나와 줬으면 좋겠다.(웃음)”
▲편견을 깨자는 게 프로그램 기획의도인데 잘 지켜지고 있다고 생각하나.
“어떤 분들은 점점 ‘나가수’와 비슷하게 흘러가는 게 아니냐는 말씀도 하시더라. 근데 저희는 단순히 가왕을 뽑는 프로그램은 아니다. 재발견되는 무수히 많은 스타들의 힘으로 굴러간다. 물론 가왕이라는 중심축을 세운 것이다. 술래잡기만 한다면 너무 오락에만 치중하는 것 같아서다. 편견에 맞서서 계속 싸워나가는 게 아직도 유효하다고 생각한다. 가면 벗었을 때 웃으면서 무대에서 내려오고, 노래를 못한다고 비난을 받지도 않는 게 ‘복면가왕’의 힘이다.”
▲프로그램 회차가 지나다보니 한 번 출연하고 잊혀지는 사람도 많다.
“그렇게 되더라. 그래서 출연자를 줄여야하나하는 생각도 했다. 하지만 시청자들에게 한 분이라도 더 소개하고, 다양한 모습을 보여드리는 게 낫겠다는 판단을 내렸다.”
▲가면을 쓰면 입과 코가 가려져서 가수들이 노래할 때 불편하다고 호소하지 않나.
“맨 얼굴보다는 불편할 것이다. 그런 핸디캡을 인정을 하고 가기 때문에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비난이 없는 것 같다. 듀엣 시스템이 있어서 상대방을 배려하기도 해야 한다. 불편함은 있지만 그런 점에서 타 음악 프로그램과 차별화 된 것 같다. 애시당초 저는 무거운 음악 프로그램이 싫었다. 오디션이나 서바이벌은 너무 무겁고 진지하다. 보는 사람도, 하는 사람도 피곤하다. ‘복면가왕’은 좀 더 오락적인 면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가면 이름이 재미있다. 이름 짓기 어려울 것 같다.
“초등학생들도 많이 시청하기 때문에 너무 어렵지 않은 이름을 지으려고 한다. 캐릭터를 심어줘야 한다. 의외로 생각 없이 지었는데 잘 되는 경우도 있고, 반면 생각을 너무 많이 했는데 잘 안 되는 경우도 있다. 이름을 짓는데 오래 걸리지 않는다. 직관을 살려서 가면의 특징에 충실한다.”
▲판정단은 고역대가 높은 가수들에게 지지를 보내는 것 같다.
“하지만 고음만 잘 해선 힘들다. 고음을 잘 내면서 중저음도 안정적으로 부르는 사람이 가왕이 된다고 생각한다. 언젠가는 중저음으로만 부르는 사람도 충분히 가왕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캣츠걸은 중저음도 뛰어나다. 저희도 더 다양한 가수들을 섭외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김구라 김성주가 판정단, MC로서 역할을 잘 해주고 있다고 생각하나.
“그렇다. 두 사람이 일등공신이다. 사실 ‘복면가왕’에서 발생하는 웃음은 김구라에 의해서 나온다. 그리고 방송의 흐름을 정확하게 짚어내는 사람도 김구라다. 그의 멘트는 버릴 게 없다. 그만큼 읽는 능력이 뛰어나다. 김성주는 순발력과 대처능력이 뛰어나다. 녹화 중에 작가들과 제가 프롬프터로 계속 얘기를 하기 때문에 진행하랴, 목소리 들으랴, 정신이 없을 텐데 다 해낸다. 참으로 대단한 MC라고 느낀다. 나머지 판정단의 작곡가 분들도 주인의식을 가지고 열심히 임해주신다.”/ purplish@osen.co.kr
[사진] MBC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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