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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왜 잭슨 같은 가드가 나올 수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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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서정환 기자] 왜 한국에는 조 잭슨(23, 오리온) 같은 선수가 나올 수 없을까. 

고양 오리온은 24일 잠실실내체육관에서 벌어진 2015-2016 KCC 프로농구 5라운드에서 서울 삼성을 87-68로 제압했다. 28승 15패의 오리온은 모비스와 공동선두를 형성했다. 3연패에 빠진 삼성(24승 20패)은 5위를 유지했다. 

1쿼터까지 오리온은 14-22로 끌려가며 어려운 경기를 했다. 어시스트에서 2-7로 삼성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이런 흐름을 단번에 바꾼 선수가 바로 잭슨이었다. 삼성은 잭슨을 잡기 위해 지역방어를 섰다. 일대일로 절대 그를 막을 수 없다고 판단한 것. 하지만 잭슨은 폭발적인 스피드로 수비수 사이를 비집고 들어갔다. 워낙 스피드가 빨라 대응이 어려웠다. 잭슨은 2쿼터에만 17점을 올렸다. 마치 러셀 웨스트브룩을 연상시키는 폭발력이었다. 

한국농구에 적응하며 잭슨은 패스하는 기량도 늘었다. 특히 골밑에서 도움수비가 둘러싸면 외곽으로 빼주는 패스가 좋아졌다. 외곽의 문태종은 잭슨의 패스를 받아 3점슛을 펑펑 터트렸다. 상대팀은 돌파가 좋은 잭슨을 막기 위해 주로 공간을 내주는 수비를 한다. 외곽슛은 주고 돌파는 막겠다는 것. 하지만 이 수비도 이제 소용이 없다. 잭슨은 2쿼터 3점슛 두 방을 터트렸다. 공격에서 약점이 없는 선수로 성장했다. 

경기 후 이상민 감독은 잭슨에 대해 “일대일로 잭슨을 막기 힘들어 존디펜스를 했다. 최근에 잭슨이 3점슛도 들어가 더욱 막기 어렵다. 워낙 스피드와 개인기는 좋은 선수다. 스피드가 너무 뛰어나 잡기가 힘들다. 개인기량까지 갖춰서 더 막기 힘들다. KBL에서 일대일로 막기는 힘든 선수”라고 극찬했다.  

득점력과 돌파력이 엄청난 잭슨과 뛰면서 이승현도 새로운 플레이에 눈을 떴다. 국내가드와 좀처럼 할 수 없는 2대2 플레이가 좋아졌다. 이승현은 “국내가드는 조직적인 플레이 위주로 한다. 국내 가드가 돌파를 해서 골을 넣을 선수는 사실 몇 명 없다. 잭슨은 돌파면 돌파, 해결능력도 있다. 빅맨이 도움수비를 오면 어시스트까지 잘해준다. 국내선수와 많은 차이가 있다”고 감탄했다. 

이어 이승현은 “나도 잭슨과 호흡을 맞추면서 픽앤롤을 더 많이 시도한다. 받아먹는 찬스가 많다. 속공에서 잭슨이 국내가드보다 훨씬 빠르다. 넘어가는 것이 빨라서 같이 뛰면 볼이 오고 많이 받아먹는다”며 잭슨을 칭찬했다. 

왜 국내가드들은 잭슨처럼 못하는 것일까. 이상민 감독은 “원래 흑인선수들이 스피드나 점프는 신체적으로 타고 난다. 따라갈 수가 없다”며 선천적인 능력을 이유로 꼽았다. 

다른 이유도 있다. 흑인이라고 태어날 때부터 드리블을 잘하는 것은 아니다. 키가 작은 잭슨도 엄청난 노력을 통해 기술을 연마했다. 잭슨은 “6학년 때부터 농구를 늦게 시작했다. 지금도 기술연습을 한다. 미국 캠프도 참가하며 훈련을 하고 있다. 공격적인 부분에서 연습을 꾸준히 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내에서는 이제야 스킬트레이닝에 대한 인식이 생기기 시작했다. 미국에서는 NBA선수들도 비시즌 사비를 들여 개인 트레이너를 고용해 몸을 만들고, 스킬트레이닝을 받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한다. 지금의 스테판 커리가 그냥 만들어진 것은 아니다. 

한국선수들도 무조건 신체조건만 탓할 것이 아니다. 후천적인 기술훈련으로 얼마든지 지금보다 향상된 신체와 기술을 가질 수 있다. 샬럿 호네츠에서 주전가드로 뛰는 대만계 제레미 린이 좋은 예다. 하지만 농구로 먹고 산다는 국내프로선수들이 개인트레이닝의 중요성을 간과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추일승 감독은 “잭슨은 키 큰 선수에 대한 두려움이 없다. 미국선수들 대부분이 그렇다. 우리나라 선수들은 일대일 상황에서 빅맨이 버티면 바깥으로 돌아선다. 하지만 미국선수들은 가서 부딪치려고 한다. 기술적인 부분은 어릴 때부터 익숙해야 한다. 스쿱샷이나 플로터, 터치샷 등을 자꾸 해봐야 자연스럽게 몸에서 나온다. 우리나라도 김선형 등 몇몇 말고 거의 포기하다시피 하는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잭슨은 KBL에서 두려운 빅맨이 있냐는 물음에 단칼에 “없다”고 잘랐다. “하승진 앞에서도 기회가 되면 덩크슛을 시도하겠다”고 당차게 대답하는 그다.  

잭슨은 그 동안 너무 편하게 농구했던 KBL 가드들에게 경종을 울리고 있다. 국내가드는 외국선수에게 공을 건네주고 나오는 공만 처리하면 됐다. 하지만 잭슨과 동등하게 경쟁하려면 그 정도로 턱도 없다. 잭슨에게 자극 받아 기량이 일취월장한 김선형은 좋은 예다. 

추일승 감독은 “우리나라는 보고 배울 선수가 없다. 유소년 클럽부터 재미를 가지고 농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아직까지 우리는 제도적으로 어렵다”고 덧붙였다. 선천적인 신체조건 열세만 탓하고 기술연마를 게을리 한다면 한국에서 잭슨 같은 선수는 절대 나올 수 없다.  / jasonseo34@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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