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저께TV] '장영실' 명연기의 향연, 버릴 것 하나 없다
OSEN 정소영 기자
발행 2016.01.24 07: 02

그야말로 명연기의 향연이다. 송일국부터 김영철, 김상경 등으로 구성된 ‘사극 어벤저스’ 군단은 물론, 3초 남짓한 시간동안 등장하는 조연마저 허투루 연기하지 않는다. ‘발연기’는 눈 뜨고 찾아봐도 보이지 않는 알찬 ‘장영실’에 시청자들 역시 화답하고 있다.
지난 23일 방송된 KBS 1TV ‘장영실’ 7회에서는 역모죄로 몰려 죽을 위기에 처한 장영실(송일국 분)의 이야기가 그려졌다. 태종(김영철 분)의 피의 숙청으로 인해 조정이 시끄러운 가운데, 억울함을 호소하는 장영실부터 날 선 정치 대립을 펼치는 태종과 충녕(김상경 분)의 명연기가 극에 몰입을 더했다.
이날 태종은 장희제(이지훈 분)가 올린 고려 세력의 명단을 보곤 “일각도 멈춤 없이 백성만을 살아온 대가가 역모의 칼이라니 해도 너무하지 않은가“라며 ”내 백성이 되길 거부하니 달리 도리가 있겠냐. 죽음으로 갈라설 수밖에“라며 피의 숙청을 다짐했다.

특히 지난 2008년 방영된 ‘대왕 세종’에 이어 이번 작품을 통해 두 번째로 태종을 연기하게 된 김영철은 “난 이들의 살과 피를 취해 내 백성을 위한 거름으로 쓰겠다. 허니 뒤늦게 반성 하는 자가 있어도 모두 죽음으로만 속죄할 수 있도록 해라“와 같은 냉철한 대사를 특유의 카리스마로 완성하며 명불허전 존재감을 뽐냈다.
김영철과 송일국의 첫 만남이 그려진 옥중신은 시너지 효과가 어마어마했다. 태종은 “네 아비와의 정으로 죽기 전에 한번은 와봐야겠다고 생각했다”라고 말했고, 장영실은 “최고로 높은 주상전하께서 최고로 낮은 시노를 죽이려 하는 일이 얼마나 괴상한 건지 알겠다. 사람 생명보다 석각을 중히 여기는 조선은 좋은 나라가 아니란 것도 잘 알겠다”라고 호소했다.
주변을 얼어붙게 만드는 대선배 김영철의 앞에서도 기에 밀리지 않고 장영실 역에 완벽하게 몰입해 억울함을 표출하는 송일국의 캐릭터 소화력이 눈길을 사로잡은 것. 장성휘와의 재회신 도 인상적이었다. 이미 세상을 뜬 장성휘는 죽을 위기에 처한 장영실의 꿈속에 나타났다. 그는 엉뚱한 생각에 사로잡힌 장영실을 보며 웃음을 터뜨렸고, 장영실은 “아들이 죽게 생겼는데 웃음이 나오냐”고 타박했다. 부자는 그 뒤로도 지구가 돈다는 가설에 대해 토론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다 안타깝게 이별을 맞이했다.
무엇보다 이날 방송의 하이라이트는 태종과 충녕의 날 선 대립. 태종은 충녕의 세력을 역도로 몰았고 충녕은 그들을 살려 달라 간청했지만 거절당했다. 이에 분노한 충녕한 “소자는 전하와 다르게 할 것이옵니다. 어느 누구의 목숨도 함부로 가져오지 않고 이해시키고 기다리고 그래도 모르면 다시 알려주고 둘이서 해결하기 힘들면 셋이서 의논하고, 셋이 힘들면 열 스물 서른이 모여서 중론을 모으고 그래도 모르겠으면 다시 모을 것이다”라는 뜻을 밝혔다. 한치의 물러섬 없는 두 사람의 연기 대결에 보는 이들 마저 숨죽일 수밖에 없었다.
장영실을 살리기 위해 태종을 찾아간 이천의 연기 역시 눈길을 끌었다. 그는 태종에게 “유성우가 언제 내리는지 아는 자가 있다면 어찌 하겠냐”고 물은 뒤 장영실이 유성우를 예측할 줄 아니 그의 형 집행을 미뤄 달라 주청했다. 태종은 멍청한 소리라며 그를 타박했지만 이천의 뜻은 완고했다. 자신의 목숨까지 내걸며 장영실을 살리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천의 눈빛에서 진실됨과 간절함이 묻어났다.
이처럼 ‘장영실’은 KBS가 자신 있게 내놓은 만큼 완성도 있는 연출과 탄탄한 스토리라인, 그리고 단 한 컷도 허투루 쓰지 않는 배우들의 열연이 더해지며 ‘수작’입을 입증하고 있다. 7회 말미 송일국이 죽음을 앞둔 모습이 예고되며 또 어떤 흥미로운 전개가 펼쳐질지 많은 이들의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 jsy901104@osen.co.kr
[사진] ‘장영실’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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