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저께TV] ‘꽃청춘’이 던진 화두, 아파야만 청춘은 아냐
OSEN 라효진 기자
발행 2016.01.23 06: 55

 한때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아프니까 청춘’이라는 말이 아직도 유행처럼 떠돈다. 잠언처럼 여겨졌던 이 말은 오히려 힘겨운 청춘들을 더 아프게 했었다. 노력하는 청춘들에게도 쉽게 자리를 내 주지 않던 세상은 가혹한 채찍질로 이들을 질타해 왔다.
22일 오후 방송된 tvN ‘꽃보다 청춘 ICELAND’(이하 꽃청춘)에서 강하늘은 “고생하는 것만 청춘은 아니잖아요”라고 말했다. 300만원이라는 한정된 용돈, 아이슬란드의 살인적 물가 속에서 처음 고급스러운 만찬을 즐기게 된 상황에 괜히 어색해 하는 형들을 향해 던진 말이었다.
‘꽃청춘’ 포스톤즈(정상훈 조정석 정우 강하늘)의 아이슬란드 여행에는 유독 놀랄 만큼의 운이 따랐다. 당일 아침에 숙소를 잡아도 항상 좋은 곳에 묵었고, 언제나 예상보다 나은 조건에 물건을 구입했다. 제작진마저 혀를 내두를 정도였으니, 이들의 ‘운빨’이 대단한 것만은 확실했다.

그러나 포스톤즈는 이들이 아이슬란드에서 만난 운 만큼 고군분투했다. 매번 익숙지 않은 길을 헤맸고, 강추위와 눈보라에 목적지로 가던 길을 되돌린 적도 있다. 돈을 아끼기 위해 레이캬비크의 불금도 거리에서 즐겼다. 어찌 보면 실패로도, 노력 없는 우연한 성공으로 볼 수도 있을 대목들이었다. 그러나 포스톤즈는 이 같은 상황들을 단 한 번도 실패라 여기지 않았다. 힘에 겨워 버둥거리지 않고, 미소를 잃지 않는 하루하루를 보냈다. 이들의 모습에서 ‘아픈 청춘’이 아닌 ‘즐거운 청춘’을 느낄 수 있던 이유다.
물론 갖은 고난을 겪고 난 후의 소시지 한 토막이 더 맛날 수는 있겠다. 그러나 그 맛을 느끼겠다고 부러 극한의 고통들을 마주할 필요는 없다. 우리의 삶은 아프기 위한 것이 아니라 행복하기 위한 것이 아니던가. 이들이 땀과 눈물로 무언가를 극복하는 모습도 의미있겠지만, 이대로도 삶의 한 단면을 충분히 보여줄 수 있었다. 그렇게 고대하던 오로라도, 분출하는 온천 줄기도 우연히 이들을 찾아왔다.
최근 청춘들에게 별다른 대책 없이 요구되는 고통의 순간들을 ‘노오오오오력’이라는 말이 대변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청춘들이 듣고 싶은 말은 ‘노오오오오력’이 아니다. “고생하는 것만이 청춘은 아니다”라는 청춘 강하늘의 말이었다. 보는 사람들마저 힘겨워질 고통은 없었지만, 이들이 맞은 소소한 행복은 ‘꽃보다 청춘’이라는 제목에 가장 부합하는 장면이었다.
청춘 강하늘의 한 마디도, 이를 듣던 형들의 동의도 반가운 이유다.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라는 말처럼 오랜 울림을 줄 듯하다. /bestsurplus@osen.co.kr
[사진] ‘꽃청춘’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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