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도’, 몸개그가 초심이다 [무한 땜빵②]
OSEN 김보라 기자
발행 2016.01.27 14: 08

 리얼 버라이어티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어느새 익숙한 단어가 된 ‘몸개그’는 몸으로 하는 개그를 일컫는 말이다. 말이 아닌 몸으로 웃겼을 때 사용해서 다소 말발이 부족한 개그맨들이 웃기지 못할 때 몸개그를 한다며 놀린다.
그러나 MBC 인기 예능 ‘무한도전’에서의 몸개그는 의미가 남다르다. 말 그대로 자기 온몸을 던져 땅에 넘어짐으로써 웃음을 유발한다. 이것은 슬랩스틱과는 또 다르다. 스튜디오에서는 물론 녹음실에서든, 논밭에서든, 무대 위에서든, 멤버들은 그 상황에 최대한 적응하며 자신만의 캐릭터를 살려낸다.
‘무모한 도전’이 기상천외한 도전을 무모하게 벌인다는데 초점을 맞췄던데 비해 ‘무한도전’은 도전의 무모성보다 도전의 무한성을 강조해왔다. 이에 다른 과제, 다른 형식, 다른 장소에서 보여준 멤버들의 몸개그가 확실하게 본인만의 가치를 입증한다.

‘무한도전’ 멤버들의 몸개그에는 회사원, 노동자, 학생, 아저씨, 아주머니들이 먹고 살기 위해 노력하는, 그 원초적인 처절함이 담겨 있어 공감도를 높인다. 유재석 박명수 정준하 하하 광희 등 멤버들은 시청자들에게 큰 웃음을 선사하기 위해 끊임없이 도전하고 있다. 그들의 노력이 시청률로 입증되고 있는 셈이다.
이들은 인정받은 예능인이라는 사실이 무색하지 않게 그 어떤 도전에서도 웃음을 유발하는 능력을 가졌다. 그 노력의 백미는 몸개그에서 나타난다. 편하게 앉아서 수다를 떠는 것보다 몸개그가 체력적인 소모가 훨씬 크기 때문에 초심을 강조하기 위해, 좀 더 진정성을 보여주기 위해 사용되곤 한다. 그것이 시청자들에게 재미를 주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지난해 5월 식스맨으로 발탁된 광희는 멤버로 선정된 기쁨과 절실함을 드러내기 위해 성형한 얼굴에 빨래집게를 여러 개 꽂았었다. 성형과 시술을 해서 잘못하면 부작용 위험이 나타날 수 있는 위험을 감수하고 몸개그로 신고식을 치른 것이다.
지난 2009년 10월 방송된 벼농사 특집에서 멤버들은 농촌에 가서 100m나 되는 논두렁을 쟁반을 이고 달렸다. 그 과정에서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미끄러져 쓰러져 웃음을 안겼다. 또 2006년 독일 월드컵 특집에서 물공 헤딩 대결을 펼치는 코믹한 방식으로 특집을 진행하기도 했다. 겉으로 판단이 어려운 물이 가득 찬 축구공과 일반 축구공 중 하나를 택해 헤딩을 하는데 물 축구공을 선택한 사람은 그 충격에 바로 쓰러질 수밖에 없어 ‘웃픈’ 웃음을 안겼다.
멤버들의 몸개그는 계산된 유머보다도 한층 강력한 힘을 지녔다.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원초성에는 처절함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무한도전’의 몸개그는 페이크 다큐이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오늘을 열심히 사는 우리를 드러내는 리얼이다./ purplish@osen.co.kr
[사진]MBC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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