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도’ 땜빵 특집, 웃겼거나 쫄딱 망했거나 [무한 땜빵①]
OSEN 표재민 기자
발행 2016.01.27 14: 08

무려 11년간 방송을 이어가고 있는 MBC ‘무한도전’은 사정이 참 많을 수밖에 없다. 멤버들이 아플 때도 있고, 야외 녹화를 진행하지 못할 정도로 비가 쏟아져 급하게 게스트들을 불러모아야 할 때가 있다. 그야말로 큰 도전을 앞두고 전초전 혹은 시간상의 제약 때문에 땜빵을 내세워야 할 때도 있다.
보통 땜빵 특집은 몸으로 때우는 일이 많았다. 기획대로 할 수 없어서 살짝 방향을 틀거나 멤버들이 몸을 사리지 않는 몸개그를 쏟아내야 하는 순간이 바로 이 ‘땜빵 특집’이다. 멤버들이 가지고 있는 재밌는 캐릭터와 몸개그가 만나 빵빵 터지거나, 도대체 어디서 웃어야 할지 모르겠다는 볼멘소리가 나오기도 한다. 언제나 웃길 수 없고, 언제나 완벽할 수 없기에 언제나 도전을 하는 ‘무한도전’의 긴급 상황을 살펴보면 피식 웃음이 나온다.

# 2011년 8월 13일, 20일 우천 취소 특집
한창 조정 연습 중이던 ‘무한도전’은 비가 억수로 쏟아지면서 야외 촬영을 할 수 없었다. 아무 것도 마련되지 않은 세트장에 모인 멤버들은 지인들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고 정재형, 데프콘, 개리 등이 함께 해 2011년판 ‘동거동락’ 방송을 만들었다. 유재석을 지금의 자리에 올려놓은 대표적인 프로그램. 그의 깐족거리는 진행 속 스타들이 퀴즈를 맞히는 구성인데, 이 프로그램을 기억하는 시청자들의 향수와 재미를 동시에 불러일으켰다. 퀴즈와 말도 안 되는 댄스 신고식으로 흥을 돋았다. 멤버들의 즉흥적인 몰래 카메라도 있었고, 티격태격하면서 거침 없이 망가지는 몸개그가 난무했다. 제작진이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던 천재지변의 상황, 멤버들은 몸으로 때우며 시청자들을 웃게 했다.
# 2012년 9월 15일, 약속한대로
‘무한도전’은 ‘말하는대로’ 특집을 통해 멤버들의 공약이 있었다. 상대방이 해야 하는 일을 마구잡이로 적어서 급하게 진행을 해야 하는 일들이 있었다. 중국 만리장성에 가서 자장면을 먹거나, 독도 경비대원들에게 콩국수와 열무국수를 대접해야 했다. 허나 기상악화로 유재석, 박명수, 정준하, 길은 독도를 가지 못했다. 대신 서울에서 싸이의 ‘강남스타일’ 뮤직비디오를 패러디해서 ‘무도스타일’을 만들었다. 대체 기획, 일명 ‘땜빵’이었다. 서울팀의 제작 과정은 눈물 나게 웃음을 줬다. 유재석은 스태프도 표정 관리가 안 될 만큼 장기간 촬영을 강행했고 나머지 멤버들도 불만을 표시하면서도 코믹 분장쇼를 쉴 틈 없이 이어갔다. 웃음을 위해 ‘물따귀’의 고통을 감수하는가 하면 ‘무한도전’ 내 존재감이 미비했던 길의 해양생물변신은 안방극장을 박장대소하게 했다.
# 2013년 7월 7일, 웃겨야 산다 특집
건강 이상으로 정형돈과 정준하가 불참하며 공백이 생긴 ‘무한도전’은 당시 농구 선수 은퇴를 한 서장훈을 불러들였다. 서장훈은 예능인으로 변모하기 전인데, ‘무한도전’에 게스트로 출연해 쫄쫄이 의상을 입었다. 서장훈과 데프콘이 함께 했는데, 아무래도 첫 출연인 서장훈에게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었다. 원초적인 몸개그를 하던 서장훈은 “내가 여기서 이걸 할 줄 몰랐다”라고 허탈해하며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선사했다. 물론 다소 산만한 분위기에서 흐름이 이어지지 않는 농담, 그냥 몸을 혹사시키며 단순하게 웃기는 방식은 호불호가 엇갈릴 수밖에 없었다. 방송 후 시청자들은 재밌었다는 반응과 망한 특집이라는 반응으로 갈렸다. 물론 초창기 ‘무한도전’을 보는 듯한 어설픈 모습이어서 향수를 자극했다는 반응도 컸다.
# 2016년 1월 16일, 마션 특집
‘무한도전’은 2015년 10주년 대기획을 발표했다. 새 멤버를 뽑는 식스맨, 액션 배우 도전, 포상 휴가, 가요제, 그리고 우주 여행이었다. 허나 우주 여행은 일정상 올해 상반기로 미뤄졌다. 제작진은 대신 우주 여행 특집 전초전으로 우주 특집을 방송했다. 바로 ‘마션’ 특집이었는데, 경기도 화성에서 멤버들이 우주 세트에 모여 몸개그를 하는 것이었다. 이날 방송 말미 제작진은 진짜 우주 여행 특집을 준비 중이라는 것을 발표했지만, 일단 우주 여행이 연기된 것을 채우기 위한 땜빵에 가까웠다. 역시나 시청자들의 반응은 역대급으로 재미없었다는 지적과, ‘무한도전’ 멤버들끼리 재미를 만들기 위해 분투하는 모습 자체가 즐거웠다는 반응으로 나뉘었다. 언제나 땜빵은 제작진의 재기발랄한 기획보다는 멤버들에게 기대는 측면이 있을 수밖에 없어 벌어지는 일들이기도 하다. / jmpyo@osen.co.kr
[사진] MBC 제공, '무한도전'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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