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영♥최무성, 이들 사랑도 ‘시나브로’[‘응팔’ 외전 어때요②]
OSEN 라효진 기자
발행 2016.01.19 13: 35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이하 '응팔')이 큰 사랑을 받으며 막을 내렸습니다. 하지만 20회라는 한정된 분량 안에서 많은 인물들의 이야기를 담아내다보니, 아쉬운 부분도 있었던 게 사실이죠. 이에 OSEN 기자 3명은 더 풍성하게 보고 싶은 내용을 꼽아 '응팔' 스핀오프로 추천해봤습니다. -편집자주
참 길고 긴 시간이었습니다. 덕선(혜리 분)의 남편이 택(박보검 분)이었다는 사실이 밝혀지기까지 말이죠. 어른이 된 덕선(이미연 분)은 “시나브로. 모르는 사이에 천천히”라며 택과의 시작을 되짚었습니다. 그런데 ‘응팔’ 안에 이 ‘시나브로’라는 말에 꼭 들어 맞는 커플이 하나 더 있습니다. 바로 김선영·최무성 부부입니다.
벌써 세 시즌을 부부로 지내 온 성동일·이일화나 쌍문동의 연상연하 커플 라미란·김성균의 중년 로맨스도 물론 보기 좋았습니다. 그러나 정환(류준열)-덕선-택의 삼각관계 만큼이나 설렘을 줬던 것은 단연 김선영과 최무성이었습니다.

이들의 사랑을 주저하게 만드는 요인들은 한둘이 아니었습니다. 다 컸다고 생각하지만 아직은 어린 자식들이 있었고, 오래 전 한 동네에서 서로 가정을 꾸리고 사는 모습을 봐 온지라 섣불리 이성적 호감을 드러내기도 조심스러웠을 터입니다. 쌍문동 이웃들은 농담 반 진담 반 “얼른 살림 합치라”며 부추겼지만, 괜히 부끄럽고 남사스럽기도 했겠지요.
그렇지만 두 사람은 결국 부부가 됐더랬습니다. 고향 오누이 사이였던 김선영과 최무성은 그야말로 ‘시나브로’,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감정을 차근차근 발전시켰죠. ‘응팔’의 수많은 주인공 중 가운데서도 빛났던 두 사람의 이야기를 세 가지 질문으로 재구성해보겠습니다. 이들의 사연 가운데는 이러한 모습도 숨어 있지 않을까 하는 상상에서 출발합니다.
질문 하나. 김선영은 왜 최무성을 쌍문동으로 불렀을까?
이들의 모습을 보면 이런 대사가 떠오르더군요. “나에겐 오빠가 하나 있다. 어릴 적 나의 꿈은 오빠와 결혼하는 것이었다.” 기억하시나요? ‘응답하라 1994’(이하 응사)의 시작이었습니다. 한 고향에서 살았다는 무성과 선영에게도 ‘응사’의 재준(정우 분)과 나정(고아라 분) 같은 과거가 있었을 듯합니다. 선영의 오빠 태수 역시 ‘응사’ 속 세상을 떠난 나정의 오빠처럼 사랑하는 동생에게 아무것도 해 줄 수 없는 안타까움을 품고 있었다는 점도 이를 뒷받침합니다.
아들 택처럼 서툰 무성이 똑부러진 선영에게 매번 도움을 받는 것만 같지만, 억척스럽게 살아가던 선영의 연약한 곳을 알아 주고 결핍을 채워 준 것이 무성이기도 합니다. 두 사람의 교감은 오랜 세월을 한 번 끊긴 적 없이 이어져 왔습니다. 돌아 돌아 왔지만, 결국 한 골목에서 얼굴을 맞대고 살게 된 무성과 선영입니다. 가장 믿고 기대던 오빠가 실의에 빠진 모습을 보기 힘들어 쌍문동으로 불렀을 선영의 마음 뒤에는 이 같은 사연들이 있지 않을까요. 두 사람의 시작은 이처럼 의외로 빨랐을 지 모릅니다.
질문 둘. 최무성은 왜 김선영에게 존대를 했을까?
두 사람이 고향 오누이 사이였다는 것을 안 뒤의 얘기지만, 무성은 왜 선영에게 내내 존대말을 썼을까요? 이들은 둘만 있을 때도 서로에게 반말을 쓰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무성이 갑자기 “선영아”라며 이름을 불렀습니다.
과부와 홀아비, 지금이야 아무렇지 않지만 ‘응팔’ 시절에는 동네 호사가들의 입방아에 오르기 딱 좋은 사이죠. 골목에서 이야기만 나눠도 불편한 시선이 쏟아졌을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무성이 선영을 하대하지 않은 것은 나름의 배려였을 것입니다. 최대한 아무렇지 않게 곁에 있으면서, 힘이 돼 줄 수 있는 동네 이웃으로라도 남기 위해 존대말을 쓴 것이었겠죠.
다시 이야기를 돌려 보자면, 무성이 선영의 이름을 부른 순간 배경음악으로 김건모의 ‘함께’가 흘렀습니다. 가사를 곱씹어보니, 딱 두 사람의 이야기더군요. “우리 힘들지만 함께 걷고 있었다는 것 / 그 어떤 기쁨과도 바꿀 수는 없지 (중략) 살아간다는 건 이런게 아니겠니 / 함께 숨쉬는 마음이 있다는 것 / 그것만큼 든든한 벽은 없을 것 같아” 무성과 선영의 지난날과 현재, 미래까지를 모두 담고 있는 듯한 가사였습니다.
질문 셋. 두 사람은 어떻게 한 가족이 됐을까?
‘응팔’ 속 헌신적인 아버지였던 최무성이 그답지 않았던 순간이 단 한 번 있었습니다. 택의 대국 전날이었죠. 평소 이런 날에는 결코 아들의 신경을 거스르지 않으려 하던 무성이 택의 맞은편에 앉았습니다. 그러더니 주저하다 “내 옆에 너 같은 친구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합니다. 택에게 덕선이 있듯, 자신의 곁에 선영이 있어줬으면 한다는 고백이었습니다. 택의 답변은 현명했죠. “아빠가 행복하시면 전 다 좋아요.” 무성의 행복은 선영과의 새로운 삶이었던 것을 아들이 먼저 알아준 것입니다. 그 결과 무성은 “날도 추운데 고마 같이 살까?”라는 말로 선영을 끌어 당깁니다. 
어떠한 반발 없이 서로를 새 형제로 받아 들인 것처럼 보이는 선우(고경표 분)와 택의 모습 뒤에도 남모를 고통이 있었겠지요. 처음 선우에게 캐치볼 제안을 했던 무성은 택을 불러 셋이서도 공을 던졌을 것이고, 택은 아버지와 함께 진주와의 인형놀이에도 참여해 주는 다정한 오빠였을 것 같습니다. 두 사람의 사랑이 번지고 번져 끝내 가족의 색깔을 이룬 순간은 그렇게 만들어졌을 듯하네요.
‘응팔’ 마지막회, 나란히 누워 한 이불을 덮고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무성과 선영은 어느새 서로를 ‘여보’라고 부르고 있더군요. ‘시나브로’, 모르는 사이에 천천히, 가랑비에 슬몃 젖어드는 옷 같은 로맨스는 두 사람의 사랑 이야기가 아니었을까요. /bestsurplus@osen.co.kr
[사진] ‘응팔’ 홈페이지,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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